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아파트 건설 두고 본당과 갈등 여전

천주교 부산교구가 해운대 성당 옆의 ‘자선아파트’ 부지를 판 전액을 “가난한 이웃을 위해” 쓰겠다고 밝혔다. 30억 원 중 세금을 뺀 나머지 약 24억 원이다.

지난해 10월부터 해운대 성당 신자들은 교구가 이 땅을 팔면서 자신들과 협의하지 않았다는 절차 문제와 땅값이 너무 싸다는 등의 문제를 지적해 오고 있다.

부산교구는 1월 3일 오후 보도자료를 내 “교구 재무평의회에서는 지금보다 어려웠던 교구 초창기에도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위해 아름다운 마음으로 자선을 베풀었는데, 오늘을 살아가는 교회 공동체도 그 정신을 구현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였다”고 설명했다.

또 교구는 손삼석 총대리 주교를 위원장으로 나눔실천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어려운 처지의 사람을 돕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해운대 성당 곁에 있는 자선아파트는 낡은 2층 연립건물로, 1960년대에 한국전쟁 뒤 부산에 정착한 피난민 등을 위해 오스트리아 부인회가 지원한 사순 기금으로 지었으며, 35가구가 있다. 교구에 따르면, 해운대구 말고도 남부민동, 영주동, 아미동, 대청동, 동래 복천동에 1966년까지 부산교구가 지은 빈민주택이 있다.

▲ 해운대 성당 바오로교육관에서 내려다 본 천주교 아파트. ⓒ강한 기자

부산교구는 해운대 자선아파트 자리에 재건축사업을 추진하는 한 회사와 토지 1564제곱미터 매매계약을 2016년 9월 7일 맺었다. 이를 10월 10일에야 확인한 해운대 본당 평신도사도직협의회(평협)는 교구가 본당 공동체와 사전 협의 없이 건설업체에 땅을 판 것이 “절차적 잘못”이라고 지적하며 반발해 왔다.

또 평협은 해운대 성당과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맞붙은 이 부지에 지하 4층, 지상 36층의 주상복합 아파트 2동이 들어서면 낡은 성당 건물이 파손되고 안전사고가 있을 수 있다고 걱정했으며, 교구가 30억 원(제곱미터당 약 191만 원)에 땅을 판 것은 주변 시세에 비해 너무 싸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번 교구 보도자료에 해운대 본당과의 갈등에 대해 언급한 부분은 없다. 대신 교구는 부산교구 초창기의 빈민주택 사업 역사와 해운대구 자선아파트 부지를 팔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 데 중점을 뒀다.

교구는 “현재 여러 곳에 있는 천주교 자선 아파트는 부지만 교구 앞으로 되어 있고 그 위에 있는 집과 건물은 개인들의 소유로 되어 있다”며, 낡은 건물의 재건축이 필요한 시점에 입주자들이 요청하는 재산권 사용과 관련한 토지이용 동의에 대해 “교회정신을 가진 공동체로서 응답”해 왔다고 밝혔다.

2017년 1월 1일자 부산교구 주보 <가톨릭부산>에는 ‘”교구 30년사”에 나오는 교구 자선아파트의 역사’가 특집으로 실렸다. 교구는 앞서 2016년 11월 22일 홈페이지에 ‘천주교 부산교구의 해운대 자선아파트의 처리 경위’를 공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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