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유산이 사료로 보존되는 과정 드러내고자”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명동성당 옆 옛 주교관을 한국 가톨릭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전시관으로 개방했다.

‘사도회관’으로도 불리는 옛 주교관에서 열리는 전시는 9월 9일부터 11월 13일까지 계속된다. 9일 오전에는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과 보좌주교들, 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 관계 신자들이 모여 전시장을 살펴 보고, 원종현 신부(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의 설명을 들었다.

전시는 크게 두 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서한의 방’으로 이름 붙인 1층에는 편지들을 중심으로 초기 한국 가톨릭 신자 공동체의 경험과 노력을 보여 주고자 했다. 제1대 조선 교구장(대목구장) 브뤼기에르 주교가 선교사 시절 조선 선교를 자원하는 서한 전문(1829년 5월 19일자)과 유진길 아우구스티노가 베이징 교회에 보낸 성직자 요청 서한(1830년)은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되는 것이다.

▲ 9월 9일 병인순교 150주년 특별 기획 전시가 시작된 명동성당 옛 주교관을 찾은 사람들이 2층을 둘러 보고 있다. ⓒ강한 기자

‘서사의 방’으로 이름을 정한 2층은 역대 교구장의 아카이브(기록 보관소)로 꾸며, 유물과 사진, 편지, 공문 등을 모았다. 서울대교구는 전시 소개 자료에서 “교회 유산이 공공성과 전문성을 지닌 객관적 사료로 보존되는 과정을 드러냄으로써, 교회사 자료의 가치를 환기시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서울대교구 차원의 병인년 순교 150주년 특별기획 ‘기억 그리고 기념 전’으로, 한국 천주교 곳곳에서 열리고 있는 병인순교 150주년 기념 행사 중 눈에 띄는 부분이다. 천주교 주교회의는 지난 3월 30일 ‘병인순교 150주년 기념 사목교서’를 발표해 신자들에게 순교자들의 모범을 따라 “인류의 구원을 위한 도구”가 되고, 가난한 이들을 위한 애덕을 실천하며, 자비의 도구로 살아가자고 권고했다. 

병인순교(박해)는 1866년(고종 3년, 병인년) 초부터 1873년 흥선대원군이 정계에서 물러날 때까지 계속됐으며, 한국 천주교가 겪은 최대 박해로 평가받는다. 한국교회사연구소에 따르면 병인박해 때 천주교 신자 8000명 이상이 죽었다.

▲ 2014년 9월 축복식을 한 서울대교구청 신청사 왼편 아래로 옛 주교관(사도회관)이 보인다. ⓒ강한 기자

서울대교구 옛 주교관은 1890년 코스트 신부가 설계해 2층 벽돌 조적조로 지은 건물이다. 1891년 4월 축복식 뒤 여러 용도로 쓰였으며, 뮈텔 대주교, 라리보 주교, 노기남 대주교 등 옛 서울대교구장들이 이곳에서 살았다. 이 건물은 2000년대까지도 서울대교구 부서 일부가 사용했으며, 2011-2014년 명동성당 종합계획 1단계 공사로 천장, 벽의 벽돌, 아치형 구조, 창문, 발코니 등 옛 모습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수리 작업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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