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가톨릭신학대, 설립 25주년 학술대회

"노인들은 가정 안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담당하며, 과거의 증인이 되고 젊은이와 미래를 위해서 예지의 원천이 되는 사명을 이행합니다. 그러나 산업화, 도시화에서 발생되는 또 다른 문화에서는 노인들이 부당하게 소외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현상 속에서는 노인에게 고통이 야기되고, 가정도 정신적으로 빈곤하게 됩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권고, '가정 공동체')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이 설립 25주년을 맞아 “늙어가는 사회, 더 늙어가는 교회”를 주제로 기념 학술대회를 열어, ‘늙음’을 사회적, 신학적, 생명윤리적으로 성찰하고, ‘고령화 사회’의 사목적 과제를 모색했다.

노년, 또 다른 의미를 가진 인생 과정으로 인식할 수 없을까?

“(노인) 여러분은 정신적으로나 인간적으로 풍요로운 삶의 한 시기에 살고 있는 능동적 주체입니다. 여러분에게는 아직도 완수하고 이바지하여야 할 일이 남아 있습니다.”(교황청 평신도평의회, ‘교회와 세상 안에서의 노인의 존엄과 사명’ 중)

먼저 황철수 주교는 기조강연을 통해, 노년기는 단순히 죽음을 기다리는 시간, 단순히 건강이나 경제 문제만 집중할 시기가 아니며, ‘왜 이렇게까지 살고 있어야 하나’라고 묻는 생의 의미의 문제를 풀어야 할 시기라고 하면서, “교회는 노인이 많은 늙은 교회라고 패배감에 젖을 것이 아니라 더 적극적으로 노인을 동반하는 신앙 공동체로 거듭나야 한다”고 교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황 주교는 “교회의 사목활동은 사회와 교회 공동체에서 특히 가정안에서 노인의 역할을 개발하고 잘 사용하도록 도와야 한다”는 요한 바오로 2세 권고, ‘가정공동체’의 내용을 인용하면서, “노년을 삶의 또 다른 과정으로 의미 있게 살아가도록 교회가 동반해야 한다”며, 현재 부산교구가 활발히 운영하는 노인대학을 비롯해 젊은 노인층이 더 나이든 노인에게 봉사하는 ‘노노(老老)케어’와 상시적 가톨릭 영성 문화 프로그램 도입 등을 생각해야 할 시점이라고 제안했다.

2060년, 한국 65살 이상 노인비율 세계최고수준인 40퍼센트 예측
고령화와 이에 따른 빈곤화, 다차원적이고 지역적 분석 필요

‘부산지역사회 고령화와 노인 빈곤 문제에 대한 분석과 방안’에 대해 발표한 박미진 교수(부산가톨릭대 노인복지보건학)는 지역사회 공동체, 특히 지역 종교 공동체의 역할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노년기 빈곤 문제는 단순히 소득 빈곤의 문제가 아니며, 다차원적 빈곤 차원에서 주거와 의료 등 생활 전반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하면서, “노인은 신체 기능과 건강, 주거지역, 사회적 친분 관계 등에 따라 다양한 욕구를 가진 다층적 집단”으로, 특히 노인복지 서비스기관은 소득, 건강, 주거격차 등을 고려한 지역특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사회 공동체의 역할이 중요한데, 지역사회 공동체적 관점은 빈곤노인만을 위한 접근이 아니라 소지역단위 지역의 이웃과 주민들이 공동체의식을 가지고 서로 돕는 지원체계다. 박 교수는 “지역사회 공동체의 역할에서 종교기관은 지역사회 내 노인복지의 중재적 구조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특히 공적 구조와 사적 구조의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박미진 교수 발표 내용에 대한 논평에서 이동화 신부(부산가톨릭대 신학대학)는 “대체로 가난하고, 지역에 따라 계층화 되어 있으며, 신체적인 병과 외로움 등의 심리적 문제를 갖고 있는 노년의 삶은 ‘생리적 과정과 사회 불평등이 만나는 지점’”이라고 규정했다.

이 신부는, 이런 관점에서 노인 사목을 위해서는 빈곤 노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전체 빈곤 문제가 지역에 따라 계층화하고 있는 현실에 대응해 지역에 따른 사목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노인 밀집 지역에서도 젊은이들을 위한 사목의 새로운 방향과 전략도 함께 모색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부산가톨릭대 신학대학이 설립 25주년을 맞아 '늙어가는 사회, 더 늙어가는 교회'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었다. ⓒ정현진 기자

정재우 신부, 생명과 죽음에 대해 자기결정‘당하지’ 않도록....
이진수 신부, 늙음과 생존의 문제.... ‘확대된 가정’으로 극복

‘노년기에 관한 생명윤리적 성찰’을 주제로 발표한 정재우 신부(서울가톨릭대 생명대학원장)는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 질병과 고통, 가난과 고독 등 생의 말기를 둘러싼 생명윤리 문제를 다뤘다.

정 신부는,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이 사실상 상황에 따른 ‘타율’이 될 가능성, 노년의 삶에서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는 문제, 고통의 의미에 대한 회의적 사고 등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두고, “생의 첫 순간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살아 있음’은 의미가 있다는 신념과 사상의 회복, 고통은 무의미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삶과 생명을 향한 몸부림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생명윤리와 사회윤리는 밀접히 연결되어 있으며, 생명윤리에서도 연대성과 보조성은 중요한 원칙이므로, 각 지역 교구와 본당이 노인을 위한 돌봄과 간호, 호스피스 시스템을 마련하는 연대적 활동, 그 가운데서도 보조성 측면에서 호스피스와 완화돌봄의 확대가 강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수 신부(부산가톨릭대 신학대학)는 ‘룻기’를 나이든 세대와의 관계, 이방인에 대한 환대라는 키워드로 읽고, 고령화 사회에 대한 해법으로 ‘확대된 가정’을 제시했다.

늙은 시어머니와 나이든 이방인 며느리인 나오미와 룻의 관계, 그들이 처한 상황을 통해 늙음과 가난이라는 실존적 문제에 답변하고자 한 이 신부는, “한 사회 내에서 거부당하는 노인과 가난한 이들, 장애인 등의 통합 문제는 창조적 해결을 통해 구축될 수 있다”며, “결국에는 좁은 의미의 가정이라는 경계를 넘어 더 큰 가정을 실현시키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편협한 민족주의와 남성적 권위주의가 주도하는 사회에서 여성, 이방인 그리고 가난은 함께 갈 수밖에 없지만, ‘룻기’는 결국 이방인 축복을 통해 이스라엘의 특별한 자손, 다윗에 대한 약속으로 끝을 맺는다면서, ‘룻기’는 룻이 나오미의 늙음에 동일시하고 동참함으로서 나오미의 가치가 증명되고, 또한 구원자인 아들을 낳을 수 있었으며, “실존의 문제였던 늙음이 새롭게 보충되어 삶 안에 통합되는 모습을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이 신부는, 나오미와 룻의 가정이 보여 주듯이 새로운 구성원을 받아들여 각자의 역할을 서로 나누고 넓혀 ‘확대된 가정’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결국 모두 늙어 사회 전체가 파멸과 죽음의 고령화로 갈 수밖에 없다며, 가족과 민족의 경계를 넘어 이방인과 난민을 수용하는 사회적 통합을 강조했다.

이날 마지막 강의를 맡은 두봉 레나도 주교(초대 안동교구장)는 ‘고령화 현상에 대한 사목적 자세’라는 주제를 말하면서, “고령화를 긍정적으로 볼 것”과 “오히려 젊은이들을 위한 사목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원로 주교로서 앞으로 사목을 해야 할 신학생들에게 현실적인 사목 과제를 당부한 두봉 주교는 “고령화는 시대의 징표”라면서, “일반인들은 나이나 신념에 따라 고령화 현실의 장단점을 논하고 평가하지만 사목자는 시대의 징표를 주님의 섭리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환영하며 조건없이 기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너무 일찍 은퇴해서 ‘심심하게’ 여생을 보내는 사제들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 은퇴 시기를 늦춰 원로 사제들이 노인들을 위한 사목의 기회를 더 많이 얻을 수 있도록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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