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째 단식 중인 유경근 집행위원장 어머니 이세자 씨

세월호 유가족 유경근 집행위원장과 장훈 진상규명분과장이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활동기간 보장과 특검 도입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간 지 14일째다.

9월 말 특조위 강제 종료가 임박한 상황에서 이들은 “끝장을 보겠다”는 이른바 ‘사생결단식’을 선택했다. 이와 더불어 유가족과 백남기대책위도 더불어민주당 당사를 점거하고 야당의 책임 있는 답변을 들을 때까지 무기한 단식을 하겠다며 농성을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더민주를 비롯한 야3당은 구체적인 답변을 내지 않고 있다.

지난주, 점거 농성이 시작된 여의도 더민주 당사 앞에는 단식 중인 유경근 집행위원장의 어머니이자 단원고 희생자 유예은 양의 할머니 이세자 씨가 며느리와 함께 피켓 시위를 하고 있었다. 유경근 집행위원장이 이번에 두 번째 단식을 시작하자, 아들을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단식장 앞에서 오열하기도 했던 그는, “그저 내가 70 평생을 잘못 산 이유로 후대가 이렇게 고생하고 있다는 죄스러움에 피켓 시위라도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아들이 단식을 시작한 뒤로 광화문 농성장 앞과 더민주 당사 앞에서 계속 시위를 하고 있다.

“피켓 시위하는 앞을 무심히 지나는 사람들을 보면서 빌죠. 하나님.... 내가 그동안 저랬습니다.”

“가장 큰 두려움은 아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나도 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는 이세자 씨 역시 어머니다. 3년이 다 되도록 제대로 먹지도 잠을 자지도 못한 아들이 첫 단식때와 다르게 버티지 못할까봐 가장 두렵다는 그는, “부모된 입장으로 지켜보는 것이 더 힘들다. 그만두라고 할 수도 없고, 위로를 할 수도 없다. 이렇게 멀리서 보면서 뭐라도 하면 바늘 끝만큼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서....”라며 말끝을 흐린다.

자신을 닮아서 심장이 약한 것도 걱정이라는 그는, 더 이상 할 것도 없고, 길이 안 보여서 단식을 선택한 아들과 며느리에게 죄스러워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며, “내 아들을 살리는 방법은 빨리 이 일이 해결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 "이렇게 하면 바늘 끝만큼이라도 도움이 될까...." 유예은 양의 할머니 이세자 씨가 광화문과 더민주 당사 앞에서 피켓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정현진 기자

“법 때문에 안 된다고? 법으로 따진다면 법대로 우리 아이들 죽인 건가?”

그는, 광화문에 나와 동조 단식을 하던 국회의원을 만나 따지기도 했다. “열심히 하겠다”는 의원 앞에서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

“간절하지만 법 때문에 어렵다”는 국회의원의 말에 그는, “그게 말이 되는가. 이렇게 국민들이 여소야대를 만들어 놓은 것도 기적 같은 일인데. 그렇다면 애들은 법대로 죽였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런 식으로 하면 야당은 정권이양 하지 못할 것이다. 여러운 일 하라고 여소야대 만들어 줬는데, 법을 따지나”라며, “죽기 살기로 해야 할 일이다. 의원 배지를 걸고, 내던질 각오로 덤벼도 될까말까 한 일 아닌가. 법으로 따진다면 애들 제대로 데려다 놔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님이 진실을 밝혀 주실 것이라 믿고 있지만, 사실 이건 인간이 풀어야 할 죄”

개신교 장로이기도 한 이세자 씨는 70 평생의 신앙과 삶이 부끄럽다고 했다.

70년 넘게 이 나라에서 살면서 한 번도 이런 현실을 알지 못했고, 사방에서 죽어가는 사람들과 고통받는 이들의 손을 잡아준 적도 없어서 후손들이 이런 현실을 겪는 것이라고. 그래서 그는 자신 앞을 무심히 지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 역시도 저렇게 무심했다”고 용서를 빈다.

그는, 언젠가 하느님이 이 일의 진실을 밝혀 줄 것을 믿는다며, 그 믿음으로 버티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인간의 잘못으로 이뤄진 일은 인간이 풀어야 한다며, “어느 날이라도 누가 양심선언을 할 수도 있지 않은가. 이게 아니라고 진실을 밝혀주는 이가 하나라도 있다면....”이라고 간절한 바람을 말했다.

그가 요즘 가장 많이 생각하는 성경 구절은 바빌론에서 해방된 이스라엘 백성이다. 오랫동안 바빌론에 노예로 끌려갔던 이들이 어느 날 해방된 사건, 그렇게 하느님의 역사 안에서 세월호 참사라는 진실이 해방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그는, 바늘 끝만한 믿음, 염치 없는 믿음이라도 붙잡고 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유가족들은 자기 편하자고 목숨을 거는 것이 아니다. 누구도 억울하게 죽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서”라며, 제발 마지막 해결의 주체인 국회가 이같은 간절함으로 해야 할 일을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광화문에서는 세월호 특조위 조사관들도 34일째 단식을 하고 있으며, 수많은 시민의 동조단식이 이어지고 있다. 광화문과 더민주 당사에서 단식하는 유가족들은 야3당 대표와 해수부 관계자를 만나 특조위 활동 보장, 온전한 인양을 요청하고 있다.

국회에서 열리는 임시국회는 8월 31일로 끝난다. 그러나 16일부터 지금까지 국회는 세월호 문제와 관련해 아무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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