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500년 서강대 국제학술대회

▲ 9월 23일 서강대에서 열린 '종교개혁 500년, 그 빛과 어둠' 국제학술대회 ⓒ강한 기자

서강대 신학연구소가 9월 23-24일 주최한 국제학술대회에서는 한국의 교회들이 양적 성장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공통의 신앙 유산을 확인하며 함께 기도하며 실천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 강조됐다. 이번 학술대회는 마르틴 루터를 도화선으로 1517년 일어난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국내 여러 교회에서 열고 있는 기념 행사 가운데 하나다.

신앙 진리 해석은 달라도 '합의' 가능해

송용민 신부는 발표에서 교회 일치의 원리로서 ‘그리스도인들의 신앙 감각(sensus fidelium)’을 소개했다. 송 신부는 최근 한국어로 번역된 교황청 문헌 “교회 생활에서의 신앙 감각”을 인용해 ‘신앙 감각’은 “신자들이 올바른 그리스도교 교리와 실천을 파악하고 그에 동의하며, 잘못된 것을 배척하도록 해 주는, 복음의 진리에 대한 본능”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 송용민 신부 ⓒ강한 기자

송 신부는 2007-2013년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 위원회 총무를 맡는 등 교회일치 분야에서 꾸준히 활동해 왔다. 그는 같은 세례로 성령의 인도를 받는 그리스도인은 같은 신앙의 근본을 향하는 신앙 감각을 공유하므로, 신앙 진리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이 있어도 신앙의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를 통해 교파들이 상호 간의 차이를 더 이상 차별이나 오류로 보지 않고, 오히려 ‘다양성’과 ‘보조성’이자, 그리스도인의 ‘화해된 정체성’으로 받아들이는 예언자적 결단이 일치의 여정에서 요청된다”고 강조했다.

송 신부는 “한국 교회에서 참된 일치운동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갖는 종교적 회심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하느님 체험이 성령께 대한 신뢰 속에서 공동의 신앙 감각으로 성장하여, 그리스도교 신앙의 근본진리에 대한 공동의 고백이 어떤 활동과 대화보다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전히 한국 교회의 일치운동 현장은 많은 부분 서로를 배타시하고 이단시하는 오해와 편견의 벽으로 가로막혀 있다”고 진단하며,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한국 교회가 단순히 종교 개혁을 분열된 교회의 현실을 정당화하기 위한 자기 정체성의 원리로 고착화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 서로 ‘항상 개혁하는 교회’가 되기 위한 자기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서강대 다산관에서 ‘종교개혁 500년, 그 빛과 어둠’을 주제로 열렸다. 송 신부 외에도 김희중 대주교, 신정훈 신부 등 그동안 교회일치, 종교간대화 분야에서 활동해 온 가톨릭 성직자들을 포함해 여러 교파에서 15명이 발표자로 참여했으며, 80여 명의 청중이 발제를 들었다.

바르트와 폰 발타자르의 대화에서 배울 것들

▲ 이규성 신부 ⓒ강한 기자

이규성 신부(서강대학교 신학연구소장)는 스위스 출신 신학자들로 각각 개신교와 가톨릭 영역에서 독자적 업적을 쌓은 카를 바르트(Karl Barth)와 한스 우어스 폰 발타자르(Hans Urs von Balthasar)의 사례를 소개하며, ‘개신교 신학의 가톨릭적 수용 가능성’을 발표했다.

이 신부는 이들이 “단순히 자신들의 교파적 입장을 일방적으로 주장한 것이 아니라 대화 상대의 주장에도 귀를 열고 때로는 상대방의 의견에 동의도 하고 비판도 하면서 새로운 길을 마련하고자 시도”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그는 두 사람은 이른바 ‘교회일치위원회’에서 활동한 적이 없으며 바르트에 대한 폰 발타자르의 접근은 “개인적 차원”이지만, 그럼에도 두 사람의 대화에서 배울 게 많다고 봤다.

이규성 신부는 “교파적 신앙의 차이로 말미암은 신학적 입장의 차이는 그 둘에게는 크지 않았다”면서, 이들은 “신학적 입장이 달랐기 때문에 서로의 차이를 확인하고 자신의 신학적, 교파적 정체성을 더욱 깊이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바르트는 프로테스탄트주의를 더욱 근본화하고 정화하려는 시도로 말미암아 비판을 받았고 폰 발타자르도 신스콜라주의를 수정하려는 입장을 보였기 때문에 가톨릭 신학자들로부터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 신부는 이들에게서 우리가 배울 것으로 ‘개방적 대화를 통한 정체성 추구’, ‘과감한 근본적 질문 제기’, ‘상대방에 대한 이해’, ‘그리스도 중심주의’를 제시했다. 특히 상대방 이해의 측면에서 이규성 신부는 “타교파와의 대화에서 전제해야 할 것은 상대방을 이해하고자 하는 개방적이고도 겸손한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이 신부는 폰 발타자르가 책을 쓸 때에 바르트의 생각을 1부에 쓰고, 이에 대한 자신의 가톨릭적 응답은 2부에, 3부에는 이 대화를 통한 교회일치 신학적 전망을 적었다고 설명했다.

천주교-개신교, 기도와 실천부터 함께해야

국제학술대회 둘째 날에는 ‘개혁을 개혁하라’를 주제로 교회일치와 쇄신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 최형묵 천안살림교회 목사 ⓒ배선영 기자

최형묵 목사는 오늘날 부의 축적이 목적 그 자체가 된 현실에서 그리스도교가 어떤 대안을 제시하고 역할을 해야 하는지 발표했다. 최 목사는 “오늘의 자본주의가 인간의 삶에 바람직한 것인지 검토하고 경제생활을 삶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하나의 방편으로 그 위치를 재조정하는 것”이 그리스도교 윤리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다수의 사람들이 불평등에 처해 있는 경제생활에서 그리스도교는 “정의로운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즉 불평등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정의의 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그리스도교 윤리의 또 다른 과제로 최 목사는 이미 종교화된 자본주의를 근본적으로 비판하고 그 허구성을 드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이미 오늘의 자본주의 경제 질서를 자연적 질서일 뿐 아니라 신의 섭리로까지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이런 문제를 문제로 느끼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본주의 이전에도 현실에서는 교회의 가르침과 다른 일이 벌어졌고, 그 가운데 교회의 가르침은 바람직한 삶을 일깨우는 기준으로 몫을 해 왔다”며 “가톨릭교회의 회칙이나 최근에는 교황의 발언에서도 자본주의 현실에 대한 문제점과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고 했다.

▲ 김희중 대주교가 9월 23일 서강대에서 열린 '종교개혁 500년, 그 빛과 어둠' 국제학술대회 발표를 듣고 있다. ⓒ강한 기자

앞서, 김희중 대주교(천주교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는 기조강연에서 “한국의 천주교와 개신교가 무엇이 다른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우선 신앙의 공통 유산이 무엇인지 공유하면서 복음의 말씀을 함께 묵상하고 함께 기도하며 실천하는 일부터 구체적으로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김 대주교는 “서방 교회의 일치운동의 결과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양 교회에서 구체적인 일치운동을 벌여 세계교회에 자극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며 “종파를 떠나서 우리가 참으로 그리스도의 말씀에 충실한 제자라면 터무니없는 불신의 묵은 감정과 선입견을 버리고 서로를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구체적으로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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