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식의 포토에세이]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할머니들은 일본 정부가 소녀상 이전과 철거를 요구하는 데 대해 "100억이 아니라 1000억을 줘도 역사를 바꿀 수는 없다"라고 비판하고 "우리 뒤에는 국민이 있고 젊은이들이 있으니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장영식

8월 31일, 일본 정부가 한국정부 주도로 출범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화해, 치유재단'에 10억 엔을 송금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따라 형식적으로는 지난해 12월 28일 한일 간 일본군 위안부 합의 중에 일본 측이 해야 할 핵심 이행 조치는 사실상 마무리된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피눈물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진심 어린 침략 참회와 용서 그리고 화해의 역사적 성찰 없이 한일 간 일방적 합의와 10억 엔의 송금으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역사적 문제를 기억에서 지우려고 하는 것입니다.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은 "성노예라는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피해에 대해 4반세기 넘게 정의로운 해결을 호소한 고령의 피해자들이 있는데도 한일 양국 정부는 역사를 지워 버리는 담합을 감행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범죄 사실을 인정하고,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 그리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해야 한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상식입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의견과 의지에 대한 올곧은 반영 없이 정부 주도로 이루어진 한일 간 일본군 위안부 합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무효라는 것입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90)는 일본 정부가 소녀상 이전과 철거를 희망하고 있는 데 대해 "100억이 아니라 1000억을 줘도 역사를 바꿀 수는 없다"라고 비판하고 "우리 뒤에는 국민이 있고 젊은이들이 있으니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복동 할머니는 "소녀상은 국민이 세운 것이기 때문에 일본 정부는 물론이고, 한국 정부도 마음대로 옮길 수 없다"고 일관되게 말씀하고 계십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문제를 바라보는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의 역사 인식에 대해 참담함을 느낍니다. 역사적 진실 앞에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입을 닫은 정부의 일방적 태도에 깊은 분노를 느낍니다. 몇 푼의 돈으로 역사적 진실과 기억들을 지우려는 한국과 일본 정부의 나쁜 합의는 원천 무효입니다.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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