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 부산, 춘천 시국미사.... 14일로 13개 교구, 수도회 참여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시국미사가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11월 14일에는 서울 광화문과 부산, 인천, 춘천 교구에서 각각 시국미사가 봉헌됐다.

먼저 서울, 수원, 의정부교구와 남녀수도회가 공동 주관한 서울 광화문 미사에는 사제 150여 명을 비롯해 약 1000명의 신자, 수도자가 참여했다.

이들은 미사가 끝난 뒤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 앞까지 촛불을 들고 행진했다.

참가자들은 행진 끝에 ‘헌정유린 국정농단 박근혜 정권 퇴진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우리의 요구’를 발표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 공범자로서 새누리당의 합당한 책임과 함께 야당에게는 국민의 참 목소리를 듣고 따를 것, 검경 등 사정기관에게는 제대로 된 수사와 내부 쇄신, 특검 실시 등을 촉구했다.

또 스스로의 다짐으로 “국가 공동체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정의로운 사회를 여는 데 지치지 않고 갈 것이며, 똑똑히 듣고, 보고 행동할 것”이라고 한 목소리로 선언했다.

“우리는 가난한 이들에게 기쁨이 되려고, 잡혀간 이들을 자유롭게 하려고, 눈먼 이들이 보게 하려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키려고 오늘 여기에 모였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의 힘이고, 우리를 보내시기 때문에 우리는 해야만 합니다.”

▲ 서울, 수원, 의정부 교구와 남녀수도회가 함께 봉헌한 서울 광화문 광장 시국미사 뒤에는 참가자 1000여 명이 청와대 인근 청운동까지 행진했다. ⓒ정현진 기자

강론에 나선 상지종 신부(의정부교구 정평위원장)는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과 심판, 집권여당과 정부 관계자들의 책임과 심판을 요구하고, 부정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 이명박 전 대통령의 책임까지 물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한편, “대통령의 퇴진이 최종 목표는 아니며, 불의한 대통령과 그에게 부역했던 이들의 참회와 처벌은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필수적 과정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상 신부는 “하느님나라 선포는 먼저 하느님나라의 삶을 살고 이 삶을 통해 벗들에게 보여 주는 것, 사람의 선한 본성인 사랑과 정의를 다시 깨우는 것, 소유와 권력의 노예를 벗고 섬김과 헌신의 참사람이 되도록 일깨우는 것, 치열한 경쟁으로 얻은 승리의 환희가 아닌, 내 것과 네 것 갈림 없는 소박한 나눔의 기쁨을 찾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오늘에 머무르지 말고 1960년 4월 혁명, 1980년 5월 광주, 1987년 6월 항쟁을 기억하며, 피 흘려 쟁취한 민주주의가 서서히 불의한 이들의 손아귀에 유린됐음을 뼛속 깊이 새기고, 작은 승리에 취해 완전한 승리로 나아가지 못한 통한의 역사를 잊지 말자며, “이제 다시 시작”이라고 말했다.

▲ 서울, 수원, 의정부 교구와 남녀수도회가 함께 봉헌한 서울 광화문 광장 시국미사 뒤에는 참가자 1000여 명이 청와대 인근 청운동까지 행진했다. ⓒ정현진 기자

이날은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지 1년이 된 날이기도 했다. 미사에 참석한 가톨릭농민회 정현찬 회장은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뒤 장례를 치를 때까지 함께해 준 모든 교회 공동체에 고맙다고 인사하며, “이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 대동 세상, 민주화 세상, 통일 세상을 바랐던 백남기 농민의 정신으로 그동안 지켜 온 촛불을 꺼지지 않는 모닥불로 만들어 물러섬 없이 싸우자”고 말했다.

이날 부산교구와 춘천교구도 각각 시국미사를 봉헌했다. 중앙 주교좌성당에서 열린 부산교구 시국미사에는 약 1200명이 참석했으며, 천주교정의구현 부산교구사제단 이름으로 박근혜 대통령 즉각 사퇴와 새누리당, 전경련 즉각 해체, 검찰의 공정한 수사와 언론의 공정 보도를 요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 청운동사무소까지 행진한 참가자들은 "정의로운 사회를 여는 데 지치지 않고 갈 것이며, 똑똑히 듣고, 보고 행동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정현진 기자

"우리의 욕망과 환상이 박정희, 박근혜를 우상의 자리에 올려 놓았다"

강론에서 이동화 신부는 각자도생한 국민들에게 지난 4년간 국가는 없었으며, 헌정도 중단됐던 시간이라고 비판하면서,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통해 우리 안의 우상을 바라보고 불의의 뿌리에 대해 깊이 성찰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책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는 구약의 금송아지처럼 욕망과 환상을 박정희, 박근혜라는 우상에 담아 냈고, 정의와 평화를 외친 예언자들의 외침과 하느님의 의로움에 대한 예수님의 말씀을 외면해 왔다”며, “우리 시대는 박근혜가 단지 대통령직이 아닌 우상의 자리, 우리 안의 탐욕의 자리에서 퇴진할 것을 요청한다. 오늘 우리의 싸움은 박근혜 퇴진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지탱하던 우상과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 중앙 주교좌성당에서 봉헌된 부산교구 시국미사에는 1200여 명의 사제와 신자, 수도자들이 참여했다. (사진 제공 = 장영식)

춘천교구도 죽림동 주교좌성당에서 300여 명이 모여 시국미사를 봉헌하고 도청까지 거리 행진을 했다.

강론을 맡은 오대석 신부는 부패한 박근혜 대통령은 언론, 재계, 정치권의 세 권력이 만들었음에도 이들은 오히려 박근혜 정부에 의한 피해자인 척하며 책임을 회피하며 새로운 정권을 창출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패한 권력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종교가 부여하는 종교적, 윤리적 정당성이다. 가톨릭 교회가 부디 그들을 멀리함으로써 진실과 정의를 통해 자애와 평화를 추구하는 참 종교가 되도록 기도하자”고 말했다.

전국 교구에서 봉헌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국정농단 비판과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미사에는 지난 7일 광주대교구와 제주교구를 시작으로 안동, 청주, 전주, 대전, 마산, 서울, 의정부, 수원, 부산, 춘천, 인천 등 13개 교구와 남녀수도회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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