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교회-김유철]5월 10일자 2647호 <가톨릭신문>과 1018호 <평화신문>

「언론과 교회」가 「미디어 흘려보기」로 시작한 2007년 8월 교계신문 비평 세 번째로 했던 것은 ‘제주해군기지에 관한 보도’였다. 당시 교계신문으로서는 적지 않은 10건이 넘는 계속적인 보도가 있었지만 단발성 스트레이트기사만 제공하지 말고 보다 깊이 있는 밀착취재와 함께 언론의 입장을 독자들에게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고 비평했었다.

‘평화의 섬’ 이전에 공권력에 의한 아픔을 기억하는 제주에 들어선다는 ‘해군기지’ 문제는 공교롭게도 작년 7월 27일 이후로는 교계신문에서 검색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 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일까? 물론 물밑에서는 제법 큰 움직임도 있었음을 보여주는 만남이 있었다. <가톨릭신문>은 작년 11월 9일자에 한승수 국무총리가 제주교구장인 강우일 주교를 제주까지 가서 비공개로 만난 것을 보도하여 눈길을 끌었다. 더욱이 강우일 주교가 한국주교회의 의장으로서 선출된 직후이기에 행정부 수장과의 만남이 주는 의미는 적지 않았지만 교계신문들은 극도로 말을 아꼈다.

제주도 남쪽해안에 들어선다는 해군기지에 대하여 교계신문이 전달한 소식만을 바탕으로 하더라도 제주교구뿐 아니라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등 교회의 반대의지는 적지 않은 것이었다. 제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의 기자회견으로 시작한 반대활동은 이후 제주교구장의 사목서한 발표와 사제단의 기도회, 단식, 평화미사 봉헌, 교구 특별위원회 구성에 이어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최기산 주교)는 작년 7월 임시총회 소집과 특별성명을 발표하고 제주교구와의 연대를 대내외에 공표하였다. 더욱이 제주교구은 100만인 서명운동을 전개하여 서울대교구 명동주교좌성당과 광주대교구 임동주교좌성당 등을 방문하였다. 이 모든 일들을 교계신문들은 빠짐없이 보도한 바 있다.

그리고 수면 아래로 잠복한 채 몇 개월이 지난 후 이번 주 우리는 소식 하나를 접한다. <평화신문>의 20면 작은 기사가 눈에 띄었다. ‘제주 해군기지 백지화 요구’ 제목의 2단 기사는 이미 지난 4월 말 제주도가 국방부․ 국토해양부와 ‘제주해군기지 건설 관련 기본 협약서’를 체결했다고 알려주었다. 물론 기지의 이름은 공무원 카피라이터의 실력으로 ‘민․군 복합형 관광 미항’으로 둔갑했음을 보도기자는 놓치지 않았다. 당연히 협약서 체결에 대하여 당사자인 강정마을 주민과 제주 관련단체 및 종교계들은 백지화를 요구하였다. 제주교구 평화의 섬 특별위원회는 제주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독자들이 그리고 한국교회의 구성원들이 교회의 기관지인 교계신문에 갖는 바램중 하나는 ‘힘 있는 언론’이 되라는 것이다. 단순히 무소불위적인 언론의 힘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부여한 복음의 눈, 평화의 눈으로 무장한 그리스도의 보이지 힘을 전하는 힘있는 도구가 되라는 것이다. 그동안 교계신문들이 10꼭지, 20꼭지 넘게 보도하였던 ‘제주에 관한 문제’가 처절히 좌절직전에 와있는 것을 보면서도 한 신문의 말없음과 또 한 신문의 속삭임에 불과한 보도의 모습이 어찌 한국천주교회를 대표하는 언론의 참 모습이 될 수 있겠는가? 설마 제주문제가 이것으로 끝이란 말인가?

“우리는 이만큼 노력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라고 누군가 포기한다면 그것을 비판하는 것이 언론의 자리다. “아, 그런 일이 있었다. 그러나 잊고 있었다.”라고 말한다면 그것을 일깨워 주는 것이 언론의 존재이유다. 교회와 구성원들을 위하여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고, 누구보다 늦게 잠자리에 들을 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 언론이 ‘어머니’가 되는 것이다. 오월은 어머니가 되는 달이다. 함께 가자. 한국교회와 교계신문이여.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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