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식의 포토에세이]

월성 핵발전소 1호기는 1983년부터 33년째 가동 중입니다. 그동안 월성 핵발전소 1호기는 숱한 사고를 일으켰지만,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사고가 더 많습니다. 핵방사성 물질과 중수 누출 사고도 있었습니다. 2009년에는 핵발전소 핵심 설비인 핵연료 압력관도 설계 수명 30년을 견디지 못하고 교체했습니다. 2015년에는 10년을 수명 연장하면서도 잦은 고장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설비와 부품이 낡아서 언제 어떤 사고가 날지 모를 문제의 핵발전소입니다.

월성 핵발전소는 핵발전에서 나오는 고준위 핵쓰레기도 곁에 두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월성 핵발전소 30킬로미터 안에 127만 명의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월성 핵발전소에서 가장 가까운 지역인 나아리 주민들의 소변 검사에서는 삼중수소가 검출됐습니다.

▲ 지진과 해일에 취약한 월성 핵발전소의 모습. ⓒ장영식

이번 경주의 지진으로 월성 핵발전소가 가장 위험한 상황에 처하고 있습니다. 월성 핵발전소 1-4호기는 수동 정지했지만, 신월성 핵발전소 1, 2호기는 지진에도 정지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가동하고 있습니다. 최근 월성 핵발전소 1호기의 수명 연장 심사 때는 설계 도면도 없이 월성 핵발전소 2-4호기 설계 도면을 그대로 썼다는 충격적이며 어처구니가 없는 소식입니다.

핵발전소에서 사고가 나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일어납니다. 월성 핵발전소 1호기는 숱한 사고를 겪었고, 낡은 설비와 부품 등으로 병들어 있는 핵발전소입니다. 그럼에도 한국수력원자력(주)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만 합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월성 핵발전소 1호기에 대한 경고와 시민단체의 반대에도 지난해 2월에 설계 수명을 연장했습니다.

▲ 독일에서 46년간 살고 있는 나오코 오쿠미치 씨(72)가 월성 핵발전소 앞 해변에서 독일 탈핵 깃발을 흔들며 노후화된 핵발전소 폐로를 외치고 있는 모습. ⓒ장영식

최근 10월 17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호제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월성 핵발전소 1호기 수명연장처분무효확인소송에서 증인으로 나온 김익중 전 원안위원은 수명연장이 통과될 당시 상황에 대한 재판부의 질의에 “당일 저녁식사와 이후 청와대에서 ‘오늘 통과시킬 것’이라는 취지로 원안위 위원들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들었다”며 “이 얘기를 듣고는 원안위가 무리해서라도 통과시키겠구나 생각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즉 월성 핵발전소 1호기의 수명 연장 배경에는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정말 무서운 세상입니다.

한수원은 핵발전소 6기가 있고 핵폐기물이 보관되어 있는 지역이 활성화 단층이 있는 곳임에도 안전하다고 합니다. 지난 지진으로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이 월성 핵발전소 1호기이며 암반에 부동침하 현상이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음에도 핵발전소의 안전신화는 요지부동입니다. 쉬고 싶다는 월성 핵발전소 1호기의 숱한 경고에도 월성 핵발전소 1호기를 폐쇄하지 않는다면, 정부와 한수원 그리고 원안위는 국민의 탄핵을 받아 마땅할 것입니다.

장영식(라파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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