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집단 통치 스타일

(제라드 오코넬)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한 뒤 교황청에 권력 이동이 있었는가? 국무원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 직후 구성한 9인 추기경위원회에 의해 밀려나 교황을 위한 주 조언자라는 전통적 역할을 잃게 되었는가? 현재 진행 중인 교황청 기구개혁이 끝나면 권력 중심은 어디에 있게 되는가?

9인 추기경위원회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조언과 제안을 하는 데 아주 큰 역할을 하면서 요즘 바티칸에서는 이런 질문들이 돌아다닌다.

2013년 3월 17일, 교황으로 선출되고 나흘 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스카르 로드리게스 마라디아가 추기경을 점심에 초대해 이 위원회를 만들기로 했다는 결정을 알려 줬다. 그는 이미 구성원까지 다 정해 놓은 상태였고, 마라디아가 추기경에게는 간사를 맡아 달라고 했다.

그리고 나서 그는 국무원에 이 사실을 알리고 공표하도록 했다. 하지만 교황청은 4월 13일에서야 보도자료를 내어 프란치스코 교황이 고문으로 선택한 8명의 추기경의 이름을 발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해 9월 28일자로 된 한 자필문서로 이 위원회를 공식 설립했다. 이 문서에서 그는 교황선거회의(콘클라베)를 앞둔 추기경들의 준비모임에서 추기경들은 다음 교황은 “개별적으로나 집단으로서나 교황이 특정 문제들에 관해 조언을 구할(consult)” “세계의 여러 다른 지역 출신 주교들로 구성된 소그룹을 설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고 공개했다. 그는 자신은 교황으로 선출된 뒤 그러한 조직이 자기가 “베드로의 계승자(교황)의 사목 직무를 수행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아르헨티나 예수회 관구장을 맡았던 경험에서 조언자들의 가치를 잘 알고 있었고, 이 자필문서에서 이 추기경위원들에게 이중 임무를 맡겼다. “보편교회를 통치하는” 일에 자신을 “도울 것”, 그리고 로마 교황청 개혁을 위한 “안을 연구할 것.”

그는 이 위원회가 “주교단 일치(episcopal communion)”와, “전 세계의 주교들이 베드로의 직무에 제공할 수 있는 도움"을 "더욱 드러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리고서 8명의 추기경을 골랐다. 7명은 여러 대륙 출신이었고, 한 명은 교황청 소속이었다. 그리고 이탈리아인 주교 한 명을 서기로 임명했다. 2014년 4월에 그는 교황청 국무원장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을 위원으로 추가 임명했다.(그래서 지금 이 위원회는 9인위원회(C9)로 불린다.) 파롤린 추기경은 그 전에는 이 추기경위원회 회의에 초청받았을 뿐 위원은 아니었다.

▲ 프란치스코 교황과 바티칸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오른쪽). (이미지 출처 = CNS)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위원회 첫 회의를 2013년 10월 1-3일에 소집했고, 그 뒤로 위원회는 16번 모였다. 모임은 매번 3일씩 이어졌고, 대부분 자리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참석했다. 게다가 그는 위원들에게도 개별적으로 수없이 많이 조언을 구했다.

9인위원회가 토론했던 주제들의 범위만 대충 봐도 많은 것을 알 수 있고, 자연히 진짜 권력이 교황청에서 이 조직으로 넘어간 것이 아니냐는 질문들이 나온다.

9인위원회는 교황청 개혁에 대부분의 시간을 써 왔다. 개편될 조직과 인선에 관한 제안을 하지만, 최종 결정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다. 그 결과로 재무원과 홍보처가 설립되었고, 새로운 두 부서가 만들어졌는데, 평신도가정생명 부서와 인간발전 부서다. 9인위원회는 지금은 교황청의 여러 법원 조직과 성, 그리고 국무원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개혁 절차는 앞으로도 몇 년 더 걸릴 것이다.

이 모든 것 외에도, 9인위원회는 주교시노드 규정 개정과 가정에 관한 세계 주교시노드 준비, 교황청 청소년보호위원회 설립, 그리고 바티칸 시국의 개혁에 관여해 왔다.

과거에는 교황들이 주요 문제들에 대해 조언을 구할 때 교황청 기구, 특히 국무원에 크게 의지했지만, 지금은 더 이상 그렇지 않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모든 교황청 부서장과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으며, 각 부서의 고위 관료들과 정기적으로 1대1 면담을 하지만 더 이상 이들의 보고와 조언에만 제한되지 않고 있다. 9인 추기경위원회가 있기 때문이다. 이리 함으로써 그는 전임자들에 비해 훨씬 더 교황청에 의존하지 않고 통치한다.

9인 추기경위원회의 한 위원이 최근 내게 말했듯이, “프란치스코 교황은 집단 스타일 통치를 진정으로 신뢰하고 있다. 우리가 모일 때 뚜렷이 드러난다. 그는 우리의 조언을 신중히 듣고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최근에 한 교황청 관리가 내게 말했듯이, 교황청의 모든 사람이 이러한 상황 변화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제라드 오코넬은 미국의 예수회 매체인 <아메리카>의 바티칸 특파원이다.)

기사 원문: http://www.americamagazine.org/issue/vatican-power-shi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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