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계, "하야까지 또 떠넘겨" 비판

“대통령직 임기 단축과 진퇴 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

박근혜 대통령이 11월 29일 오후 2시 30분 3차 대국민담화에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국회에 정권 이양 방안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약 4분 진행된 대국민담화에서 박 대통령은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놨다”며, “여야가 논의해 국정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준다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또 박 대통령은 “제 불찰로 심려를 끼쳐 사죄드린다. 분노를 다 풀어 드릴 수 없다는 생각에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면서도, “단 한순간도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았다. 하지만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은 큰 잘못이며, 가까운 시일 안에 사건에 대한 경위를 소상히 밝히겠다”고 했다.

“국회에 공을 넘겨 더 큰 혼란 초래한 뒤, 시간 벌겠다는 것”

이번 국민대담화는 사퇴를 언급했지만,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의 통합과 여야 간 분열을 통한 시간벌기이며, 스스로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총무 배인호 신부(안동교구)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결국 자기 잘못은 없다는 것이고, 스스로 물러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국민들의 의사를 무시하는 것이다. 물러날 의사가 있다면 스스로 일정을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 신부는, “자신으로 인해 생긴 혼란을 국회에 떠넘김으로써 국회가 분열되는 더 큰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며, “국민들은 대통령 스스로 퇴진할 것을 요구한 것인데 국회 뒤에 숨겠다는 것이다. 정말 국민을 생각한다면 깨끗하게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 그 정도 결단을 못하는 대통령은 대통령이 아니”라고 말했다.

사제단 대표 김인국 신부(청주교구)는 “하야 결정은 대통령 본인의 일이고, 국회는 탄핵을 발의하는 곳임을 모르나”라면서, “용서를 위해서는 성찰, 통회, 결심, 고백의 단계가 필요하다. 그러나 대국민담화에서는 그 어떤 단계도 담겨 있지 않다. 결국 국민을 무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촛불은 계속 되어야 한다. 민주주의가 저 멀리 보이지만 우리의 갈 길은 아직 한참 남았다. 이제 대림 1주인데, 성탄 선물을 받기에는 너무 이르지 않은가. 주님이 오실 길을 위해 계속 싸워야 한다”고 했다.

▲ 박근혜 대통령 3차 대국민 담화 모습. (이미지 출처 = JTBC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또 대구대교구 정평위원장 신종호 신부 역시 “자신의 거취를 다른 이들에게 넘긴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지금까지의 모든 국정이 비선실세에 의해 결정됐다는 것이 분노의 핵심인데, 거취 문제를 국회에 넘긴다는 것은 더욱 분노할 일”이라며, “촛불 민심은 그런 이유 때문에 자리에서 내려오고 책임지라는 것인데, 또 그것을 거스르고 있다”고 말했다.

신 신부는, “여야가 합의한 일정에 따라 움직이겠다고 하지만, 이정현 대표가 지금까지 대표직을 내려놓지 않은 이유가 바로 이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것 아닌가”라고 지적하며, “여당이 합의를 해 줄 것인가. 지리멸렬한 싸움이 될 것이다. 정말 사악한 정치 형태”라고 비판했다.

정치권도 입장을 밝혔다. 먼저 새누리당은 대통령이 국민의 뜻을 받는 것이라며, 질서 있는 정권 이양을 위해 논의해야 한다면서도, 그 방법이 탄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탄핵에 찬성했던 비박계 설득에 나서는 등 탄핵을 재검토할 뜻을 비쳤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대통령이 이다지도 민심에 어둡고 국민을 무시할 수 있는가”라고 대통령을 비난했다. 29일 의원총회에서 추 대표는 “검찰이 빼곡하게 30장의 공소장에 대통령을 공동정범, 주도적으로 지시한 피의자라고 했는데, 대통령은 겨우 718자에 해당하는 짤막한 답변을 했다”고 지적했다.

또 그 내용에 아무런 반성과 참회가 없다며 조건없는 하야가 민심이고, 즉각 퇴진이 국정을 수습하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추 대표는 “절대로 사익을 추구한 바 없다”는 발언은 범죄사실을 부정한 것이며 “자신과 무관, 측근을 잘못 관리한 탓”이라는 말로 모든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꼼수에 끝까지 매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은 탄핵절차에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당은 손금주 수석대변인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적인 퇴진을 원한다. 탄핵을 앞둔 대통령의 꼼수를 경계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대국민담화에 이은 브리핑에서 손 대변인은 “국민은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적인 퇴진을 원한다. 질서 있는 퇴진조차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를 지켜 주기 위한 것은 아니”라며, “진퇴결정을 국회에 맡긴다는 대통령의 임기 단축 발언은 탄핵을 앞둔 대통령의 꼼수일 뿐이다. 대통령은 여러 수사를 동원해서 국회에 공을 돌리고 있으나 결국 탄핵을 막겠다는 얘기일 뿐”이라고 해석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정말 국정공백을 걱정한다면, 책임총리 수용과 함께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약속을 했어야 한다. 여야 정치권에 맡긴다는 것은 여야 합의가 안 될 것을 예상한 대통령의 마지막 승부수일 뿐”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다음 달 1일까지 스스로 퇴진일정을 발표해야 한다. 국민의당은 일관되게 주장해 온 질서 있는 퇴진을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사태의 장기화를 막기 위해 탄핵을 통한 국정정상화 역시 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SNS를 통해 “(대국민담화는) 나는 여전히 대통령이며 국회에서 합의 못하면 임기를 다 채울 것”이라는 말이라며, “잘못을 시인하지 않고 스스로 책임을 제시하지 않으며, 국회에 공을 넘겨 새누리당 탄핵 대오를 교란하고 개헌 논란으로 야권을 분열시키려는 술책”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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