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위, "평화는 힘으로 못 얻어" - 북한 5차 핵실험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해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 이은형 신부는 “힘을 통해 평화를 얻을 수 없다”는 교회의 입장을 분명히 하며, 남북의 대화를 강조했다.

북한은 오늘 9일 오전 9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근처에서 5차 핵실험을 벌였다. 풍계리는 지난 1월 4차 핵실험이 있던 곳이다. 오후 1시 30분경 북한 <조선중앙TV>가 “핵탄두 위력 판정을 위한 핵폭발 실험을 단행했다”고 보도해, 핵실험이 사실임이 분명해졌다.

이은형 신부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통화에서 “힘 대결로 남북관계가 치닫고 있다. 자칫하면 서로 마주 보고 달리는 기관차가 정면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긴박한 상황으로 갈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이어 그는 “과거에 남북이 협력했던 좋은 기억을 살려 진정한 평화를 위해야 한다”며 북한이 핵실험 등 무력시위를 하는 이유와 남한이 원하는 것을 함께 테이블에 마주 앉아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신부는 강대국 사이의 긴장감으로 한반도가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걱정했다. 이어 “매듭을 푸는 성모님”의 성화처럼 얽힌 매듭을 풀도록 신자들의 기도를 당부했다.

▲ 2007년 서울에서 열린 제21차 남북장관급회담. (사진 출처 = 남북회담본부 사이트)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정책실장 김훈일 신부(우니타스 사무총장)도 “북한과 대화가 더 어려워 질 것”을 걱정하며, 올 1월 핵실험 뒤 갈등이 심해졌으나 이제 다시 냉정함을 찾아 대화를 모색할 시점인데, 이런 일이 생겨 심각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의 핵실험은 대북제재 압박을 풀고, 자신들의 체제를 전복시키려는 노력을 포기하라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김 신부는 또 핵개발이 이제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시아와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차원이 됐다고 했다. 그는 “이제 우리가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거나 설득하는 명분도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한반도의 운명이 우리의 의지가 아닌 국제사회의 선택에 맡겨질까” 걱정했다.

이은형 신부와 마찬가지로 그도 “우리의 기도가 부족했던 것을 자각하고, 간절히 기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신부는 점점 더 심각해지는 군비경쟁, 전쟁의 위협에 맞서 우리가 할 일은 소모적 논쟁보다는 국가안보와 한반도 평화에 대해 진중하게 고민하며 기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지금 굉장히 새로운 세상, 불안한 미래로 가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 2015년 12월 개성공단 지원센터에서 열린 제1차 남북당국회담. (사진 출처 = 남북회담본부 사이트)

교회의 바람과 달리 정부는 북한을 더 강력하게 제재하고 압박한다고 성명을 냈다. 정부는 북한의 5차 핵실험을 두고 “중대한 도발”이라며 강력히 규탄했다.

또 정부는 “주민들의 열악한 인권과 민생상황은 도외시한 채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에만 몰두하면서 위험천만한 도발을 지속한다”고 비판하고, “북한이 도발할수록 더욱 더 강력한 국제사회의 제재와 외교적 고립에 직면할 것이고, 경제 또한 파탄에 이르게 됨으로써 종국적으로 자멸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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