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인터뷰] 강성준 천주교인권위 활동가
- 집회와 시위는 시민불복종의 수단.. 일반교통방해죄 위헌 신청

한나라당에서 오는 6월 임시국회에서 정부여당의 안으로 '촛불예방법안'을 처리할 방침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촛불시위 및 집회를 원천 차단하려는 강경한 조치로 해석되어 헌법에서 보장된 집회 시위 결사의 자유와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많다는 것이다. 

지난 5월 1일 노동절과 5월 2일 촛불문화제 1주년을 맞이해서 거리로 나온 시민들을 무차별 연행하는 사태까지 빚어가며 무리를 일으키고 있는 경찰은  주로 모호하게 규정된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07년 6월 한미자유무역협정 반대 집회에 참석하고 거리를 행진해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기소된 강성준(사무엘, 34세, 천주교인권위원회 상임활동가)씨가 일반교통방해죄에 대한 위헌심판 제청 신청을 내고 법원에서 받아들여짐으로써,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서 강성준 씨에게 서면인터뷰를 신청했다.

-연행당시 경찰이 주로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했다는데, 일반교통방해죄가 뭡니까? 도로교통법이나 집시법과 관련해서 말해 주세요?

일반교통방해죄란 형법 제185조를 말합니다. “육로, 수로 또는 교량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것이지요. 언뜻 생각해보면 도로를 파손하는 등의 심각한 범죄행위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법률입니다. 하지만 이 일반교통방해죄를 집회 및 시위에 적용하는 경우가 있어서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육로 등을 ‘손괴’하는 경우의 예로는 도로를 파헤치는 행위가 있겠습니다. ‘불통’은 도로에 말뚝을 박거나 담장을 설치하는 행위이지요. 둘 다 집회 또는 시위와 관계없지요.

검찰이 문제삼는 것은 ‘기타 방법’입니다. 교통의 흐름에 걸림돌이 되는 모든 행위를 ‘기타 방법’이라고 하면서 집회 또는 시위도 여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것이지요. 다수 법원 판례도 이를 인정하여 처벌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난해 촛불시위와 관련해서도 다수의 시민들이 도로교통법이나 집시법 위반이 아닌 일반교통방해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습니다.

집회 및 시위에 일반교통방해죄가 적용된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닙니다. 김영삼 정권 시절인 1993년 6월 한총련의 남북학생예비회담 출정식 후 거리시위, 1995년 11월 연세대학교에서 개최된 민주노총 창립대의원대회 후 거리시위에도 적용되었습니다. 후자의 경우 권영길 당시 위원장이 13년 후인 2008년 11월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교통의 흐름을 방해하는 처벌규정은 다른 법에도 이미 있습니다. 도로교통법은 “도로에서 교통에 방해되는 방법으로 눕거나 앉거나 서있는 행위”(제68조 3항)를 2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습니다. 집시법은 “주요 도시의 주요 도로에서의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하여 교통 소통을 위하여…금지”된 집회의 참가자의 경우 5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검찰은 집회 및 시위를 도로교통법이나 집시법이 아니라 형법의 일반교통방해죄로 기소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검찰의 입장에서는 손쉽게 과도한 징역과 벌금을 부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도한 형벌을 가해서 집회 및 시위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을 위협해서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제약하려는 의도가 명백합니다.

게다가 현행 형사소송법은 50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경미사건에 대하여 현행범 체포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단순 시위참가자들이 교통을 방해한 경우 도로교통법이나 집시법을 적용하면 현행범체포가 불가능한 것이지요. 집회나 시위에 큰 문제가 있어서 해산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현행범 체포를 할 만한 일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경찰은 여기에 일반교통방해죄 위반 혐의를 적용함으로써 단순 시위참가자들에 대한 현행범 체포를 감행하는 것입니다. 경찰은 사냥하듯 사람들을 체포하려고 하고 여기에 사람들이 반발하면서 시위 현장에서 충돌은 더욱 늘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본인도 일반교통방해죄로 기소되었다는 데, 이 법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심사한다는데.. 위헌심판 제청신청을 낸 이유는?

저는 2007년 6월 29일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한미 FTA 저지 범국민 총궐기 대회' 집회에 참여했습니다. 그해 4월에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되었고 이에 대한 시민들의 항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던 때였습니다. 다음날인 30일에 한미 양국 정부가 합의문에 공식서명할 것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저는 2007년 8월 중순 종로경찰서의 출석요구서를 받고 집회에 참석한 사진이 채증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약식기소되어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고 정식재판을 청구했지만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습니다. 이에 대해 불복해서 항소했고 항소심 중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하게 된 것입니다.

위헌신청을 하기로 마음먹게 된 계기는 1심 판결문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변론요지서를 통해서 일반교통방해죄를 시위에 적용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점, 그것이 가능하더라도 당시 시위의 형태가 10년 이하의 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는 일반교통방해죄의 적용 대상은 아니라는 점을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1심 판결문은 이런 주장에 대한 판단은 전혀 하지 않고 단지 검찰이 제시한 공소사실을 그대로 받아썼습니다. 항소심에서도 이런 일이 되풀이될까봐 이번에는 위헌신청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것입니다.

저는 이번 위헌신청이 기각되었다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가 현명하게 판단해서 일이 번거롭지 않게 되었네요.

-이 법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위헌 판정 가능성은?

일반교통방해죄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겠습니다. 도로를 파괴하거나 장애물을 설치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니까요. 제가 문제 삼은 것은 일반교통방해죄가 집회 및 시위에 아무런 고민 없이 적용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법조문의 ‘기타 방법’이 지칭하는 범법행위가 명확하지 않은데서 비롯되는 것이지요.

어떤 행위를 처벌하는 법률이 있다면 그 법률은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고, 그에 대한 형벌의 종류와 정도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런 잣대로 보면 일반교통방해죄의 ‘기타 방법’이라는 문구는 위헌임이 분명하다는 생각입니다. 게다가 집시법이나 도로교통법에 비교해봐서도 형량이 터무니없이 높습니다. 보통 사람의 상식에 비춰봐서도 납득하기 힘들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에서도 위헌으로 결정할 것이라 믿습니다. 

-정부에선 아예 6월 임시국회에서 이른바 '촛불예방법'을 상정한다고 벼르고 잇는데...그 내용과 문제점은?

마스크를 쓰고 집회에 나가면 처벌하는 법안(신지호의원 발의)이나 불심검문을 거부하면 지문을 채취하고 임의동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법안(이인기의원 발의)이 대표적입니다. 집회나 시위로 피해를 본 사람들이 집단소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손범규의원 발의)도 있습니다. 이런 법안들을 찬성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반대합니다. 이 법안들 각각이 가지고 있는 문제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이런 법안들의 바탕에는 집회나 시위를 범죄시하는 시각이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헌법이 집회와 시위를 다른 기본권보다 우선적으로 보장하는 이유는 그것이 시민불복종의 대표적인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부정의한 권력의 행사, 그것이 정부에 의한 것이든 기업에 의한 것이든 간에, 그것을 멈출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은 집회와 시위뿐입니다.

사회적인 강자는 굳이 집회나 시위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굳이 땀 흘리지 않고 추위에 떨지 않아도 자기 뜻을 관철시킬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있습니다. 돈을 쓰기도 하고 권력을 쓰기도 하고 수하에 언론을 두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회적인 약자에게는 그 어느 수단도 없습니다. 선거 때까지 기다리라는 말은 너무 가혹하지 않나요?

한국사회가 이점을 다시 한 번 깨달은 계기가 6월항쟁이었던 것이고, 그 직후 만들어진 헌법에서 이런 점이 반영된 것이겠지요. 헌법의 전문에도 3.1운동과 4.19라는 전국적 시위가 언급되어 있는 것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물론 집회와 시위를 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온다면 좋겠습니다만, 그런 사회가 빨리 올 것 같지는 않네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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