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수가 본 교회와 사회 - 47]

통계청 보도 자료에 실린 내용 가운데 아직 설명하지 않은 몇 가지 정보들을 더 분석해 본다.

1. 성별 종교 현황

종교 인구의 남녀 성별비율 추이를 살펴보면 남자는 1995년 46.6퍼센트에서 2005년 49.3퍼센트로 2.7퍼센트포인트 증가하였으나 2015년에는 39.4퍼센트로 2005년 대비 9.9퍼센트포인트 감소하였다. 여자는 1995년 54.2퍼센트에서 2005년 56.4퍼센트로 2.2퍼센트포인트 증가하였다가 2015년에 48.4퍼센트로 2005년 대비 8.0퍼센트포인트 감소하였다.

남자가 여자에 비해 감소 비율과 증가 비율 모두에서 앞섰다. 그러나 이 결과는 큰 의미가 없다. 남성들이 그동안의 조사에서 여성들에 비해 어렵게 종교를 갖고 쉽게 버리는 경향을 나타내 왔기 때문이다.

2. 연령대별 무종교인 비율

이번 조사결과에서 ‘무종교인 비율’을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20대’가 64.9퍼센트로 가장 많았고, 이어 ‘10대’ 62.0퍼센트, ‘30대’ 61.6퍼센트, ‘40대’ 56.8퍼센트 순으로 나타났다. 총인구에서 무종교인 비율이 56.1퍼센트였으니, ‘40대 이하’의 연령대들은 모두 평균보다 높은 무종교인 비율을 기록한 셈이다. 반면 ‘70세 이상’에서는 무종교인 비율이 41.8퍼센트로 가장 낮았고, 이어 ‘60대’ 42.3퍼센트, ‘50대’ 49.3퍼센트 순으로 높아졌다.

2005년과 비교하면 모든 연령대에서 무종교인 비율이 평균 9.0퍼센트포인트 증가하였다. ‘40대’가 13.3퍼센트포인트로 가장 많이, 이어 ‘20대’ 12.8퍼센트, ‘10대’ 12.5퍼센트, ‘50대’ 11.9퍼센트, ‘30대’ 9.5퍼센트, ‘60대’ 5.6퍼센트, ‘70세 이상’ 4.8퍼센트 순으로 나타났다. ‘50대 이상’에서는 ‘50대’만 평균 이하의 감소율을 기록하였다. 그러나 ‘40대 이하’는 모든 연령대에서 평균 비율 이상 감소하였다.(통계청 보도자료 16쪽, 표 11 참조)

이 결과는 한국 종교의 미래와 관련하여 다소 의미가 있다. 우선 ‘40대 이하’의 무종교인 증가비율이 평균 12.25퍼센트로 전체 연령대 평균 9.0퍼센트를 3.25퍼센트포인트 초과하였다. 반면 ‘60대 이상’(‘60대’+‘70세 이상’)은 5.2퍼센트포인트 감소해 전체 연령대 평균 9.0퍼센트 절반을 조금 넘었을 뿐이다.

최근까지 종교 인구 성장을 주도해 왔던 이 연령대에서까지 무종교인 비율이 늘어남으로써 종교 인구 감소 추이가 일시적 현상이 아닐 가능성이 높아졌다. 게다가 젊은 층의 종교이탈 비율이 지난 10년 사이 급격히 높아졌고, 연령대가 아래로 내려갈수록 이 비율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30대 이하’의 무종교인 비율을 종교 인구 감소를 예측케 하는 선행지표라 할 때, 한국의 무종교인 비율은 시간이 갈수록 더 높아질 것 같다. 아마도 2005년이 남한 종교 인구의 정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개신교에서 신자들이 예배 드리는 모습. (이미지 출처 = CBS뉴스 동영상 갈무리)

3. 종교별 인구

지난 호 〈표 1〉에서 불교가 2005년 남한인구 대비 23.2퍼센트를 정점으로 2005년 22.8퍼센트, 2015년 15.5퍼센트로 지속 하락해 온 사실을 확인하였다. 특히 불교는 지난 10년 동안의 감소 폭이 총인구 대비 7.3퍼센트포인트나 돼 전체 종교 인구 비율 하락을 주도하였다. 천주교는 2005년 총인구 대비 신자 비율 10.8퍼센트에서 2015년 7.9퍼센트로 2.9퍼센트포인트 줄어 불교와 함께 종교 인구 비율 하락을 주도하였다. 개신교만 2005년 18.2퍼센트에서 2015년 19.7퍼센트로 모두의 예상을 깨고 반등에 성공하였다.

천주교 신자 수 추정에 대하여는 이미 설명하였으므로 생략하고, 왜 불교가 급격히 하락하고 개신교는 전반적인 종교 인구 정체, 하락 국면에서도 홀로 성장하였는지 해석해 본다.

솔직히 원인을 알지 못한다. 지난 4월 총선결과를 어느 전문가도 예측할 수 없었듯이 말이다. 다만 개신교가 여전히 많은 한국인들에게 종교 입문의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정도만 말할 수 있을 뿐이다.

사실 종교 전문가 대부분은 종교 안팎의 여러 지표들이 부정적이어서 종교인 비율이 감소할 것이라 예측하였고, 특히 개신교는 2005년에 이어 2015년에도 하락해 대세 하락국면임을 보여 줄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개신교 연구자들이 더 그랬다. 그런데 결과는 반대 였다.

이 대목에서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이 2005년 인구 총조사 때부터 바뀐 설문지의 종교 표기법이다. 그때부터 이전 조사지에서 표기하던 ‘기독교’, ‘천주교’ 방식이 ‘기독교(개신교)’, ‘기독교(천주교)’로 바뀌었다. 그래서 개신교 신자들이 ‘기독교(천주교)’에 100만 명 이상 ‘오기’(誤記)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그렇게 가정하면 개신교 인구는 2005년에 950만 명대가 되고, 지난 10년 사이 근소한 성장 내지 정체를 경험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동시에 천주교 신자 수가 교적 숫자보다 많았던 문제도 설명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해도 문제는 남는다. 지난 기간 한국 종교 가운데 개신교에 악재가 가장 많았고, 아직도 시민들의 개신교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내부에서도 ‘가나안 성도’ 현상이 커지는 점을 지속적으로 걱정해 왔다. 그런데 이런 결과가 나왔으니 결과에 의문을 품는 게 당연하다.

어떻든 불교 인구 감소와 개신교 인구 증가로 전체 종교 인구 구성에서 그리스도교(개신교+천주교) 비중이 더 높아졌다. 불교는 2005년에 남한 인구의 22.8퍼센트, 종교 인구 안에서 43.2퍼센트를 기록하였는데, 2015년에는 남한 인구의 15.5퍼센트, 종교 인구 안에서 35.3퍼센트로 비중이 낮아졌다. 반면, 그리스도교는 2005년 남한 인구의 29.0퍼센트, 종교 인구 안에서 54.9퍼센트를 기록하였다가, 2015년에 남한 인구의 27.6퍼센트, 종교 인구 안에서 62.9퍼센트를 차지하여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졌음에도 종교 인구 안에서는 비중이 오히려 더 높아졌다(8.0%P 증가). 지금까지도 그리스도교의 영향력이 컸는데, 앞으로도 당분간 이 영향력이 지속될 전망이다.

고령자들이 선호하는 불교 입장에서 보면 한국 사회의 고령화 경향에도 신자 수가 현저하게 감소한 점에 주목해야 할 것 같다. 불교에 별 관심 없는 50대 이하에서 큰 폭의 감소가 이뤄진 점도 불교의 정체 내지 추가 감소를 예상케 한다. 아무튼 이번 결과는 한국 종교들 가운데 불교에 가장 큰 경각심을 갖게 했다.

4. 지역별 종교 인구 비율

천주교의 경우 권역별로 총인구 대비 신자비율을 살펴보면 수도권이 9.73퍼센트로 가장 높았고, 이어 제주 7.9퍼센트, 충청 7.25퍼센트, 호남 7.17퍼센트, 영남 5.34퍼센트 순으로 낮았다. 이를 광역시와 ‘시.군부’로 비교해 보면 ‘광역시’의 신자비율 평균은 7.64퍼센트, ‘시.군부’ 평균은 6.63퍼센트였다. 천주교는 수도권, 광역시 이상 대도시에 사는 신자들 비율이 높은 전형적인 도시 종교인 셈이다.

종교 인구 전체로 보면 불교는 전통적으로 영남 지역에서 강세였는데 이번에도 구성 비율이 좀 낮아지긴 했어도 영남에서 강세를 보였다.(울산 29.8퍼센트, 경남 29.4퍼센트, 부산 28.5퍼센트, 경북 25.3퍼센트, 대구 23.4퍼센트) 반면 수도권과 호남에서는 약세였다.(서울 10.8퍼센트, 경기 10.7퍼센트, 인천 8.8퍼센트, 전북 8.6퍼센트, 전남 10.9퍼센트)

개신교는 호남과 수도권에서 강세를 보였고,(전북 26.9퍼센트, 서울 24.2퍼센트, 전남 23.2퍼센트, 인천 23.1퍼센트, 경기 23.0퍼센트) 영남, 충북에서 약세였다.(경남 10.5퍼센트, 경북 13.3퍼센트, 부산 12.1퍼센트, 대구 12.0퍼센트, 울산 10.9퍼센트, 충북 15.5퍼센트) 개신교의 지역별 신자분포 차이는 일제 강점기 때의 선교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무종교인 비율은 광주광역시가 61.1퍼센트로 가장 높았고, 이어 충북 60.0퍼센트, 전남 59.3퍼센트, 강원.충남 각 58.7퍼센트, 제주 58.0퍼센트, 인천 57.9퍼센트, 세종자치시 57.8퍼센트, 경기 56.7퍼센트, 대전 56.2퍼센트, 대구 55.8퍼센트, 경북 55.4퍼센트, 경남 55.1퍼센트, 전북 55.0퍼센트, 울산 54.5퍼센트, 서울 53.6퍼센트, 부산 53.1퍼센트 순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도 기존의 추세와 거의 일치하는 것이어서 큰 의미는 없다. 통계청에서 공개한 자료가 여기까지이니 결과 소개는 이 정도로 그치고 이번 조사결과의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 불교는 '마음으로 믿는 이들'이 많고 응집력이 떨어져 신자들이 소속감을 갖지 못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5. 2015 인구 총조사 결과의 의미

이상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통계청에서 공개한 정보 가운데, 성별 종교인 비율, 지역별 종교인 비율은 큰 의미가 없었다. 그러나 종교 인구가 급격히 감소한 점, 40대 이하 연령대에서 무종교인 비율이 높아진 점, 불교 인구의 현저한 감소와 개신교 인구의 ‘나홀로’ 성장은 해석이 필요한 정보였다.

먼저, 종교 인구가 급격히 감소한 원인은 그동안 연구자들이 계속 분석해 왔듯이 ‘세속화’와 ‘영성의 시대’로 대변되는 ‘탈 제도적 종교성’의 확대일 가능성이 높다. 경제난이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도 있다. 젊은 연령대에서만 신자 비율이 줄었다면 앞의 세속화, 탈 제도적 종교성이 영향을 주었다고 보았을 텐데 고령층에서도 감소하였으니 말이다. 이 외에도 기성 종교들이 감당하거나 부응할 수 없는 사회적 요청들이 많아진 측면도 있을 것이다. 이 가운데 어느 원인이 크다고 특정할 순 없지만, 분명한 사실 하나는 기성(제도) 종교들이 이 탈 제도적 종교성의 흐름을 거스르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점이다.

천주교는 앞에서 추정한 세 가지 방식을 다 동원해도 교세의 정점을 지났거나 지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천주교 통계에 계속 누적되는 신자 수를 더 이상 믿어선 안 될 것 같다. 이번 결과를 다 믿긴 어려워도 신자 수가 교세보다 적게 나온 사실은 믿어야 한다. 본래 적게 나오는 것이 맞다.

이 때문에 현재 교적신자 수의 1/3은 떠났고, 남은 2/3 가운데 절반 이상이 사실상 냉담이라는 현실을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교세가 정점을 지나 하락국면에 접어들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하락 폭이 더 커질 것이 예상되기에 하루라도 먼저 이 사실을 인정하고 대책 마련을 서두르는 것이 현명하겠다.

둘째, ‘40대 이하’의 모든 연령대에서 무종교인 증가 비율이 높았던 사실이다. 이 점은 종교 인구 감소의 선행지표라는 맥락에서 해석해 보았는데 가장 타당한 분석이라 생각한다. 젊은 층의 종교이탈 비율이 다른 연령대보다 높은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왜 지난 시기에 다른 연령대들보다 급격하게 하락했는가에 대하여는 아직 설명이 충분치 않다. 지난 기간 진행된 금융위기, 장기 불황이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셋째, 불교 인구 감소에 대한 해석이다. 여러 차례 말했듯이 불교는 한국 사회에서 고령층의 종교였다. 그런데 최근 고령층이 불교보다 천주교와 개신교를 선택하고 있다. 그리스도교가 도시에 주로 분포하고 있고, 고령층의 욕구에 더 민감한 선교 방식을 취하고 있는 점이 영향을 주는 것일 터.

불교는 그리스도교와 같이 신도들을 매주 동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흔히 말하듯 ‘마음으로만 믿는 이들’이 많아 응집력이 떨어진다. 사회변화에도 둔감하다. 한국사회에서 이렇다 할 역할도 그리스도교에 비해 많이 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막연한 호감을 갖고 있던 이들이 이번에 소속을 거부한 것 같다. 내부에서 이번 결과도 많은 숫자라 평가하는 이들이 있으니 미래를 낙관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개신교의 나 홀로 성장을 어떻게 볼 것인 가인데 현재의 결과가 나름 개연성이 있다. 개신교 목회자 숫자가 이십만을 넘고, 교회 숫자도 7만여 개에 이른다. 천 명 이상이 되는 대형교회는 그리 많지 않지만 작은 규모의 교회들이 가족, 친지 단위로 적은 숫자지만 낮은 사회적 평판에도 신앙을 유지하고 있다. 아마 이 점이 개신교가 신자 수 변동이 크지 않은 이유일 것이다. 천주교는 2005년의 결과가 과한 것이었다면 개신교는 실제보다 적었을 것이다. 그래서 제대로 나왔으면 개신교도 2005년이 정점이고, 이번 조사에서 현상 유지 내지는 근소한 감소가 되는 게 맞았을 것이다.

시간이 흘러 개신교도 감소는 불가피하겠으나 600만 명 이하로는 쉽게 내려가지 않으리라는 것이 나의 분석이다. 일단 이번 결과를 축하한다. 다만 내부에서 걱정하고 있듯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는데 교세가 이 정도를 유지하면 더 변하지 않으려 할 테니 한국의 종교문화와 한국사회에는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빚을 것 같다.

 
 
박문수(프란치스코)

신학자, <가톨릭평론>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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