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여기 노동절 기념토론회에서 교회 사업장 문제 다뤄..

       이번 토론회는 가톨릭교회가 1891년 레오13세 교황이 <노동헌장>을 반포한 이래 줄곧 노동, 노동자, 노동문제에 대한 입장을 교황회칙을 통해 밝혀왔지만, 현재진행중인 인천성모병원 등 교회에서 운영하는 사업장과 교회 기관에서도 노사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어떤 경우엔 일반 사업장과 다름 없을 뿐 아니라 더 가혹하다는 비판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열린 것이다. 그동안 교회는 세상을 가르치는 교회를 자임해 왔지만, 최근 상황에 비추어 볼 때 교회 역시 세상의 일부로서 문제를 함께 안고 있으며, 세상을 향해 무엇인가 발언하려면 교회 자신의 모습을 먼저 되짚어 보아야 한다는 엄숙한 사실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

▲ 교회에서 운영하는 사업장과 교회 기관에서도 노사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어떤 경우엔 일반 사업장과 다름 없을 뿐 아니라 더 가혹하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이를테면 노동조합의 정당성을 사회교리에서 가르치면서, 교회 스스로는 자신의 사업장과 기관에서 일하는 직원 및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을 허용하지 않으려는 태도 때문이다.

노동절을 즈음하여 <우리신학연구소>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공동주최로 노동절 기념 토론회가 5월 6일 오후 3시부터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 4층 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가톨릭교회와 노동문제'라는 주제로 가톨릭 교회 안의 병원 사업장과 기관의 노사문제를 중심으로 다루었는데, 발제자로는 박동호 신부(서울대교구 신수동성당)와 권오광(전 가톨릭노동사목전국협의회 회장)이 맡아서 노동문제에 대한 사회적 가르침과 교회 사업장의 실태를 분석했다.

진행은 박영대 소장(우리신학연구소)가 맡았으며, 토론자로는 예수회의 김정대 신부, 박용희 인천성모병원노동조합 지부장, 백정석 전 광주대교구청 노동조합 사무국장, 이덕우 변호사 등이 참여했으며, 가톨릭신문과 평화신문, 프레시안 등 언론인들과 70여명의 노동자 및 신자들이 참석해 토론과정을 지켜보았다. 이날 토론에서 박동호 신부는 교회사업장의 노사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주교회의 등 교회 안에 중재기관을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본격적인 토론회에 앞서 이 자리에 참석한 홍희덕 의원(민주노동당, 노동환경위원회)은 "2002년 CMC, 1997년 대전성모병원, 2002년 목포가톨릭병원, 2005년 성모자애병원 등에서 노사문제가 발생했듯이 그동안 사회적으로 가톨릭사업장의 노사문제가 많이 쟁점화되고 있고, 최근에는 인천성모병원에서 노사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서울성모병원 비정규직 문제는 보건의료노조와 서울성모병원 상호간에 신뢰를 갖고 직접 대화를 통해 문제를 잘 해결했다”며 “오늘 토론회를 계기로 가톨릭 내부에서 다양한 사례를 반성적으로 성찰하고 또 모범적인 사례는 더 의미있게 탐구하고 토론해 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교회, 권력과 자본에서 자유로와야

박동호 신부는 기조발제를 통해 "가톨릭교회는 1891년 <노동헌장>을 반포한 뒤에 사회교리를 계속 발전시켜 왔으며" '사회교리의 집대성'이라고 할 수 있는  <사목헌장>에 '헌장'이라는 이름을 붙여 권위를 부여한 것은 큰 발전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회는 사회교리를 통해 노동조합의 정당성을 누누이 이야기해 왔지만, 정작 우리 교회 사업장의 현실과 너무 거리가 멀어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오광 씨는 "1980년도 중반 이후 가톨릭교회가 더욱 보수화되어 가는 과정에서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교회사업장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교회의 선교적 목적에 대한 의미부여가 되지 못하면서 관심밖으로 벗어나고 말았다"고 분석했다. 더구나 교회가 신자유주의의 정책에 조응하여 교회기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고용문제와 노동조건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특히 노조가 있는 사업장의 경우 조합원들의 노조탈퇴 종용에 이어 노조의 무력화 정책이 전개되면서 노조의 힘이 많이 약화되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한편 권오광 씨는 목포가톨릭병원와 대구파티마병원, 대부분의 가톨릭중앙의료원(CMC) 소속 병원사업장과 평화방송 등에서 노사갈등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 교회가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 전통적인 호교론적 권위주의를 청산하지 못하고 △ 교회 안에서 노사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회가 자본에서 자유롭지 못하면 세상에 희망을 줄 수 없고, 교회가 권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면 복음의 신실성을 증거할 수 없다"고 하면서 "교회는 가난을 통해 어떻게 가난이 극복되는지 보여주어야  하며 무력함을 통해 어떻게 권력을 이길 수 있는지 보여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교회의 권위주의를 비판하면서 "노조에서 인사권의 전횡에 항의하면 이를 경영권에 대한 도전이며 교도권에 대한 도전으로 문제삼으며 징계하거나 노조의 견해를 묵살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교회는 노사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말하면서 "통상 병원측이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기업별 노조에서 이미 산별노조로 전환된 시점에서 이해부족으로 보인다"고 하면서 교회가 노동조합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를 희망했다. 교회는 "노조는 환자를 볼모로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불법부당한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집단으로 보면서 노조를 동반자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노조를 사업자의 이윤에 부합되게 잘 길들여진 조직으로 만들거나 무력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성안드레아 병원이 비정규직을 전부 정규직으로 전환시킨 것처럼 세상의 흐름을 거슬러 약자의 편에서 정의를 행하는 태도가 요청된다고 말하면서, 지난 2009년 인천교구 노동자주일 담화문에서 최기산 주교가 "정부가 노동자들과 대화를 통해 정책수립에 나설 것"을 촉구한 것처럼 교회 사업장에서 이러한 대화가 가능해 질 것을 기대했다. 

상업화된 교회 사업장, 정체성 문제 생겨     

김정대 신부는 약정토론에서 '권위' 문제를 중심으로 교회내 사업장을 공동체의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김 신부는 신자유주의적 경쟁사회 안에서 가톨릭계 병원들 역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시설투자를 해야하고, 투자한 만큼 이윤을 얻어야 하므로 상업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모습은 가톨릭교회가 본래 선교목적이나 정신을 상업주의에 넘겨준 꼴이며, 결국 그 공동체가 갖는 권위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한편 김 신부는  수도자나 성직자들이 갈등상황에 잘 적응하지 못해 감정적으로 사안을처리하기 쉽다면서 노동자들이 투쟁시에도 사제나 수도자들에 대한 인신공격을 자제해야 한다고 도움말을 주었다. 사제나 수도자들은 상처받기 쉬우며 한번 마음의 문을 닫으면 열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공동체는 구성원들의 마음을 사야 하며, 문제해결시 오히려 법에만 의존하는 경향을 지적했다. 법은 최소한의 것이지 교회로서 언제나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이덕우 변호사는  서울대교구에서 '평화드림'과 '평화빌딩' 등 수익사업에 치중하기 보다 먼저 사랑을 몸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과 사람의 차이를 인정하되 차별해서는 안 되고 착취해서는 안 되는데, 이익을 남기기 위해 어느 경우에는 교회에서도 법을 어기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 인천성모병원 사태에 관한 동영상을 보고 있는 발제자와 토론자들.


한편 토론에 나선 박용희 지부장은 최근에 제작한 동영상으로 발언을 대신하며 지난 3년 동안 단절된 노사간의 대화를 병원측에 촉구했다. 박 지부장은 “노동조합은 스스로의 의지와 상관없이 선택의 여지도 없이 파국으로 떠밀리고 있다”며 “지금 우리는 22년 동안 힘들게 지켜온 심장같은 노동조합을 잃을 수도 있는 위기의 상황이고, 인권이 짓밟히고 정당한 권리를 빼앗기고 대화조차 전면 거부당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지부장은 “진정으로 인천성모병원의 바람직한 발전을 위해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싶다”며 △ 2005년 영양과 부당해고사건에 대한 보복 중단 △ 헌법에 보장된 노동조합 활동 인정 △ 임금동결 중단 △ 병원민주화를 위한 인천교구의 대책 마련 △ 이 모든 문제를 원만히 풀기 위한 이학노 인천성모병원장 신부와 최기산 천주교 인천교구 교구장 주교와의 대화를 요구했다.

지금은 장흥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는 백정석 씨는 광주대교구청 노동조합의 사례를 발표하면서, 교회기관 중에서는 한국교회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고 소개했다. 광주대교구가 성직자 중심의 일방주의적 관행이 자리잡으면서 직원들이 소통할 수 있는 통로로 2001년 7월 16일에 노조를 설립했다고 한다. 이들은 당시 창립선언서에서 "교회 정신이 교회 안에서 봉사하는 노동자에게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전했으며, "노조는 교회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이 땅에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불리웠으며" 직원들이 "사목봉사의 동반자임"을 확인했다.  

그러나 그해 9월 인사이동에서 노조원중 16명을 인사이동시켜 노동상담소 담당으로 채용된 직원이 성소국으로 발령나기도 하는 등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한다. 결국 2003년 3월 11일에 해산총회를 하게 되는데, 교구청 직원들이 대부분 성직자나 수도자의 연분으로 취업했기 때문에 노조활동이 자유롭지 못했다고 한다. 노조가 생기자 사제들이 "노조가 생겼으니, 이제부터 나는 사용주다"라고 발언하면서 압력을 가했다.

교회 안에 노사갈등 중재할 기구 필요해

이날 참석자들의 질문은 아무래도 교회 관련 사업장 문제라서 박동호 신부에게 집중되었다. 

박동호 신부는 교회 내 사업장 노사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무엇보다 노사 간에 중재 역할을 할 수 있는 제도적 기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노사정위원회처럼 정권의 취향에 따라 흔들리지 않고, 국가인권위원회처럼 자율성을 권위의 기초로 하고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교회내의 사업장의 갈등하고 있는 노사 양측에 접근성을 갖고 중재하는 전문협상가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선 주교회의 등에 이런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박 신부는 제안했다. 

이어 박 신부는 복지적 차원에사 사회적 약자를 돌보기 위해 시작된 학교와 병원 등은 이제 국가가 몫을 맡게 되거나 사기업의 경쟁체제로 들어선 지금도 계속 그일을 교회가 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했으며, 당장에 문제가 되고 있는 인천성모병원 사태처럼 노조 불인정 문제는 <사목헌장> 등 사회교리의 참여, 연대, 사회정의, 반대자에 대한 존경 원칙'에 위배된다고 발언하면서 양자간에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테이블이 차후에라도 마련되었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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