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들, 재정확보 위한 제도적 장치 필요

▲ 경찰청이 시민단체는 물론 원내정당, 학계, 종교계, 연예계, 언론계 종사자들까지 포함된 1800여개 단체를 불법폭력시위단체로 낙인찍어 명단을 작성해 해당 부처에 통보한 사실이 드러나 반발이 일고 있다. 사진은 강희락 경찰청장.(사진/오마이뉴스 남소연)

최근 경찰청이 지난 해 6월 개최된 촛불집회를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이 시위에 관련된 단체들에 대한 정부보조금 지원을 제한하는 기준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참가단체 명단을 행정안전부와 통일부, 여성부 등 정부 부처에 통보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민주당 조영택 의원은 12일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08년 불법폭력시위 관련 단체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 명단에는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 민주당 천정배 의원실, 김태홍 임종인 전 의원 등의 전.현직 국회의원은 물론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등 국고보조금을 받는 정당도 포함됐다.또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불교평화연대, YMCA 등 종교 관련 단체와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경실련, 한국기자협회 등 시민.직능단체뿐만 아니라 부산.부천.전주국제영화제까지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밖에 1천840여개 단체가 광우병국민대책회의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불법폭력시위 관련 단체로 분류됐다. 

한편 경찰청이 제출한 명단에 포함된 천주교 관련 단체는 가톨릭노동사목전국협의회, 가톨릭청년연대, 가톨릭농민회, 가톨릭환경연대, 가톨릭노동상담소,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천주교청주교구정의평화위원회, 천주교정의구현목포연합, 천주교정의평화위원회부산지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천주교인권위원회, 천주교인천청년연대, 천정연평화통일위원회, 새 세상을 여는 천주교여성공동체, 우리신학연구소 등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겨레신문>은 "불법·폭력 시위를 벌인 일부 보수 성향 단체들은 불법·폭력 시위 단체에서 제외해 '무원칙한 선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며 "지난해 7월 MBC 앞에서 과격시위를 벌인 '대한민국 고엽제전우회'와 정당(진보신당) 사무실에 무단 침입해 당직자들을 폭행하고 기물을 부순 특수임무수행자회(HID) 등은 이 목록에서 빠졌다"고 덧붙였다. 

이 명단은 지난해 말 기획재정부가 불법시위에 참여한 단체에 보조금 지급을 제한하겠다고 결정하면서 작성된 것으로, 행정안전부는 정부 보조금 지원 대상 선정에 이 문서를 활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행안부는 최근 보조금 49억원을 지원하는 공익활동지원사업 대상에서 불법시위 참여를 빌미로 6곳을 제외 했다.

이에 대해 천정배 의원은 지난 12일 따로 기자회견을 열어 "이명박 대통령은 반헌법적이고 반민주적인 작태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천 의원은 "경찰청 자료에는 시민운동, 환경운동단체는 물론 종교단체, 심지어 부산영화제와 부천영화제 등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단체의 이름이 포함됐고, 원내정당까지 명단에 올라 있다"면서 "이는 MB정부가 헌법과 민주주의,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덧붙여 "경찰이야말로 무고한 시민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까지 불법적으로 폭행하지 않았느냐"면서 "불법폭력시위단체는 오히려 경찰 자신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항의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회경제국장은 <프레시안>과 나눈 통화에서 "너무나도 치졸하고 우스운 처사"라며, "광우병 대책회의에는 개별단체가 아닌 상급단체가 참여하면서 같이 포함된 단체가 많았다"고 밝혔다. 안진걸 국장은 "또 광우병 대책회의에 포함된 단체들 중 국민과 공익을 위해 활동해온 단체가 대부분"이라며 "이들이 공익을 위해 쓰는 돈을 삭감하겠다는 것은 반국민적인 처사"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결국 이명박 정권이 촛불 운동에 보복하고자 경찰과 행정안전부를 동원해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몰아가고 있는 것"이며, "촛불을 싫어하는 이명박 정권이 사적 감정으로 권력을 유용한 것 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천주교 인권위원회 조백기 상임활동가는 <지금여기>와 인터뷰를 통해, 이번 명단 발표가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라면서 "이명박 정부에서는 시민사회단체의 비판적 목소리를 잠재우고 길들이기 위해 여러가지 조치를 취해 왔다"면서 "그동안 재정문제로 환경운동연합에 대한 압수 수색 기소한 것을 필두로 시민사회단체를 의문시하고,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를 제약왔으며, 이번 사건은 촛불집회나 한미FTA 반대 운동에 참여한 단체들에 대해  보조금 명목으로 재정적 압박을 가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동안 시민사회단체들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 각종 프로젝트를 통해 재정을 충당해 왔던 안이한 태도를 극복할 필요가 있으며, 이들 시민사회단체들이 공적 영역에서 일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정권의 추이에 따라서 휘둘리지 않고 국가사회에서 제도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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