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학내 갈등 심화

예수회가 설립한 서강대학교 학내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남양주 제2 캠퍼스 건립을 두고 예수회와 총장 등이 대립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이사회의 학교운영과 구조에 대한 문제도 불거져, 총학생회는 학내 민주적 결정구조를 요구하며 서명운동을 벌이고, 총학생회장이 단식 농성 중이다.

서강대와 남양주 시는 지난 2013년에 남양주에 제2 캠퍼스를 2025년까지 만들기로 기본협약을 맺었다.

지난 19일 유기풍 총장은 예수회 아돌포 니콜라스 총장에게 탄원서를 보냈다며 이를 총동문회에게 공개했다. 유기풍 총장은 남양주 캠퍼스 설립 계획을 예수회가 반대하고 나서 학교가 혼란에 빠졌다며, 정제천 한국관구장의 리더십을 문제삼았다.

그는 예수회가 걱정하던 남양주 캠퍼스 비용 문제가 다 해결되었는데도 이제는 또 다른 이유를 대며 반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예수회원 중심의 이사회는 근본적으로 전문성이 떨어지고 문제 해결능력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탄원서에 따르면, 이상웅 총동문회장은 지난 8월 정제천 신부를 만나 예수회원 이사 수를 줄이고, 이사의 1/3을 "재력 있는 동문들에게 넘기라"고 요구했다. 현재 예수회원은 이사 12명 가운데 6명이다.

이에 대해 서강대 교수협의회와 박문수 이사장신부도 같은 날 대자보를 학내에 붙여 각자 입장을 밝혔다.

교수협의회 정유성 회장은 남양주 캠퍼스 건립의 문제점과 논의과정에 당사자인 학생, 교수단과 협의가 없는 점을 지난 3년간 지적해 왔다고 강조하며, “오늘날 서강의 위기를 남양주 캠퍼스 사업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기승전-남양주의 위험한 논리로 가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전 계획에 핵심 요소인 캠퍼스 이전 목적과 주체, 방법이 분명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새로 이사장이 된 박문수 신부는 대자보에 이사회에 관한 문제제기에 대한 답과 해결의지를 담았다. 그는 남양주 캠퍼스 사업은 실현가능성, 학내 합의, 재정과 안정성 확보가 충족돼야 실행할 수 있다며, 이 세 요건이 부족해 보류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추진 조직을 정비한 뒤 남양주시와 협의해 계획을 다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박문수 신부는 1979-99년에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로 일했으며, 예수회 인권센터 소장을 맡고 있던 중 지난 8월 16일 새 이사장에 선출됐다. 미국 출신으로 한국에 귀화한 그는 여러 해 전 수원교구와 미리내 수도회 간의 분쟁을 교황청 중재관으로서 중재에 나서 해결한 바 있다.

그는 또 남양주 캠퍼스 사업이 최종 결렬될 경우 발생할 배상금의 책임은 재단에 있으며 학교 교비에 영향을 주지 않겠다고 분명히 했다. 재단이 학교에 내는 법정부담금은 전국 사립대 평균 이상이 되도록 구체안을 마련할 것이며, 이사회 개편도 약속했다.

▲ 학내에 붙은 교수협의회와 박문수 이사장의 성명서. ⓒ배선영 기자

그럼에도 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22일 총동문회는 예수회 중심의 학교경영을 바꿔야 한다며, 서명 운동을 시작했다. 이상웅 총동문회장은 예수회 이사 축소뿐 아니라 예수회 관구장과 부관구장의 학교법인 이사 겸임을 금하는 등 “학교 운영에서 예수회 2선 퇴진”을 주장했다.

총동문회장과 의견을 달리한 한 서강대 동문 박 아무개 씨는 “남양주 캠퍼스 건립이 학교의 미래를 밝힐 비전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무리하게 확장하지 않고 부결한 것이 옳다고 했다. 그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23일 통화에서 남양주 캠퍼스 사업을 부결시킨 예수회의 결정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언론에 보도되는 것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이 사업을 반대하는 이들도 꽤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그는 예수회가 운영에 책임을 면할 순 없겠지만, 재정위기와 운영의 민주성 회복을 위해 예수회가 물러나는 것이 답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사회를 개방하는 것에 앞서 총장직 개방의 공과에 대한 평가가 먼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강대 운영이 이전에 비해 민주적인지, 애초에 현실성이 적은 사업 계획을 추진한 것은 아닌지 (이전 총장들의) 책임도 같이 논의가 돼야 하는데, 신부들의 책임만 묻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강대는 2005년 12대 손병두 전 총장부터 예수회 신부가 아닌 평신도를 총장으로 두고 있다. 현재는 14대 유기풍 총장이다.

▲ 단식 중인 서강대 총학생회장. ⓒ배선영 기자

한편, 22일 서강대에는 학생회가 이사회 정상화를 위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었다. 전날부터 단식에 들어간 장희웅 총학생회장은 학교의 운영과 재정문제에 현재 이사회의 책임이 있다고 보고, "이사회 민주적 결정구조"를 요구했다.

장 총학생회장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학교 측이 재정상의 어려움으로 학교 건물 보수, 등록금 인하 요구 등을 들어주지 않았고, 이는 “근본적으로 이사진의 잘못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서강대가 법정부담금을 완납하지 못한 상태고, 이는 서울시 주요 사립대 중 최하위 수준이며, 등록금 의존율이 너무 높다고 덧붙였다.

반면에 그는 현재 갈등의 주요 원인으로 보이는 남양주 캠퍼스 건립에 대해 학생회는 찬성도, 반대도 아니라고 분명히 했다. 그는 “모든 구성원의 의견을 듣고, 학생들이 손해 보지 않고 학교발전에 기여가 되는 방향으로 결정을 해야 하는데, 반대의 이유가 뭔지 제대로 듣지 못했고, 정보가 부족하다”고 했다. 이어 “이사회가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해 학생들을 납득시켜 달라는 것이 골자”라고 강조했다.

학생회는 구체적으로 이사 중 예수회 출신을 1/3 이하로 줄이자고 주장한다.

한편,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예수회의 입장을 듣기 위해 홍보국에 연락을 시도했으나 23일 오후 4시 현재까지 연락이 닿지 않았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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