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동정녀로 살아가는 성소가 있는지 질문해 오신 분이 있습니다. 제가 들은 바로는, 카르투시오 여자 수도회에 동정녀 축성 의식이란 것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아마도 예전에는 다른 수도회에서도 일반적이었던 것인데 거의 사라지고 이 수도회에서만 유지하고 있나 봅니다. 여성 수도자들의 삶은 모두 동정녀의 삶을 외형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동정녀 축성 의식의 필요성이 희박해졌던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동정녀는 사전적 의미로, 결혼하지 않은 채 종교적 목적을 위해 동정을 지키며 정결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동정녀들의 모임은 이미 신약시대부터 그리스도인들 사이에서 동정 생활에 대한 특별한 의미를 인정받아 왔습니다. 초대 교회에서 그들은 기도와 금욕 생활을 위한 모임을 가졌고, 과부들은 교회의 특별한 부분에 봉사하였습니다. 3세기경에 이르러 동정녀들은 공식적인 축성을 받게 되었으며, 이들의 모임도 주교가 직접 관할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형태의 모임이 여자 수도회로 발전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1888년 처음으로 들어온 수녀회(샬트르 성 바오로수녀회)에 앞서서도 조선 교회에도 동정녀들이 있었습니다. 윤점혜, 김효임과 김효주 자매, 이인덕, 이경이 등이 그들입니다.("가톨릭 대사전” 참조)

쉽게 설명하자면 동정녀는 결혼하지 않은 채 독신 생활을 통해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한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신앙적 투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독신 생활을 하는 여성을 아무나 동정녀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동정녀들의 공동체가 있습니다. 여성 수도회와는 달리 청빈, 정결, 순명 등의 서약이 필수적으로 요구되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정녀회도 지역을 담당하는 교구장 주교에 의해 하느님께 축성되고 천주 성자 그리스도께 신비적으로 약혼되며 교회를 위해 봉사하는 모임입니다. 동정녀들은 자기들의 계획을 더욱 충실하게 지키고, 그들의 고유한 신분에 맞춰서 교회에 봉사하기 위해 서로 돕고, 그 목적을 잘 성취하기 위하여 단체를 결성할 수 있습니다.(교회법 604조 참조)

▲ 동정녀로 살고자 한 여성이 동정 축성 의식에서 주교의 축성을 받는 모습. (이미지 출처 = TCN)

아마도 그리스도교 전통이 이어져 온 나라에서는 꼭 단체가 아니더라도 개인적으로 해당 교구의 주교에게 동정녀로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축성을 받아 살아가는 이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예전에 같은 수업을 듣고 있던 프랑스 예수회원 하나가 자기 고모는 그런 삶을 살고 있다고 귀띔해 줬던 것이 기억납니다.

따라서 수녀회에 입회하여 수도자로서 살아가는 것도 한 가지 성소이지만, 동정녀로서 살아가는 방법도 여러 성소 중 하나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 동정녀회에 가입하여 살아가는 방법도 있고, 개인적으로 교구장에게 그런 봉헌의 삶에 대한 원의를 밝히고 축성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하겠습니다.

저는, 우리나라에서는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분들은 몇 분 알고 있지만, 개인 차원(그러니까 공동체 생활은 안 해도 소속된 동정녀회가 있는 게 보통인데, 아예 소속 회도 없이)에서 동정녀로서 축성받고 살아가는 분을 만나 보거나 그런 분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미국에서는 작년에 한 여성 교리교사를 위한 동정녀 축성 의식이 베풀어졌습니다. 특별한 은사를 드러내 보여 주는 여성들에게, 이런 예식은 그들의 특별한 소명에 대한 교회 공동체의 지지와 격려의 표징이 될 것입니다.

참고자료: http://www.todayscatholicnews.org/2015/08/unstained-fidelity-to-the-bridegroom/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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