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의 아이들" 태어난 곳

교황은 독신을 지키는 성직자이기에 아이를 낳을 수 없다. 하지만 20세기 중반 비오 12세에게는 "자녀"가 40명이 있었다.

2차대전이 한창이던 1944년 1월 22일 미군은 로마 남쪽에 있는 안치오에 상륙해 독일군과 혈전을 벌였는데, 이때 피난민 1만 2000명이 근처의 카스텔 간돌포에 있는 교황 별장에 몰려들었다. 이들은 그해 6월 4일 로마가 해방될 때까지 머물렀는데, 그동안 약 40명의 아이가 교황의 침대에서 태어났다. 그래서 이들은 “교황의 아이들”이라고 불렸다.

카스텔 간돌포는 역대 교황이 여름 별장으로 삼던 곳이다. 바티칸이 여름에는 매우 무덥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013년에 교황이 된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름이면 거처를 이곳으로 옮기던 관례를 따르지 않고 여름에도 그대로 로마에 머물렀다.

▲ 카스텔 간돌포. (이미지 출처 = commons.wikimedia.org)

하지만 이 때문에 여름이면 교황을 보러 이곳을 찾아오던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자, 마을 상가의 상인들이 어려운 처지에 빠졌고, 이에 교황청은 2014년에 별장 안의 정원을 관광객들에게 개방했다. 이곳 정원은 농장이기도 해서 각종 채소와 우유, 달걀, 꿀을 생산해 교황을 비롯한 바티칸 식구들이 먹고, 또한 바티칸 안의 슈퍼마켓에서도 판다.

이어 2015년에는 바티칸에서 가스텔 간돌포까지 오가는 기차편을 주 1회 운행하여 바티칸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당일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지난 10월 21일에는 마지막까지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교황궁 자체까지도 공개하기에 이른 것이다.

교황 침실은 호수를 내려다보는 경관이 훌륭하지만, 싱글 침대가 있을 뿐 소박하다.

카스텔 간돌포에 있는 교황 여름별장이 개방되는 과정은 한국의 청남대 개방과 비슷하다. 권위주의를 씻어 내고, 어차피 있던 훌륭한 시설을 대중에게 유용하게 내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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