[박문수가 본 교회와 사회 - 48]

‘인구 총조사’ 결과는 인구학적 변인(variable)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종교 변화의 질적 측면을 파악하기 어렵다. 다행히 한국에 이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조사보고서가 있다. 한국 갤럽의 "한국인의 종교 : 1984-2014"(2015, 이하 "한국인의 종교")다. 이 연구의 제5차 조사는 ‘2015 인구 총조사’ 직전인 2014년에, 제4차 조사는 역시 ‘2005 인구 총조사’ 직전인 2004년에 실시되었다. 두 조사의 시점은 일치하지 않지만 서로 겹치는 시기가 9년이나 돼 지난 십 년간의 종교 변화를 가늠해 보는 데 매우 유용하다. 특히 이 보고서 ‘제3부. 한국 종교의 30년간 변화와 종교사적 과제’(윤승용 박사)는 ‘2015 인구 총조사’ 결과를 해석하는 데도 유효하다. 한국 종교 전체를 분석하는 데는 이 글의 도움을 받으시기 바란다.

1. ‘한국인의 종교’에서 조사된 2014년 종교 인구는 2004년에 비해 3퍼센트포인트가 줄었다.(2004년 : 53퍼센트→ 2014년 : 50퍼센트) 반면 ‘인구 총조사’ 결과는 2005년 52.9퍼센트에서 2015년 43.9퍼센트로 무려 9퍼센트포인트나 빠져 ‘한국인의 종교’에 나타난 감소 비율의 세 배를 기록하였다. 비율은 달랐지만 종교 인구가 감소한 점에서는 두 조사가 일치하였다.

그리고 이 조사에선 불교(2004 : 24퍼센트→ 2014: 22퍼센트)만 감소하고, 개신교(2004 : 21퍼센트→ 2014: 21퍼센트)와 천주교(2004 : 7퍼센트→ 2014 : 7퍼센트)는 정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불교의 감소는 일치하였으나 개신교 증가와 천주교 감소는 불일치하였다.

2. 굳이 이 결과를 인용하는 이유는 개신교 증가와 천주교 감소에 대한 내 나름의 생각이 있어서다. 내 생각은 이렇다. ‘한국인의 종교’에서 개신교와 천주교는 10년간 교세 정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난다.

천주교의 경우 총인구 대비 신자 비율이 2004년 7퍼센트였는데 2014년에도 7퍼센트였다. 그 사이 인구의 자연증가가 있었으니 같은 7퍼센트라도 신자 총수는 증가한 것이다. 내가 주목하는 점은 이 조사에서 2004년 천주교 신자 인구가 총인구의 7퍼센트였다는 점이다. 반면 ‘2005 인구 총조사’에서는 이 비율이 10.9퍼센트였다. 그러다 "2015 인구 총조사"에서 7.9퍼센트로 급락하였다. 이 때문에 천주교에 지난 10년 사이 큰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는 추정을 하게 만들었다.

▲ 의정부 성당에서 신자들이 기도하고 있다. ⓒ강한 기자

그런데 "한국인의 종교"에 나타난 천주교 신자 비율을 고려하면 이와 같이 무리한 해석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일례로, 천주교는 "한국인의 종교" 1989년, 1997년, 2004년, 2014년 조사 모두에서 ‘신자 비율이 7퍼센트’를 기록하였다. 그렇다면 ‘2005 인구 총조사’ 때 조사된 천주교인 비율도 10.8퍼센트가 아니라 ‘7-8퍼센트’ 정도였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추정하면 천주교는 지난 기간 정체되었거나 근소하게 감소한 셈이다. 개신교도 "2015 인구 총조사"에서 지난 10년간 증가한 것으로 나왔지만 이와 같은 맥락에서 정체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할 수 있다. 물론 정체라 해도 인구의 자연증가분만큼 성장하지 못했으니 사실상 감소한 것이다. 이렇게 보면 종교 인구가 전체적으로 감소한 현상을 해석하기 쉬워진다.

나는 이렇게 해석했기 때문에 지난 칼럼에서 천주교는 정체 내지 근소한 성장을 경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 것이다. 일단 이렇게 보면 교세 통계와 이 조사 결과에서 차이가 나는 점도 좀 더 해석하기 쉬워진다.

3. "한국인의 종교"(2014)에서 현재 비종교인의 과거 종교경험율은 35퍼센트였다.(19쪽) 이 조사에서 ‘천주교인의 종교 인구 내 비율’은 14퍼센트이니,(비종교 인구 비율 50퍼센트) 비종교인의 과거 경험률(35퍼센트)에다 이 비율(14퍼센트)을 곱하면 4.9퍼센트다. 그러면 종교 인구 2500만 가운데 35퍼센트가 875만이고 이 가운데 14퍼센트이니 122만 5000명이다. 이 숫자는 2015년 천주교 교세 통계에 나타난 신자 수의 21.6퍼센트다. 일단 이 비율이 천주교 신자로 있다가 비종교인이 된 것이다.

그리고 이 조사에서 종교인 가운데 개종을 경험한 비율이 10퍼센트였다.(24쪽) 이 숫자는 종교 인구의 10퍼센트로 250만이다. 이 가운데 천주교 출신이 10퍼센트였다.(25쪽) 이 숫자가 25만이고 2015년 교세의 4.4퍼센트에 해당한다.

앞의 21.6퍼센트와 이 4.4퍼센트를 합하면 교세 통계에 나타난 신자 수의 26퍼센트가 천주교를 아주 떠난 것이다. "2015년 인구 총조사"에서는 천주교 이탈자 비율이 이 조사 결과의 1.2배나 되었다.

이렇게라도 억지 추정을 해 보는 이유는 ‘한국 천주교 통계’가 맞을 것이라 믿고 싶어 하는 이들 때문이다. 안 맞는다! 그리고 빨리 이 사실을 인정해야 더 나은 방법을 찾을 수 있다.

▲ 명동성당에서 함께 미사 드린 신자들이 밖으로 나가고 있다. (이미지 출처 = flickr.com)

4. 천주교에서 발생한 이탈자들은 어떤 이들일까? "2014 한국인의 종교" 결과에 비춰 보면 천주교 신자는 “신앙 의식이나 종교적 참여 면에서 열성적인 개신교인과 비종교인에 가까운 불교인 중간 지점에 위치한다.”(135쪽) 게다가 지난 이십 년간 신자들의 다원주의적 종교의식이 커진 것으로 나타난다. 개인화, 사사화(privatization) 경향 확대로 제도에 매이지 않으려는 태도도 강해졌고. 특히 연령으로는 20-30대, 학력에서는 고학력 신자층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다.

"2015 인구총조사"에서도 40대 이하의 종교 인구 감소폭이 전체 연령대 평균을 크게 상회했는데 천주교도 이 흐름에서 예외이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한국 천주교회 통계를 분석해 보면 ‘입교자’ 기준이긴 하지만 50대 이상이 거의 해마다 50퍼센트포인트 이상 증가한 데 반해, 40대 이하는 정체 내지 감소하였다. 입교 상황도 이러한데 이탈자들 가운데 이 연령대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것이 특별한 일은 아니라 하겠다.

그러면 이들은 왜 떠났을까? 여기에는 윤승용 박사의 분석이 적절할 것 같다. “1990년대 종교 인구 감소는 종교의 사회적 역할 축소에서 비롯된 종교 외적 문제였다.”(136쪽) 이 말이 너무 단순해서 좀 부연해 본다. 이 말은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 1987년 이후 남한에서는 시민사회가 급속히 성장하였고, 정부 부문도 부의 증가와 함께 외연을 크게 확대하였다. 이로 인해 종교의 사회적 역할, 이를테면 1970-80년대 중반까지의 민주화 운동 참여와 같은 기능이 크게 축소되었다. 그리고 종교의 자선 활동은 국가복지체계 안으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이 과거 그리스도교 아니면 할 수 없었던 사회적 역할이 축소되면서 이 역할에 참여하려고 또는 이 역할에 호의를 가지고 입교했던 이들이 기대를 접고, 혹은 새로운 현장을 찾아 떠났다는 것이다. 그래서 종교 내부 문제가 아니라 종교 외부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영향을 받아 떠났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1990년대부터의 “민주화 시대 신앙 대중은 종교 외적 요인에 의해 자신의 종교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의 방식과 신앙 취향’에 따라 종교를 선택한 여기에 대응해 종교는 자기 정체성을 강화하고 내부의 종교적 합리성과 효율성을 제고할 수밖에 없다”.(136쪽)

이 말에서 두 가지 원인을 추론할 수 있다. 하나는 ‘삶의 방식과 신앙 취향’에 따라 종교를 선택한다는 주장이다. 과거와 달리 개종자들이 종교를 선택할 때의 진지함과 절박함은 줄고 대신 언제든 옮겨 다닐 수 있는 가능성은 커졌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이러한 흐름에 종교가 특히 천주교가 ‘자기 정체성을 강화하고 내부의 종교적 합리성과 효율성을 제고’하였느냐는 것이다. 이 질문에는 쉽게 답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보기엔 ‘그렇지 못했다.’ 이렇게 본다면 이들의 이탈은 당연하고, 앞으로도 이 추이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 추정할 수 있다. (다음 호에 계속)

 
 
박문수(프란치스코)

신학자, <가톨릭평론>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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