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청소년 사목을 통해 인연을 맺게된 지인께서 미사예물의 기준에 대해 물어 오셨습니다. 미사예물은 어떤 특정한 지향을 가지고 미사를 봉헌하고 싶을 때 봉헌하는 예물입니다. 그런 미사 한 대를 봉헌하기 위해 미사예물로서 통상 얼마를 내며 그 근거가 무엇인지가 오늘 속풀이의 주제가 되겠습니다.

솔직히 이런 사안은 본당 사무실에 찾아가 문의를 하실 수 있을 텐데.... 성당에서 돈 이야기 하는 걸 편히 생각하는 분들은 여전히 많지 않은 모양입니다. 저야 동네 성당에 미사 도와드리러 다닌 것이 경험 전부라 본당을 운영하는 사제들이 미사 한 대에 대해 얼마나 받는지, 또 그런 것에 대한 교구차원의 지침 같은 것이 있는지는 잘 모르는 상태입니다.

결국 이런 질문 앞에서 고민하기보다는, 저도 본당 경험이 있는 신부님께 문의를 청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듣게 된 답변은, 이미 예상은 했던 것이지만 사실 정해진 기준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질문을 통해 우리가 좀 더 근본적으로 봐야 할 것은, 미사예물의 용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사예물은 미사 때문에 바치는 것이니 하느님께 드리는 것이라는 신학적 이해가 가능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교회를 운영하는 비용, 좀 더 구체적으로는 사제 생활비의 의미가 더 큽니다.

유럽의 몇 나라에서는, 국가가 세금에 종교세를 포함하여 징수를 하고, 세금을 모아서 종교인들에게 생활비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예를 들어 미국의 어떤 교구에서는) 사제의 한 끼 식사비 정도를 기준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사제의 생계를 위한 것이라는 의미에서, 예전 같았으면 쌀을 한 바가지 퍼 와서 미사를 부탁해도 될 일이었습니다. 먹는 것은 아니지만 겨울에는 연탄 한 장도 마다하지 않을 일이었겠습니다.

따라서 오늘의 기준으로 한다면, 물가 고려해서 오륙천 원이 미사 봉헌을 위한 성의 표시가 될 수 있을 듯합니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 물가를 생각하면 최소한 그 정도는 되어야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그런데 이건 좀 너무 박하다는 기분이 드시면, 만 원짜리 한 장이 더 보기 좋겠죠. 아무튼 미사봉헌을 원하는 신자의 형편이 되는 대로 예물을 주시면 될 일입니다.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혹여, 그 기준을 정해 놓은 본당이 있다면 그 본당의 관행을 따르면 되겠습니다.

▲ 성당 봉헌함 옆에 감사예물 봉투와 가운데에 미사예물 봉투가 비치돼 있다. ⓒ왕기리 기자

신자분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도 해 볼 수 있습니다. 교구별로 서로 기준은 약간씩 다를 수 있겠으나, 본당의 사제가 외부에서 다른 사제를 초대하여 미사주례를 부탁할 경우, 최소 오만 원의 주례비를 준다는 지침이 있다고 합니다. 주교가 견진성사를 집전하였을 때도 마찬가지 기준을 두지만, 딱 그만큼만 드리는 본당 신부는 없을 것 같군요. 아무튼 관행적으로 흘러온 일을 합리적인 선에서 기준을 잡아 놓은 것이라 하겠습니다.

어떤 신자분들은 집안의 어른이 선종하셨을 때, 위령미사를 봉헌하는데 삼우제 미사, 사십구제 미사 등 전통적인 관습에 따른 미사를 신청하십니다. 솔직히 가톨릭 신앙과는 관계가 없지만 주님 품으로 돌아가 영혼을 위해 기도한다는 차원에서는 권장할 만한 일입니다. 그런데 어떤 분들은 아예 마흔아흐레 동안 날마다 미사를 봉헌하고 싶어 합니다. 그럼.... 미사예물이 만만찮겠군요. 하지만, 앞서 언급한 내용을 바탕으로 어림해 보실 수는 있겠습니다.

본당을 맡고 있는 사제이든, 저같이 수도회 소속 사제이든 엄밀히 말해서는 미사나 기타 예식에 대한 당연한 댓가를 요구하는 이들이 아닙니다. 주는 이에게는 받고, 줄 수 없는 이에게는 무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단지, 본당이나 수도회 공동체를 위해 도움을 주신다면 그것이 또 다른 이웃들에게 영적, 물적으로 흘러갈 것입니다.

그런데 사제만이 누군가를 위해 기도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우리 모두는 세례를 통해 보편사제직을 받은 이들이기에 기도를 필요로 하는 이웃을 위해 기도해 줄 수 있습니다. 사제가 하는 아주 중요한 사명이 지상에서 벌어지는 사연을 하늘에 전하는 일이기에 그러합니다. 꼭 미사를 통해서만 누군가를 위해 기도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닌 만큼 주변을 둘러보시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는 자비심을 발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저만의 생각일까요?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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