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 (이미지 출처 = en.wikipedia.org)

하중상(下中上)

- 박춘식

 
5000cc는 날아다니면서

돈놀이 선거놀이 물놀이

밤놀이 떡판놀이 가면놀이를 즐긴다

그 아래 동네는

돼지새끼 손잡고 꿀꿀

흙길을 걸어가는 800cc 바퀴가 보인다

흑백 논리도 아니고 상하 구분도 아닌데

저 멀리

소달구지에 앉아 계시는

하느님은

성경을 거꾸로 들고 계신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 (2016년 9월 5일 월요일)

조선 시대에 많은 선비들이 바른말을 하여도 듣지 않는 권좌들이 많았던 이유로 막판에는 나라를 빼앗기는 통한의 슬픔과 격분을 껴안아야 했습니다. 너무 우둔해서 그런지, 요즘은 선비들이 안 보입니다. 몇몇 선비들만 바른말을 하고 있지만, 숨어 있는 많은 선비들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야속하게 말한다면 군자답지 못하다고 할까요, 아니면 더러워 피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나라 꼬라지가 참 엉성합니다. 무슨 일이 터지면 늘 뒷북만 치는데 그 뒷북마저 찌그러진 소리만 내다가 흐물흐물 사라집니다. 청년들이 ‘헬조선’이라고 말하는 모습은, 너무 가슴 아리고 너무 슬퍼 보입니다. 이 땅의 정치까들이 ‘헬조선’이라는 말의 의미를 아는지 외면하는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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