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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젊은이들은 괜찮은가?[수도자가 바라본 세상과 교회]

“자려고 누우면 뭔가 불안하고, 오늘 하루 한 것이 없는 것 같은 죄책감이 들어요.”

얼마 전 대학 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간을 쪼개어 교회에 봉사하고 전공 공부에 아르바이트까지. 일주일에 본인을 위한 시간을 내지 못하는 그 학생은 그래도 괜찮다며 행복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2년이나 남은 졸업에 벌써 스트레스를 받으며 하루를 쉬는 시간 없이 쪼개어 지냈지만 자려고 누우면 불안해지면서 미래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같은 죄책감이 밀려온다고 했다.

“다들 그렇게 사니까요. 사실 전 성적도 좋고 환경도 좋은 편인 걸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요. 그래도 미사 안에서 기도 안에서 많은 힘을 받는 것 같아요, 수녀님....”

모든 이야기의 끝은 너무나 힘들지만 괜찮고 그래도 본인은 괜찮은 편이라고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힘들다고 해도 괜찮아요. 지금 안 괜찮은 것 같은데....”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그렇게 말하고 싶은 나는 그 청년이 보기에 큰 걱정거리 없는 그래도 안정적으로 살고 있는 어른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

과연, 이 시대 젊은이들은 괜찮은 걸까?
아니면 누구의 말처럼 “요즘 젊은이들은 약해 빠져서....” 문제인 걸까?
어쩌면 세상은 그들에게 “긍정적인 생각”이란 것을 무기로 내세우는지도 모르겠다.
마치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그렇지 않은 것은 너의 잘못이고 네가 불행해지는 지름길일 뿐이다.”라고 세뇌시키며 진정한 “생각”이라는 것을 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는 듯하다. 지금 내가 어떤 상태인지, 이것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어떻게 하면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는지 생각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5학기 동안 대학에 다니며 많은 대학생을 만났다. 그들의 생활은 내가 대학 다닐 때와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살인적인 상대평가, 촘촘한 학점을 위해 쏟아지는 숙제들, 동아리마저 스펙이 되어버린 현실, 자격증과 각종 고시를 위해 24시간 열람실에 틀어박혀 각종 내용을 달달 외우고 있는 학생들, 비싼 등록금과 학원비 등을 위해 시간을 쪼개어 하는 아르바이트까지. 더 이상 나열하지 않아도 각종 언론 등을 통해 많이 접한 내용이다. 그러나 가까이에서 직접 보는 그들의 모습은 글로 접하고 상상하는 모습보다 더했다. 청년들조차 자신들을 “좀비”라 칭했다.

지난 5학기 시간 안에서 짧게나마 경험하며 만약 내가 이 시대의 대학생이었다면, 20대였다면, 나는 과연 꿈을 꾸고 희망을 가질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긍정적인 생각을 강요하는 것은, 말 그대로 강요에 불과하다.

며칠 전 기사에서 이대 학생이 쓴 대자보를 보았다.

“수많은 밤을 새고 많은 돈을 투자하여 과제를 해냈던 학우는 출석도 하지 않은 정유라씨보다 낮은 학점을 받아야 하나요?”

   
▲ 이화여대에 붙은 대자보. (이미지 출처 = youtube.com)

재벌들에게 돈을 모으고 여러 재단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을 어이없게 만들더니, 젊은이들의 공분을 사는 짓까지. 대체 어디까지! 언제까지! 가진 자가 마음대로 세상을 휘두를 수 있는 것일까?

이런 상황에서도 이 사회는, 어른들은 청년들에게 긍정적 생각을 강요할 셈인가.

많은 청년들이 열심히 살고 있다. 최근에 만난 그 청년처럼 기도도 미사도 열심히 하며 독실한 신앙생활까지 하고 있다. 휴식 시간을 줄이고 하는 봉사활동을 “그마저 하지 않으면 더 불안할 것 같다.” 표현하는 그 학생.

모든 것이 완벽하지만 불안할 수밖에 없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청년에게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매트릭스'라는 영화에 보면 어느 날 주인공에게 한 남자가 찾아와 빨간 약과 파란 약을 내민다. 진실을 보겠는가? 현실에 안주하겠는가?라는 질문에 주인공은 망설이다 진실을 보는 빨간 약을 집어삼킨다. 모든 것이 마비된, 주어지는 것을 믿는 노예 생활에서 벗어나 진실 안에서 자유로움을 통해 개척해 나가는 삶을 사는 것이 빨간 약의 결론이다. 고통이 따를 것이고 반대에 부딪힐 것이다. 어떤 때엔 자괴감조차 들 것이다. 하지만 진실은 우릴 자유롭게 할 것이다. 살아있는 생명을 위해 선택하고 포기할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

우리는 어른으로서 이 시대의 청년들에게 “긍정적 생각”이란 이름으로 파란 약을 들이밀 것이 아니라, 자신 있게 빨간 약을 내밀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어른들이 먼저 빨간 약을 집어삼키고 용기 있게 선두에 나서야 한다. 세상의 진실을 보고 무엇이 우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지, 무기력하게 만드는지를 찾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어이없이 벌어지는 일에 많은 사람들이 함께 화내고 움직이며, 옳지 않은 일에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세상은 변할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세상이 변한다면, “혹시 죽어야 이 모든 불안이 끝날까? 라고 생각해 봤어요.” 라며 불안 장애를 호소하는 청년들이 조금은 편하게 사는 그때가 조금은 빨리 오지 않을까?

우리부터 해야 한다. 우리 어른부터!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며 진리를 깨닫게 될 빨간 약을 용기 있게 머뭇거림 없이 집어삼킬 수 있게 되길 바라며.

예수님께서 당신을 믿는 유대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가 내 말 안에 머무르면 참으로 나의 제자가 된다. 그러면 너희가 진리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요한 8,31-32)

* 긴급히 필요한 듯 보여 고 백남기 임마누엘 선생님의 사망진단서를 쓴 백선하 교수님께 빨간 약을 보냅니다. 두려워말고 드시고 이제는 용기 있게 진실을 말씀하시기 바랍니다.
주어지는 것을 믿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믿으라며 어떤 것을 주입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임을 알려 드리며, 지금 드시고 계시는 파란 약 복용을 멈추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이지현 수녀(로사)
성심여고에 재직중이다. 청소년에게 삶을 노래하며 행복하게 살도록 돕는 꿈을 꾸며 살고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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