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푸아의 성탄 구유

자치 확대 문제로 소요사태를 겪고 있는 인도네시아령 파푸아에서 성탄 구유가 평화를 바라는 주민들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동쪽, 호주 북쪽에 있는 뉴기니 섬 동반부는 파푸아뉴기니이지만 서반부는 인도네시아령으로 파푸아 주와 서파푸아 주, 두 주가 있다. 이 두 곳은 전에는 “이리안자야”로 불렸는데, 파푸아인들에 의한 분리독립운동이 오래전부터 있어 왔고 근래는 자치 확대로 목표를 바꾼 상태다.

이를 진압하려는 인도네시아군에 의한 인권침해가 국제사회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자야푸라에 사는 안토 베로페라이(31)에 따르면, 파푸아인들은 평화를 바라는 자신들의 마음을 세계에 알릴 기회가 별로 없다. 공들여 성탄 구유를 만드는 것이 이러한 몇 안 되는 기회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구유는 우리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의미가 깊다. 공포 속에 사는 사람들이 많아서다.”

“우리는 12월 초에 길가나 교회 안, 또는 사람들 집 옆 언덕에 구유를 만들기 시작한다. 이 전통은 30년 전쯤부터 시작됐는데, 누가 시작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갈수록 더 넓게 퍼지고 있다.”

구유가 평화의 표현이기는 하지만, 인도네시아군이나 경찰이 폭력을 휘두르는 것을 막지는 못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전체적으로는 이슬람인이 다수이지만 그리스도교인이 다수인 지역이 일부 있는데, 파푸아도 그 가운데 하나다.

2년 전에는 고등학생 세 명이 인도네시아군의 총에 맞아 죽었다. 청년들이 자야푸라에 있는 한 구유 옆에서 성탄 노래를 부르거나 듣고 있다가 언쟁이 벌어진 뒤였다.

베로페라이에 따르면, 사람들은 그 사건을 자신들의 그리스도교 신앙과 문화에 대한 공격이자 협박으로 받아들였다.

▲ 자야푸라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는 집 밖 또는 건물 밖에 구유를 만들어 평화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미지 출처 = UCANEWS)

“사람들은 겁내지 않는다. 계속 이런 구유를 만들고 있다. 파푸아인들도 평화를 사랑한다는 것을 세상 사람들이 알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자야푸라에서 한 청소년단체의 간사를 맡고 있는 오타 룸베크완은 구유를 만드는 것이 청소년들에게도 긍정적 효과를 준다고 했다. 이런 일이 없으면 술을 마시고 말썽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 많은 사람들이 술을 마신다. 하지만 성탄 시기때처럼 젊은이들이 교회활동을 하면 그런 나쁜 습관을 멀리하게 된다.”

자야푸라 교구의 평신도 지도자인 니코 로코발은 오지의 여러 교회에 만드는 구유는 주민들이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모두 참여하고 있으며, 심지어 다른 종교인도 참여한다고 했다.

"서로 다른 단체, 종교, 정당에 속하고 있어도 구유를 함께 만들면서 우리는 한 믿음의 공동체로 하나가 된다."

그는 어떤 곳에서는 예수와 마리아, 요셉의 모습을 파푸아인의 피부색에 맞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 파푸아에서의 크리스마스가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

기사 원문: http://www.ucanews.com/news/papuan-nativity-scenes-send-out-messages-of-peace/77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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