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식의 포토에세이]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으로 대변되는 희망버스. 이미 5년이 지났지만, 희망버스를 탔던 이들에 대한 재판은 현재 진행형이다.

문정현 신부는 지난 9월 8일 오후 2시, 희망버스를 탔다는 이유로 부산지법 제253호 법정에서 열렸던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건으로 1심 선고가 있었다. 문정현 신부는 1차 희망버스 때, 사다리를 타고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담벼락을 넘었던 것으로 기소되었다. 형사7단독 재판부 조승우 법관은 제주에서 부산까지 온 문정현 신부의 1심 선고에서 채 1분도 되지 않은 선고문을 통해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문정현 신부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검찰에서 구형한 대로 징역 ‘6개월’을 선고하기를 기대(?)했지만, 재판부는 벌금형으로 갈음했다.

▲ 희망버스 주범 김진숙 지도위원과 종범 송경동 시인 그리고 100만 원 벌금형으로 잡범이 된 문정현 신부가 비정규 노동자의 집 '꿀잠' 건립을 위한 창간호이면서 종간호인 따뜻한 잡지 <꿀잠>을 들고 있다. ⓒ장영식

재판을 마치고 김진숙 지도위원과 송경동 시인이 한자리에 앉았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자신을 희망버스 주범으로 소개했고, 송경동 시인은 희망버스 종범으로 소개했다. 결국 문정현 신부는 벌금 100만 원의 잡범이 되었다.

희망버스 종범 송경동 시인은 그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이번 재판에 대해 “5년이 지난 일이다. 도리어 국가가, 정부가 고마워 해야 할 일이었다. 명백한 부당해고에 면죄부를 주고 사측을 비호했던 검찰과 법원이 반성해야 할 일이었다.”고 회고하면서 “어른이시라지만 난 신부님을 뵐 때마다 묘하게 소년을 본다. 맑고 청정하고 투명한 영혼의 눈을 느껴서일 테다. 그래서 뵐 때마다 혼탁하고 지저분한 나를 모두 들켜 버릴 것 같아 멀찌감치 도망다니곤 한다. 부탁드릴 게 있을 때만 가까이 찾아뵈는 나쁜 놈. 그런 나까지도 늘 지긋이 바라봐 주시는 신부님”이라고 그의 마음을 고백했다.

▲ 문정현 신부가 희망버스 1심 선고를 받고난 뒤, <꿀잠>을 들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공간 마련을 위한 잡지 <꿀잠> 많이 사 주세요.”라고 홍보하고 있다. ⓒ장영식

이날 재판에는 한진중공업 노동자들과 한진중공업 가대위 회원들뿐만 아니라 부산녹색당 당원들과 페이스북 비주류사진관 회원들을 비롯한 부산 시민들이 함께했다.

장영식(라파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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