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연 토론회, 사회적 합의 필요하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종자연)이 ‘스포츠 선수의 종교행위’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어, 지난 브라질 올림픽 축구 경기 중 석현준 선수의 기도 세리머니로 시작된 논의의 폭을 더 넓혔다. 이 자리에서는 지금 우리 사회가 스포츠와 종교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할 때이며, 특히 국가 자금을 받는 대표선수의 경우 더 그러하다고 지적했다.

발제를 맡은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스포츠는 전쟁에 비유되곤 한다며, 선수가 승리에 대해 감사를 표현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수가 자기 마음의 안정을 위해 경기 전에 조용히 기도하는 모습이나, 약간의 종교적 표현이 나오는 것을 뭐라고 할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송 교수는 왜 특히 선수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는 순간 자신의 종교를 드러내며, 관중이나 상대편 선수에게 불편함을 줘야 하는가 물었다. 이어 그는 “반드시 득점과 승리가 신에게 감사할 일일까” 물었다. 그러면서 “좋은 성적은 자신의 능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 상대방의 희생에 바탕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며, 승리한 선수가 종교를 드러내는 것은 성숙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 선수들은 국고와 국민체육진흥기금으로 조성되는 재원에서 훈련비용과 보수 등을 지급받고, 활동 결과가 개인의 병역혜택, 연금 지급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공적 활동과 관련해 종교적 표현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한국에서 “선수의 종교적 표현에 대한 비판이 다수 종교에 대한 것이라는 점에서 프랑스에서의 부르키니 논쟁이 이슬람에 대한 사회적 혐오와 함께 소수자인 이슬람 교인들을 향해 있는 것과 다르므로 어쩌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조금씩 세부 규정을 만들어 가면서 종교가 장차 사회적 분쟁의 불씨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기춘 교수는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정책자문위원이기도 하다. 이번 토론회는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9월 8일 오후 열렸으며, 40여 명이 참여했다.

▲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이 '스포츠 선수의 종교행위 어디까지 가능한가'를 주제로 9월 8일 시민토론회를 열었다. ⓒ강한 기자

토론 중에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백찬홍 씨알재단 운영위원은 국가대표의 경우라면 대한체육회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며, 방송도 사전교육을 통해 기도 세리머니 장면을 비추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신교 스포츠인들의 과도한 종교행위는 땅밟기와 유사하다”며 “조용히 성호를 긋거나 십자가 목걸이에 입맞춤하는 정도는 용인될 수 있지만, 국가대표 선수가 과도한 세리머니를 하거나 인터뷰 중 하나님 운운하는 것은 선교 또는 포교 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곽선우 변호사는 최고의 스포츠적 가치는 결국은 경기장에서의 퍼포먼스(실적, 성과)라며, “이는 선수 개인의 열정과 노력, 집중력 등에서 나오는 만큼 최상의 퍼포먼스를 위한 선수 개인의 종교적 행위는 어느 정도 인정해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 변호사는 시민 축구 구단인 성남FC의 대표를 지냈다. 그는 “문제 해결은 선수 개인의 퍼포먼스는 유지하면서 스포츠의 정신 및 상품성은 훼손되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 변호사는 “각 협회나 연맹 규정으로 일률적으로 선수 개인의 종교적 행위를 규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규정하더라도 선언적 의미 정도로 만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후 규제나 징계를 통한 중도적 해결책은 실제 쉽지 않기에 사전 예방이 최선이며, 협회나 연맹 차원에서 선수 개인의 종교적 표현행위의 문제점에 대해 계속 교육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토론자 이창익 고려대 연구교수는 국가대표는 자신의 능력과 업적을 보상받는 존재이므로 정교분리 적용 대상이라는 것이 가장 건전한 해결책이라면서도,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은 공사의 구별이 그리 뚜렷한 세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이 교수는 “운동선수가 국민의 기쁨을 위해 노력하여 골을 얻었으니, 그 정도의 개인적 종교 표출은 눈감아 주어도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견도 많다”며 “크게 공익을 저해하지 않는 이상, 개인의 양심에서 우러나오는 그러한 종교적 표현까지 억누른다면, 그것이 오히려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아직까지 우리의 문제는 대화와 숙고를 통해 해결 가능한 문제”라며 “선수와 감독이 국민과 관객의 종교 감수성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스스로 자신의 종교적 신앙 표출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 스포츠 현장에서 벌어지는 종교 강요의 문제, 종교 자유의 억압 문제 등이 공론화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종자연은 지난 8월 5일 브라질 올림픽 경기에서 보인 석현준 선수의 기도 세리머니에 대해 “아쉬움과 함께 옥의 티”였다며, 국가대표 선수는 이러한 행위를 삼가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기도 세리머니는 득점한 선수가 기뻐하며 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골 세리머니’와 ‘기도’를 합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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