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와 부패에 저항하는 멕시코 사제들

멕시코에서 최근 한 유명한 사제가 납치, 살해되어 큰 충격과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호세 로페스 길렌 신부(43)는 9월 24일 푸루안디로 외곽에 있는 고속도로 위에서 몸이 총알에 벌집이 된 채 발견됐다. 그는 19일에 하나무아토 근처에 있는 자기 집에서 납치됐었다.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지면서, 지금 멕시코에서는 가톨릭교회가 공격을 받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사회에 만연한 폭력사태 속에서 성직자들도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인지 묻게 된다.

로페스 신부가 납치된 날은 베라크루스 주에서 살해된 사제 2명의 주검을 당국이 발견한 날이기도 했다. 지난 4년간 적어도 15명의 사제가 죽임당한 것이다.

현재 멕시코에서는 교회와 국가 간 관계가 긴장돼 있는데, 가톨릭 주교들이 동성혼인을 전국적으로 합법화하려는 법안에 반대하는 대중 시위를 지지한 것도 한 원인이다.

잇따라 사제들이 피살되면서, 교회 또한 정부에 대한 비판을 대개는 자제하던 것을 내팽개치고 이번에 사건이 일어난 곳의 국가공무원들이 사제들에 대한 비방운동을 주도했다고 공개 비난하고 나섰다.

멕시코는 세계에서 가톨릭 신자수가 두 번째로 많은 나라다. 전체 인구의 80퍼센트 이상, 1억 명에 가까운 사람이 가톨릭 신자다. 하지만 멕시코에는 20세기에 반 성직주의의 오랜 역사가 있었으며 정부는 공식적으로 그리고 때로는 폭력으로 교회를 억압했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는 1992년에 헌법이 개정되면서 급격히 변해서, 정부와 가톨릭 교계제도는 대개 좋은 관계를 누렸다.

최근에 죽은 사제들에 대한 살인 동기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가톨릭 멀티미디어센터에 따르면 성직자에 대한 폭력은 베라크루스나 미초아칸처럼 조직범죄가 많은 곳에서 특히 많이 일어난다.

이 단체에 따르면, 2006년 이래로 멕시코에서는 사제가 31명이 살해됐는데, 그해 당시의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은 마약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미초아칸 주에 군을 파견했다.

그 뒤 10년 동안 멕시코 전역에 걸쳐 진행된 마약전쟁에서 15만 명 이상이 죽었고, 미초아칸 주는 지금도 범죄와 소요의 온상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월에 멕시코를 방문했을 때 미초아칸 주의 주도인 모렐리아를 찾아가서 조직범죄의 피해자가 된 이들에게 연대의 뜻을 밝혔다.

미초아칸에서 일어나는 폭력사태의 심각성 때문에 일부 사제들은 사회운동에 나서게 되었다. 비록 가톨릭 교계제도는 그런 움직임을 환영한 적이 별로 없지만 말이다.

그런 사제 가운데 하나가 호세 루이스 세구라 바라간 신부였다. 그는 미초아칸에서 마약조직에 반대하는 가장 유명한 인사에 속했다.

그는 2013년에 라루아나에 있는 본당사제로 임명된 뒤, 이 지역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무장 자위조직들을 지지했다. 그러자 곧 여러 주민 단체들이 그를 이곳에서 몰아내려고 움직였다.

그는 <RNS>에 “내가 떠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성당에 대고 총알을 쏴 대고 돌과 횃불을 던져 댔다.”고 말한 바 있다.

세구라 신부는 네 달 전에 결국 라루아나를 떠났지만, 언론은 그의 관점에 주목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이제는 목소리를 낮춰도 전혀 안전을 보장할 수 없었다. 멕시코에서 가장 위험한 주인 미초아칸에서는 마약 카르텔에 조금만 저항해도, 설사 미성년자라 해도, 죽여 버릴 동기가 될 수 있다.

세구라 신부는 “사제들은 마약밀매꾼들에게 세례성사나 미사 같은 것을 해 주는 것을 거부하면 곤란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고 했다.

하지만 분석가들은 성직자에 대한 폭력을 마약 전쟁이라는 더 넓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 8월 12일 멕시코 티후아나 기지에서 진열된 범죄 조직들로부터 압수한 무기들. (이미지 출처 = NCR)


멕시코시티 대교구 대변인인 후고 발데마르 로메로 신부는 “이것이 사제들이나 교회를 겨냥한 박해라고 말하면 정직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당신이 사제라고 해서 강도나 살인 또는 고문의 위험에서 해방되는 것은 아니다.”

반 성직주의가 이런 성직자 살해의 원인으로 지목되지는 않지만, 가톨릭 멀티미디어센터의 오마르 소텔로 신부는 성직자는 자신들이 맡은 역할 때문에 특히 범죄 피해자가 되기 쉽다고 말했다. 사제들은 자연스레 아주 다양한 사람들과 접촉하게 되어 있고, 이들 가운데는 범죄자도 있을 수 있다.

“사제에 대한 폭력은 그들이 하는 사목활동과 연관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것을 그저 통상범죄라고 할 수 없다.”

일부 비평가들은 멕시코 주교들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폭력 문제는 외면한 채 동성혼인과 같은 사회 문제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사제로서 유명한 활동가인 알레한드로 솔랄린데 신부는 “교회는 성 문제에 관심이 집중돼 있다”면서, “불의와 정부의 부패, 그리고 (범죄의) 불처벌에 항의하는 많은 시위는 조직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검찰이 최근 살해당한 사제들을 범죄와 엮으려고 시도하면서 교회 관리들은 정부에 항의하고 나서게 되었다.

로페스 신부가 미성년자 소년을 데리고 한 호텔에 들어가는 모습을 담은 감시카메라 동영상이 미초아칸의 한 언론에 유출되었다. 큰 소란이 일어났다가 한 여성이 그 등장인물들은 자기의 전남편과 아들이지 로페스 신부가 아니라고 SNS에 올리면서 가라앉았다.

비슷한 일로, 미초아칸 주 검찰총장 루이스 앙헬 브라보 큰트레라스는 베라크루스에서 죽은 두 사제는 자신들을 죽인 범인들과 엄청 술을 마셔 대다가 살해되었다고 주장했다가 비판을 받았다.

교회 관리들은 피해 사제들을 열심히 옹호함으로써 대응했다.

로페스 신부의 시신이 발견된 다음 날인 9월 26일, 멕시코 주교회의는 “어떤 사제, 또는 그 누구라도, 특히 수사가 마무리되기 전에는, 헐뜯기면 안 된다고 요구한다.”고 밝혔다.

솔랄린데 신부는 “흔한 전략이다. 피해자를 범죄자로 만들어서 대중의 분노를 억제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범죄와 부패, 그리고 불처벌이 판치는 멕시코의 상황에서, 사제들이 공격당하는 것은 이들이 사제 성소를 제대로 실천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솔랄린데 신부는 믿는다.

“이 박해는 사제들이 인권을 옹호하고 있다는 징표다.”

솔랄린데 신부는 그 자신도 여러 번이나 범죄자들에게 협박당한 적이 있다.

"어느 날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나는 거지요. 하지만 나는 그런 걱정을 아예 하지 않아요."

기사 원문: https://www.ncronline.org/news/world/catholic-priests-are-killed-mexico-questions-and-tensions-r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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