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고백소에 들어가 있다 보면 자주 듣게 되는 레퍼토리가 누구를 뒤에서 험담했어요, 사람들이 모이면 누구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같이 한마디 거들었어요, 이런 류의 뒷담화 고백입니다. 규칙적인 뒷담화, 정신 건강에 좋다....라는 분들도 계시지만, 실제로는 개인의 영혼과 정신적 성장에는 도움이 안 된다고 여겨집니다.

그래서 뒷담화를 종종 한다고 하시는 분께는 넌지시 물어봅니다. 앞으론 어쩌시려고요? 그러면, 답이란 것이.... 어쩌면 좋을까요? 라는 반문입니다. 솔직히 답이 마땅찮습니다. 입장을 바꿔 보고 생각해 봅니다. 나는 어쩔 것인가? 쉽지 않지만, 뒷담화를 당하는 주인공에게 정확히 나의 불만을 표현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성숙한 방법으로 보입니다.

내가 왜 내 뒷담화제의 주인공인 그/그녀의 태도나 행동에 대해 반감을 가지는지에 대해 먼저 성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반감들은 여러 정서 중에서 화/분노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런 감정의 원인은 내 안에 무엇인가가 충족되지 않았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성찰의 과정은 그런 나의 감정이 정당한 것인지 알게 해 줍니다. 만약 그 원인이 불분명한 것이거나 주변 사람들의 ‘카더라....’ 하는 증언을 통해 증폭된 것이라면 매우 조심해야 합니다. 그것은 십계명의 제8 계명, 거짓 증언을 하지 말라는 명을 위반하는 것이고 그 결과가 어떤 식으로 드러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이 사람 하나 잡는 것은 매우 쉬운 일입니다.

뒷담화를 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면, 이런 질문을 던져 보시기 바랍니다. “나는 무엇에 대해 화를 내고 있는가?”, “나는 누구에게 화가 나 있는가?”, “나의 분노는 합당한 것인가?” 그리고 그 대상과 합당함이 확인된다면 과연 뒷담화가 나의 불만을 표출하는 가장 건강한 방법(때와 장소를 포함하여)인가? 까지 질문해 보도록 합니다. 이런 질문을 던지다 보면 뒷담화하기를 포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절차가 복잡해서야....

절차가 복잡하다고 해서 그냥 두실 것은 아닙니다. 분노와 같은 감정은 분명 표현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화가 나 있는 당사자는 심리적, 육체적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주변 환경이 더 나아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변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침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속으로 끙끙 앓거나 뒷담화만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상대방에 대한 반감은 화, 분노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성경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하느님도 분노하시는데 인간이 분노를 숨길 필요가 없습니다. 그것 때문에 문제가 더 커질 것이 두려워 표현하지 않는다는 분들은 말 그대로 두려움에 짓눌린 사람들입니다.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분노의 대상이 분명하고 그 대상에게 가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그만큼 좋은 것이 없을 겁니다. 가서 이야기할 때 분명 용기가 필요합니다. 두려움을 걷어 낼 수 있으니까요. 용기를 청하고 가서 상대방에게 이야기를 들어 달라고 먼저 양해를 구하고 그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행동으로 인해 내가 느낀 실망감을 표현합니다. 이야기를 마치고 나면 그 사람도 자신의 상태를 이야기해 주겠지요. 조용히 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이런 경험을 하고 나면 보통 서로 어색해질 것이 분명합니다만 시간이 조금 흐르고 나면 서로를 더 이해할 수 있었던 경험을 인정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고마워하게 될 겁니다.

혹시 분노의 대상과 이야기를 나눌 수 없는 상황이라면, 공적으로 알리는 것입니다. 우리가 광장에 모여 시위를 한다거나 피켓팅을 하는 것이 그런 방법의 하나입니다. 숨거나 자포자기하거나 뒷담화로 멈춰 버리는 것이 아닙니다.

뒷담화는 내가 어떤 사람이나 사안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기에 일어납니다. 그리고 동조자들이 함께 있는 환경에서 일어납니다. 불만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나 말고도 한 명 이상 있기 때문입니다. 긍정적으로 보면 그런 우리가 ‘화’라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왕 모이셨다면, 이 화를 두고 앞서 던졌던 질문을 함께 해 보시길 제안합니다. 말 그대로 집단 지성을 통해 지혜를 찾아보는 것이고, 모두가 성장하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구성원들이 모두 신자시라면, 이왕 모인 거 주님의 기도로 시작하고 그 성찰적 질문을 던져 보시길 강추합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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