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의 특별희년 폐막에 즈음한 교서, '자비와 비참' 번역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비의 특별 희년 폐막에 즈음한 11월 20일 ‘그리스도 왕 대축일’에 발표한 교서, ‘자비와 비참’이 번역돼 나왔다.

예수가 간음하다 붙잡힌 여성을 만난 이야기(요한, 8,1-11)에 대해 아우구스티노 성인이 설명하면서 쓴 두 단어, ‘자비와 비참’으로 시작한 교서는 복음의 이 장면에서 추상적인 죄와 판결이 아니라 “구체적인 죄인과 구원자가 만났다”며, “죄의 비참이 사랑의 자비를 입었다. ... 그 누구도 자비에 조건을 내세울 수 없으며, 자비는 언제나 하느님 아버지의 무상의 활동, 무조건적이며 과분한 사랑의 활동”이라고 했다.

교서에서 교황은 슬픔과 외로움에 빠지고, 불확실한 미래에 볼모로 잡힌 젊은이들과 굶주리고 목마른 이들, 먹을 것이 없는 어린이와 일자리, 안식처를 찾아 이주하는 이들을 언급하면서, “교회는 예수가 마지막 순간에 내어 준 ‘그리스도의 속옷’이 되어 세상의 헐벗은 이들과 연대하고 그들이 빼앗긴 존엄을 되찾도록 돕는 데 헌신하라”고 당부했다.

또 “실업이나 저임금, 살 집이나 땅의 결핍, 신앙이나 인종, 사회적 지위 때문에 차별을 당한 경험은 인간 존엄을 공격하는 여러 상황 중 일부일 뿐”이라며, “이같은 (존엄에 대한) 공격에 대해 그리스도인들의 자비의 활동은 무엇보다 먼저 관심과 연대로 응답하는 것이며, 자비는 사회적 특성을 지녔으므로 우리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서 있기만 하지 말라고 요구한다”고 했다.

교황은 특히 "복음의 기쁨" 27항의 ‘사목 쇄신’을 강조하고, “자비를 거행하라는 부르심에 대한 응답”으로 사제들의 강론, 성경, 고해성사를 통한 은총을 강조했다.

▲ '희년'. 교황은 교서를 통해 "자비는 수많은 사람들의 존엄을 회복하는 데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도록 재촉한다"고 했다. 앙리 르죙, 1819-1904. (이미지 출처 = wikiart.org)

이와 더불어 교황은 “낙태 죄의 사면 권한을 앞으로도 모든 사제에게 주고, 성 비오 10세회 사제들의 성당 신자들의 죄를 성사적으로 사면받을 수 있도록 한다”고 했다. 낙태죄에 대한 사면권은 원래 교구장 주교에게 있으며, 한국을 포함한 세계 많은 지역에서는 이미 교구장의 위임으로 사제들에게 이 권한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들도 많이 있었다. 교황은 이 교서로서 이 권한을 모든 사제에게 준 것이다.

교황은 “지금은 자비의 창의력을 발휘해 은총의 열매인 새로운 활동을 시작할 때”라며,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을 위로하고 지원하는) 자비의 육체적, 영적 활동은 사회적 가치인 자비의 커다란 긍정적 가치를 계속 증언하고 있다. 자비는 우리가 수많은 사람의 존엄을 회복하는 데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도록 재촉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교황은 “사회적으로 배척된 이들을 위한 희년”에 비추어 또 다른 가시적 표징으로 교회 전체가 해마다 연중 33주일에 ‘세계 가난한 이들의 날’을 거행할 것을 제안하고, “이날은 공동체와 모든 세례받은 이가 복음의 핵심이 가난인 이유를 생각하고, 라자로가 여전히 우리들의 집 앞에 누워 있다면 정의나 사회적 평화는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며, 이날은 새로운 복음화의 참된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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