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신학이야기]나사렛 마리아-2

예수가 십자가에 달려 죽고 그 시신을 안장한지 사흘이 되던 날 새벽, 무덤을 찾은 세 여성들은 빈 무덤을 발견했다. 그러나 여자들의 증언과 빈 무덤을 확인한 예수의 제자들은 죽음을 넘어서는 생명의 사건을 만났다. 예수가 부활한 것이다. 죽음을 넘어서고, 절망에서 희망을 되찾는 기쁨이었다.

고통과 피눈물을 닦아내고 다시 시작하는 이 제자들의 한가운데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가 있었다. 이에 관해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하고 그가 전한 복음, 죽음과 부활을 증언하는 네 권의 복음서는 예수와 함께 그의 어머니인 마리아에 관해서도 증언을 한다. 복음서에서 마리아에 관해 증언한 대목들을 보면 각기 다른 모습의 마리아를 그리고 있지만, 늘 예수와의 관계 속에서 그 어머니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을 보여준다.

마르코 복음서는 마치 예수의 복음선포 활동에 관해서 그의 어머니 마리아와 친척들이 걱정했으며 그 때문에 예수와 갈등이 있었던 것처럼 전한다 (마르코 3.20-21; 3.31-35; 6.1-6).

반면 마태오 복음은 예수의 족보를 메시아의 계보에서 찾으며 구체적으로 마리아에서 출생했다고 전한다 (마태오 1.18-25; 2.1-12; 12.46-50).

루가복음서와 사도행전에서는 예수의 잉태와 어린시절 (루가 1-2장), 공적인 복음 선포활동 시기 (루가 8.19-21; 11.27-28), 그리고 아들이 부활하고 승천한 이후 오순절 다락방에 성령이 내려왔을 때에도 마리아가 함께 있었던 것을 전한다 (행전 1.12-14).

더 나아가 요한은 복음의 지평을 역사에 앞선 그리스도가 인간이 된 사건으로 확대하면서 그의 어머니 마리아가 가나의 결혼식에서 물로 포도주를 만든 예수의 첫 공적 활동에 개입했음을 전한다 (요한 2.1-12). 나아가 아들이 십자가에 달린 그 아래에서 떠나지 않고 지키고 있었다고 하며 (요한 19.25-27), 묵시록에서는 마리아에게서 미래교회의 모습을 찾는다 (묵 12장).

그러나 바오로는 그 예수가 정말로 역사적 인물이었던 것을 증명하기 위하여 여인에게서 태어났다고 증언하지만, 마리아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않는다 (갈 4.4).

▲ allatta-and. solario

▲ addolorata-Bellini

 

 

 

 

 

 

 

 

 

 

 

우리는 복음서를 통해서 예수를 낳고 키웠으며, 그 아들이 공적 활동을 시작해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또 아들의 죽음과 부활을 겪고 교회가 시작하는 그 순간까지, 그 모든 예수그리스도 사건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마리아를 만날 수 있다: 유다교의 전통안에서 성장하였지만 바로 자신에게서 새롭고 낯선 전통을 이루어내는, 시온의 딸이며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교회의 어머니가 된 한 역사적인 인물을 만나는 것이다.

복음서에서 증언하는 마리아의 모습, 교회에서 가르치는 그분에 관한 네가지 교의에 관해서 우리는 어떻게 이해하며 신앙 안에 받아들일 것인가? 마리아를 둘러싼 과도한 신심행동들에 관해 어떤 기준을 가지고 평가하고 반성할 것인가? 마리아에게서 교회를 전망하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으며 우리에게 어떠한 신앙행위를 요구하는가? 이러한 과제들을 함께 풀어나가는 것이 오늘 우리의 새로운 몫일 것이다.

우선 복음서가 증언하는 마리아에 관해 질문을 해보자. 복음서의 증언들은 어떤 근거로 예수와 마리아에 관해 증언하는 것일까? 증언하는 마리아의 모습에서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성서학자들은 복음서가 집필자들의 개인적 증언과 고백이 아니라 이미 형성되고 있던 교회를 배경으로 사도들의 증언을 받아 들여 쓰여진 것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증언의 원천, 즉 예수에 관해서 제대로 증언할 사람이 누구였을지 짐작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다.

예수사건을 처음에서부터 풀어나간 이는 바로 늘 자신에게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마음에 새겨두고 생각해온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였을 것이다 (루가 2.19, 51).

이렇게 마리아와 사도들의 증언에서 시작한 기억을 예루살렘과 각 지역의 교회공동체들이 해석을 붙여 집필한 것이 복음서의 시작이었다. 복음서 이전에 쓰여진 사도 바오로의 편지들, 아직 그 실체가 발견되지 않은 Q 문서 등이 오늘날 우리가 읽는 복음서가 쓰여지는 과정에 영향을 주었다. 그러므로 마리아에 관한 증언들은 역설적으로 그 자신의 증언을 토대로 쓰여졌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마리아는 아들 예수가 세상을 떠난 후에 그 아들을 따르던 제자들과 함께 살게 되었고, 그들에게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 아들에 관한 모든 것을 이야기했을 것이다. 결혼 전 약혼자 요셉과 겪었던 갈등에서부터 특별한 임신과 출산, 예수의 어린 시절에 이르기까지 마리아의 증언은 오늘날 우리가 읽는 복음서의 토대가 되었을 것이다. 진행되는 사건을 이해할 수 없었던 마음의 고통,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깨닫게 알게 되는 사건들의 의미 등, 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다양한 고통과 그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내적 힘의 원천을 마리아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마리아에게 방문하였던 천사 가브리엘은 성령이 그와 함께 하신다고 알렸다. 그 성령의 활동에 응답했던 마리아는 일생을 그 성령과 함께 대화하며 마주치는 사건들의 의미를 알아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제자들과 함께 기도하는 도중에 그 성령은 공동체에 내려와 새로운 힘을 북돋우었다. 인간의 역사에 엮여 인류의 구원을 지향하는 교회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마리아의 기억은 교회의 기억이 되었고 나아가 마리아 그 자신이 교회의 기억이 되었으며 교회의 모델이 되었다. 제자들과 함께 하며 그들의 영적 어머니가 된 마리아에게서 교회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다. 그러기에 예수 그리스도를 증언하며 사랑으로 모든 인간들을 조건 없이 품어 안아 진리 안에서 성숙하게 하는 것이 곧 어머니 마리아의 이름으로 교회가 맡는 역할인 것이다.

역사가 흐르면서 교회는 삼위일체 신앙을 고백하게 되었고, 그의 아들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하면서 마리아 역시 그의 어머니로서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칭호를 받게 되었다. 마리아에게 드리는 공경은 이렇게 역사적 흐름을 따라 다양해지고 교의로 확정되었다. 어머니인 마리아에게 드리는 셀 수 없는 칭호들과 다양한 공경예절의 배경과 이유를 아는 것은 제대로 된 신앙의 형성을 위해서 중요한 부분이라 할 것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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