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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과 영성
기다림[박병규 신부] 11월 27일(대림 제1주일) 마태 24,37-44
박병규  |  editor@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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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1.27  19:3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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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 24-25장은 묵시문학적 표현들로 가득하다. 기원전 2세기부터 기원후 2세기까지 유대 사회는 묵시주의가 만연했다. ‘마지막 날’의 구원을 기다리던 유대 사회는 메시아의 오심을 기다렸고, 그 기대는 대개 현실적 영웅을 통한 사회전복이나 장밋빛 미래를 위한 현실적 일탈을 부추겼다. 그러나, 복음서에 나타나는 묵시문학적 표현들은 이른바 ‘내일’ 혹은 ‘미래’ 에 대한 기대를 제공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복음서는 ‘이미’ 와 있는 메시아 예수를 통해 지금 이 시간, 이 삶에 대한 사유와 반성을 지향한다.

오늘 복음에 앞서 제자들은 이런 질문을 던졌다. "저희에게 일러 주십시오. 그런 일이 언제 일어나겠습니까? 또 스승님의 재림과 세상 종말의 표징은 어떤 것입니까?"(마태 24,3) 예수는 그 표징으로 현실적 문제와 역사의 비참함을 예로 든다. 백성들을 잘못 인도하는 거짓 예언자들의 가르침(11.24)과 성전을 더럽히는 혐오스러운 것, 다시 말해 로마에 의한 예루살렘 성전의 모독이 종말의 표징이라 한다.(15) 이러한 현실 진단을 통해 예수는 사람의 아들이 다가올 저 종말의 시간까지 ‘깨어 있어야’ 한다고 가르친다.(44; 25,13) 지상 생활을 마치고 더 이상 살과 피로서 우리에게 함께하지 않는 예수를 기다리고, 갈망했던 마태오 복음의 공동체는 지금 이 자리를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깨어 있는 고민으로 종말을 기다렸다.

문제는 깨어 있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가다. 오늘 복음에 나타나는 노아의 홍수 이야기와 맷돌질하는 여인의 이야기는 일상의 평범함을 전제로 하는 이야기다. 일상은 너무나 잘 안다고 생각되어 외면되거나 잊힐 경우가 허다하다. ‘너무 잘 아는 것’은 ‘너무 모르는 것’이 되어 가는 게 우리의 경험칙이다.

   
▲ 깨어 있는 것은 새로운 무엇을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일상을 새롭게 바라볼 줄 아는 여유를 가지는 일이다. (이미지 출처 = flickr.com)

깨어 있는 것은 새로운 무엇을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일상을 새롭게 바라볼 줄 아는 여유를 가지는 일이다. 제 삶 안에서 허덕이며 숨 가쁜 하루하루를 사는 것은 대개 지난 삶의 답습일 경우가 많다. 짜여진 삶의 틀을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채 다른 삶, 새로운 삶에 대한 1퍼센트의 가능성도 염두에 두지 않는 폐쇄성의 위험이 우리 삶 안에 늘 도사리고 있다. 종말의 때는 두 사람 중에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둘 것이라 했다.(40) 누가 사라진 것인지, 누가 남아 있는지 살펴볼 여유조차 없이 우린 여전히 들에 나가 제 일을 할 것이며, 저가 필요한 맷돌질을 부지런히 하는 것으로 세상 삶을 잘 산다고 착각할 수 있다.

세상이 시끄럽고, 교회가 시끄러울수록, 우린 또 다시 지금 내 삶을 충실히 살면 된다고 쉽게 생각한다. 일상을 충실히 사는 건, 어쩌면 일상 안에 갇혀 사는 우리가 진정 해방하는 것이 아닐까. 상식이라고, 관행이라고 치부된, 그리하여 다른 각도로, 다른 관점으로 반성하고 사유해야 할 여유마저 잃어버린 폐쇄성에 갇혀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한다. 그것이 깨어 있는 삶이고, 예수를 기다리는 우리 신앙인의 참된 회개다. 이 시대에 대한 냉철한 판단과 고민이 이 시대 안에 온 메시아 예수를 얻어 만날 수 있는 길이다.

   
 

박병규 신부(요한 보스코)

대구가톨릭대학교 인성교육원 소속.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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