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민주화-근본적 정체성 회복의 길 6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체제 속에 살고 있다. 교회도 이 체제 속에 현주소를 두고 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교회의 구성원인 우리 모두 똑같은 국민으로 사회체제와 교회라는 제도적 틀 속에 살아가고 있다.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주권재민의 원칙 안에서 효력을 발생한다. 주권재민의 구체적인 힘은 공정한 투표행위로 발생된다. 따라서 정의와 양심과 진실을 바탕으로 이뤄진 투표에 의한 결의들은 법적 구속력을 지니게 된다. 그리고 이로부터 공동선을 위한 공권력의 당위성이 확보 된다. 그러나 우리 교회 내에 구속력이 있는 투표행위가 있는가? 교황선거가 바로 다수결의 진행처럼 세상에 알려져 있다. 권모술수, 향응, 뇌물이 있을 수 없는 인류 역사 안에서 가장 완전하고 깨끗한 선거의 전형으로 인정받고 있다. 한국사회의 혼란한 지도자 선출을 보고 “교황선거처럼 하라”고 충고하기도 한다. 그러나 막상 교회 내의 교의, 윤리, 교회법 등등의 사안에 대해 공정한 투표와 다수결 원칙으로 결의하였다는 사실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교황 무류권, 아직도 논쟁

예를 들어 니케아공의회(325년)는 250명의 동방 주교들과 서방의 소수의 주교들이 참석하여 니케아 신경을 의결했는데, 반대자들은 이단자로 단죄되어 잔인한 박해를 받았다. 또 제 1차 바티칸공의회(1870년)의 ‘교황의 무류권 문제’는 1,000명 이상의 주교들 중에 1차로 451명만 찬성했고, 교황청의 설득 작업으로 2차 투표에서 535명이 찬성표를 던졌고, 나머지는 투표를 거부하고 귀국했다고 한다. 이 ‘무류권’ 문제는 137년이 지난 오늘날 아직도 반론의 여지가 있는 교의로서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그리고 교황 바오로 6세의 교서 ‘인간 생명’(Humanae Vitae, 1968년)은 특히 피임과 관련해 찬반여론이 심했고 교회 내외에 엄청난 파문을 던지고 있다. 교서 발표 전에 교황청 신학자 19명이 심의하면서 12명은 반대, 7명은 찬성했다. 그리고 최종투표에서 16명의 주교 중에 9명은 피임에 대한 교회입장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반대 의견이 3명, 기권이 3명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교서가 원안대로 확정되고 발표되자 그 반발과 파장은 너무나도 컸다. 교황은 부부의 사랑과 침실문제에 관여하지 말라고 비꼬는 기사도 등장했다. 1986년 미국의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인공 산아제한 찬성(68%), 이혼자 재혼 찬성(77%), 여성사제 서품 찬성(47%)에 대한 의견이 널리 공감대를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신자들의 경우에 이 교서와는 전연 무관하게 90% 이상이 인공피임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태아와 임신문제는 교회의 권위와 무관하며 사목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신학자들도 있다.


한국교회의 경우는 현안문제에 대한 의견 수렴과정은 어떠한가? 시급한 현안문제는 주교회의에서 협의하여 교서 또는 담화문의 형태로 발표하는데, 그 협의 과정에 대하여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항상 만장일치의 비민주적인 결과만 보도하기에, 기자들은 주교들의 성분을 짐작하여 찬성과 반대의 숫자를 추측보도 하기도 한다. 교구사제총회도 의결권이 전연 없다. 오직 교구장만이 할 수 있다. 일선 본당의 행정과 인사도 마찬가지다. 오직 본당신부만이 전결권이 있다. 교구사제평의회, 참사회, 사목회… 등 모두 자문회의로서 요식 행위일 뿐 의결권이 없고, 투표행위 자체도 참고의 대상일 뿐이다. 각 국가의 주교회의 주교 의결사항이나, 교구 시노드 의결안, 주교 시노드의 안까지도 그 결정권이 모두 교황청에 유보되어 있다. 획일화 되어 있는 체제, 모든 권한이 한 사람(교황, 교구장, 주임신부)에게 집중되고 독점된 이유는 무엇인가? 교회의 일치 때문인가? 2천년동안 유지된 교도권의 전승 때문인가? 불변의 교의(Dogma)를 지키기 위해서인가?

교회법 누가 어떻게 제정, 잘 몰라

오늘날처럼 모든 지식정보가 열려있고, 수시로 변하며 발전하는 시대의 흐름 안에 자리한 교회가 교권을 교황 1명, 교구장 1명, 주임신부 1명에게 집중시키고 있는 현실을 두고 과연 정당하고 보편적인 가치를 구현되고 있다고 할 수 있는가? 투표에 의해 위임된 권력으로 움직이는 전 세계의 국가형태와 전혀 다른 교도권, 교정권의 독점문제는 일단 재고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교회법(1,600조 이상)도 누가 어떻게 제정하였는지 알고 있는 성직자들도 드물고 평신도는 거의 모른다. 이것을 하느님 백성, 천주교 신자이기에 의무적으로 지키라고 가르치더라도 구속력은 별로 없어 보인다. 더욱 안타까운 현실은 교회의 고위 성직자들이 2천년 전승의 제도교회를 유지하기 위해서 이런 방법이 최고의 가치라고 맹신하는데 있다. 교회 행정, 교구장 선출도 교황선거 방식으로, 즉 유권자의 투표로 이뤄지는 교회모습을 기대하고 싶다.

/안승길 2008.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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