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현진 주교, "재만 남아도"

옥현진 주교가 대통령 탄핵 등 현 시국 속에서 세월호참사와 백남기 사건을 잊지 말자고 당부했다. 또한 "우리 안의 최순실"을 되새기고, 앞으로 사회교리 교육을 일반화하겠다고 밝혔다.

광주대교구 옥현진 보좌주교는 대교구가 대림 시기를 맞아 21일 연 특강에서 '현 시국과 그리스도인의 희망'에 대해 강연했다.

옥 주교는 이 시대에 우리에게 희망이 있었냐고 묻고, 희망이 없었다면 언론, 법조계 등을 비롯해 진실을 제대로 알 수 없었던 환경에 있었던 때문이라며, “우리를 둘러싸고 있던 언론의 현실을 제대로 봐야 한다. 최근 진실을 밝히는 보도 이전에 우리는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했고, 개성공단 문제, 사드 배치 등에 대해 당황하면서도 사실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옥 주교는 검찰도 권력의 도구였고, 물질중심주의 가운데 대기업, 재벌은 강자독식 체제로 금권을 이어오고 있었으며, 우리 개인들 역시 자본에 대한 욕망은 끊임없이 끓어오르고 있다면서, “우리는 모두 지극한 사랑을 받은 금수저다. 그런데 그 사랑으로 빛이 되지 못하는 것은 물질주의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그는 “힘 있는 이들에 기대어 자신들의 삶을 살려는 이들이 없을까”라며, “우리에게는 최순실과 같은 마음이 없겠는가. 이 마음을 없애지 않는다면 우리의 내일은 없을 것”이라고 성찰을 요구했다.

▲ 21일 옥현진 보좌주교는 대림 시기를 맞아 '현 시국과 그리스도인의 희망'에 대한 생각을 신자들과 나눴다. ⓒ정현진 기자

옥 주교는 세월호 참사, 백남기 농민의 죽음 등을 언급하며, “여전히 사건의 원인을 밝히지 못했다. 우병우를 비롯한 권력 실세가 이를 밝혀야 하냐며 진상규명을 방해한 정황이 밝혀졌다. 권력은 진실규명을 두려워하고 대통령도 말이 없다”며 “기억하겠다는 우리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중고등학생도 나서는 마당에 우리가 노란 줄을 묶으며 했던 약속을 지켜야 한다. 아직 미수습자들이 있고, 우리는 다음 세대에 했던 약속을 지켜야 한다. 잃은 양을 찾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옥 주교는 또 사회교리가 성경 안의 가르침이자 그리스도인의 생활지침이라면서, "신앙인이라면 사회교리를 따라 교회의 가르침과 일치된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앞으로 사회교리 교육을 일반화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교회는 예언자의 소명을 다했는가? 교회 역시, 이것은 교회 문제가 아니라고 침묵해온 것은 아닌가라고 물어 봤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스스로도 주교라는 책무로 이야기를 조심하고 정치인의 몫으로 맡겼다”며, “예수는 복음에 기초해 용서하고 사랑하는 태도로 살았지만 그 행적 역시 정치적으로 보였다. 그래서 정치인들의 도구인 십자가형을 받았다. 우리는 서로 잡은 손을 놓지 말고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

▲ 21일 옥현진 주교의 '현 시국과 그리스도인의 희망' 특강에 참석한 신자들. ⓒ정현진 기자

그는 “과연 희망은 있는가”라고 자문하면서,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를 듣고 가만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나선 거리에서 많은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들을 만났다고 했다. “다 타고 재만 남아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것이 말하고 싶은 희망이다. 우리의 희망은 널리 퍼지고 생각보다 멀리 갈 것”이다.

또 “교회는 세상이 할 수 없는 일을 껴안아야 한다”며, “모두 꺼지지 않는 촛불을 마음 속에 간직해 달라. 바위를 뚫는 생명력, 믿음으로 사제들은 사제들의 자리를 지킬 테니, 신자, 수도자 모두도 각자의 자리를 지켜 달라. 하느님은 우리를 지켜보고 있고 우리는 그 안에서 살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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