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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과 영성
구유의 혁명[박병규 신부] 1월 1일(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루카 2,16-21
박병규  |  editor@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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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02  09:5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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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냈다.... 찾아냈다....
곰곰이 되새겼다....

찾아내다와 되새겼다라는 두 동사가 오늘 복음을 가로질러 나의 뇌리와 가슴팍을 꿰뚫고 들어온다.

찾다라는 그리스말은 ‘아네우리스코(ἀνευρίσκω)’인데 뚜렷한 의지를 내포하는 탐구나 탐색의 노력을 가리킬 때 사용하는 동사다. 되새기다라는 그리스말은 ‘순테레오(συντηρέω)’로 무언가 얻어 내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가리킬 때 사용하는 동사다. 찾아나선 건 목자고 되새긴 건 마리아다. 두 동사의 목적어는 구유에 누운 아기고 아기가 처한 상황이다. 목자와 마리아는 아기 예수를 향해 각자가 각자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찾는 것이 구유에 누운 아기라는 사실은 오늘 우리에게 낯설거나 불편하다. 대개 구유를 두고 낮은 자, 겸손한 자, 가난한 자로 오시는 메시아의 진면목을 제대로 드러낸 상징이라며 진지하게 묵상한다. 덧붙여 예수는 세상과 다른 논리로 이 세상에 왔다며 세상과의 이질감 혹은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데 열중하기도 한다. 이런 생각은 예수 탄생에 대한 본질적 의미를 부정하는 것이거나 아니면 그 의미에 대해 무지한 것일 뿐이다.

예수는 철저히 이 세상 한가운데, 세상의 논리 안에 나타난 메시아였다. 유대 사회에서 죄인들로 취급받던 목자들이 찾을 수 있도록 이 세상 가장 낮은 곳에 왔고, 처녀로서 임신한, 그래서 돌로 쳐죽임을 당할 상황에 놓인 마리아가 곰곰이 되새길 수 있도록 이 세상의 가장 위험한 상황을 비껴가지 않은 게 예수의 탄생이다. 세상의 논리와 다르게 온 것이 아니라 세상의 주류가 보기 싫어하거나 회피하는 세상 속 한 계급에 집중해서 예수는 탄생한 것이다.

   
▲ 새해, 우리의 거처는 '구유'에 가까워야 한다.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교회가 중산층이 되어 간다는 우려 섞인 비판도 옛말이 되었다. 이미 교회는 중산층 이상이 모여서 잘 살고 잘 짓고 잘 먹는다.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는 본당 공동체에서 찾아보기 힘들며, 구태여 본당 밖 세상 속으로 찾아 나서야만 한다. 교회가 세상의 가난하고 억압받고 소외당하는 이들과 이미 멀리 떨어져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 되었다.

부자도, 권력자도, 지도자도 구원의 대상이라며 살갑게 대해야 한다는 논리도 일면 수긍이 간다. 허나 예수가 당시 기존 지배체제와 정치사회적 갈등을 겪고 그 갈등으로 십자가 죽음을 맞았다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가난한 노동자의 임금이나 인권을 외치면 부자들의 이기심은 무척 강력하게 작동하기 시작한다. 최저임금을 두고 매년 되풀이 되는 노동계와 전경련의 갈등이 구체적 예다. 부자와 가난한 자의 갈등 속에 예수는 태어났고 죽어 갔다. 예수의 탄생은 이미 부와 권력의 관점에서 보면 죽음이고, 가난과 억압의 관점에서 보면 혁명이나 저항에 가깝다. 기존 정치사회적 체제, 그것이 더 잘 벌고, 더 잘 입고, 더 잘 먹는 것을 성공이나 행복으로 결론짓게 만드는 체제이고, 그 체제를 그대로 둔 채 구유에 태어난 예수를 경축하고 기념한다면 우리는 구유의 가난함을 경멸하는 것이거나 가난에 대한 관심을 제 부의 증식을 위한 탐욕의 가리개로 사용할 뿐이다.

예수의 탄생을 기뻐하거나 묵상할 때, 우리 사회의 하층민이나 소외 계층을 찾아 나서는 실질적 노력이 부재한다면, 우리는 예수를 죽인 이들의 대열을 제 거처로 삼고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새해, 우리의 거처는 ‘구유’에 가까워야 한다.

 
 

박병규 신부(요한 보스코)

대구가톨릭대학교 인성교육원 소속.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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