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단 비상총회- 시민주도 정치개혁위원회 구성 요구

“반부패 시민혁명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이 박근혜 대통령을 둘러싼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비상총회를 마치고 11월 22일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번 성명서에서 정의구현사제단은 현재 상황을 “새로운 삶”, “공생공락의 나라”를 이룰 기회라고 판단했으며, 재벌과 정치권력이 얽힌 범죄를 밝힐 수 있는 특검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의구현사제단은 성명서에서 “그렇잖아도 새로운 시대를 목말라하던 모든 계층의 시민들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대대적으로 일어나 민주주의를 외치고 있다”며 “촛불에 담긴 염원은 ‘새로운 삶’”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이야말로 박근혜의 실질적 공범 혹은 부역자인 재벌과 정치검찰, 부패한 수구기득권언론, 새누리당의 고리를 끊어 버리고 약자들을 착취해 온 악질적인 동맹을 무너뜨릴 호기요, 국민에게 봉사하는 권력을 탄생시킬 만나기 힘든 기회”라고 현재 상황을 진단했다.

정의구현사제단은 1945년 해방, 1960년 4.19혁명, 1987년 6월항쟁 등은 “죽 쑤어 남 좋은 일만” 한 미완의 사건이라며, “촛불들의 요구는 하야, 정권교체를 넘어 새로운 삶을 겨냥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또 정의구현사제단은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존중받고 품위 있게 살아가는 공생공락의 나라”를 이루려면 “구체적인 정치개혁”이 필요하다며, “시민주도의 정치개혁을 위한 시민위원회”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지금의 선거제도로는 시민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기에, “대의제의 취지를 살리면서 특정세력의 독점과 독주를 견제하는 모델들을 참조하여 우리 형편에 맞는 제도를 어서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새누리당뿐만 아니라 야당에 대한 강한 비판도 나왔다. 정의구현사제단은 “조만간 탄생할 특검은 과연 누가 새 시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정치집단인지 검증할 시험장”이라면서, “야당들은 특검 자격을 판검사 경력 15년으로 제한함으로써 능력과 자질, 수사 의지를 갖춘 인재보다 조직의 생리에 순치된 인사들 가운데 후보자를 고르도록 만드는 실책을 범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 정의구현사제단 대표 김인국 신부가 지난 10월 10일 광화문광장에서 시국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강한 기자

이어 2008년 ‘삼성특검’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바란다며,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정의구현사제단의 우려를 무시하고 공안통 조준웅 특검을 임명해 “재벌개혁의 호기를 스스로 무산시켰다”고 지적했다.

정의구현사제단은 “앞으로 특검의 선정과 진행상황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이며, 시시각각으로 많은 시민들이 그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려고 한다”고 밝혔으며, “민주주의를 위한 뜻이 물러서지 않도록 서로서로 다독거리며 광장에 모이자”고 요구했다.

정의구현사제단 비상총회는 11월 21일 오후 사제단 대표 김인국 신부가 주임인 청주교구 성모성심 성당에서 열렸다. 정의구현사제단 총무 배인호 신부(안동교구)는 이번 총회에 사제 20여 명이 참석했으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을 지낸 최병모 변호사, 삼성 비자금 문제를 폭로했던 김용철 변호사의 강연을 듣고 토론했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이번 총회에서 전국적 기도회 개최 등에 대한 결정은 나오지 않았다. 앞서 11월 14일 정의구현사제단은 전국 사제들에게 보내는 소식지에서 전국기도회를 언제 개최할지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며, “하루하루가 분수령이나 다름없는 국면이라 관망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제단은 이 글에서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기별이 가는 즉시 거동하실 마음의 준비를 갖추고 계시라”고 소속 사제들에게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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