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노조로 회사 망해" 발언 공개 사과

“잘못된 사실의 발언으로 인하여 두 회사에서 부당한 해고를 당하고 거리에서 수많은 시간 동안 고통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큰 상처를 준 점에 대해서 사과합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콜트콜텍 노조원들에게 공개 사과했다. 콜트악기 노조원들이 사과를 요구한 지 327일 만이다.

이번 사과는 지난해 9월 3일 김무성 전 대표가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콜트콜텍, 발레오공조 등을 언급하며, 회사가 강경 노조 때문에 문을 닫았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다. 콜트악기 노조는 이에 서울남부지법에 제소했고, 법원 조정센터는 8월 16일 “해당 발언에 대해 합의된 일시, 공개 장소에서 콜트악기 노조에 유감을 표명하기로 한다”고 결정했다. 김 전 대표는 이를 수용해, 2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노조원들에게 공개 사과했다.

김 전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당시, 노동 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기업이 어려울 때 고통을 분담하기는커녕 강경 노조가 제 밥그릇 늘리기에 몰두한 결과 건실한 회사가 아예 문닫은 사례가 많다”며, “콜트악기, 발레오공조코리아 등은 이익을 많이 내던 회사인데 강경 노조 때문에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인 9월 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도 “전체 노동자의 10퍼센트에 불과한 노조가 파업을 일삼으면서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만 골몰한다”고 했으며, 연설 뒤에도 기자들에게 “대기업 강성노조가 불법파업을 일삼고 공권력이 투입되면 쇠파이프로 공권력을 팼다. 그런 불법 행위가 없었다면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3만 달러 수준을 넘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콜트악기 노조원들은 김무성 전 대표의 발언 뒤 2015년 10월 5일부터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천막 농성을 벌였으며, 방종운 지회장과 이인근 지회장이 58일간 단식을 하기도 했다.

▲ 김무성 전 대표가 2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콜트악기 노동자들에게 공개 사과했다. ⓒ정현진 기자

김 전 대표는 사과문에서 “이러한 발언은 그 전날인 2015년 9월 2일자 모 언론의 기사에 상세히 보도된 내용을 보고 이를 기초로 발언한 것”이라며, “그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하더라도 공식석상에서 발언할 때에는 미리 신중하게 사실관계를 확인했어야 하나 그렇게 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고 했다.

또 “당해 언론의 보도 내용과 이에 기초한 본인의 발언으로 최근 콜트콜텍기타 노동자들에 대하여 잘못된 사실들이 유포되고 있는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새누리당과 국회를 통해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오랫동안 부당해고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콜트콜텍기타 노동자들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경련 자료 바탕으로 기사 낸 <문화일보>, 정정보도문 게재

김무성 전 대표가 언급한 보도는 2015년 9월 2일자 <문화일보> 기사다. 당시 <문화일보>는 “테트라팩, 콜트, 발레오...무리한 노조 결론은 폐업”, “강경 상급단체, 폐업 뒤 책임 안 져...근로자만 실직 희생양”, “강성노조로 문닫은 회사, 패턴이 있다” 등 3건의 기사를 통해, 상급 노조의 과격한 투쟁 방침과 무리한 요구로 노사가 모두 공멸한다고 보도하면서 콜트악기와 콜텍, 발레오공조코리아, 깁스코리아 등을 예로 들었다.

콜트악기 노조원들은 해당 기사로 <문화일보>를 고소했고, 2016년 6월 23일 정정보도를 받아 냈다.(관련기사 및 정정보도문 바로가기 :강성노조로 문닫은 회사 ‘패턴’이 있다) <문화일보>는 재판 당시, 기사는 전경련 자료 “노조의 강경투쟁으로 인한 기업의 폐업/매각 사례 분석 및 개선방향”을 근거로 썼기 때문에 반론은 받아줄 수 있지만 정정보도는 낼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콜트콜텍에 대한 허위 보도는 처음이 아니다. <한국경제>는 2008년과 2014년 기사 “7년 소송에 휘말린 기업인의 하소연”, “7년째 파업 투쟁가만 불러대더니...세계 1위 기타업체 한국 떠나다”, <동아일보>는 2008년 “인천 두 기업 엇갈린 운명. 파업의 눈물” 등으로 콜트콜텍 노조를 비난했고, 기사 내용에 허위가 있다고 밝혀져 모두 정정보도문을 냈다.

▲ 농성 327일째를 맞는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 콜트콜텍 천막. 콜트콜텍은 8월 26일로 투쟁 3495일인 한국 최장기 부당해고 투쟁 사업장이다. ⓒ정현진 기자

콜트악기지회 방종운 지회장은 김무성 전 대표의 사과문 발표 뒤, 수용한다는 뜻을 밝혔다.

방 지회장은 “김무성 전 대표의 말은 10년이 넘는 투쟁으로 삶이 파괴된 우리를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는 것이었다”며, “327일이 지난 오늘, 사과를 해 줘 조금이라도 위로가 된다. 이번 사과를 계기로 콜트콜텍기타 노동자 부당해고 문제가 해결될 희망을 갖는다”고 말했다.

그는, “콜트악기는 수십 년 동안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시키고 산업재해가 일상적인 사업장으로, 노동부에서 산재관리기업으로 정해 과태료를 내기도 한 위험한 작업장이었다”며, “노동자가 스스로 안전을 지키기 위해 만든 노조를 ‘강성 노조’라고 말하는 것은 명예를 훼손한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또 “20대 국회가 민생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만큼 이번 임기 내에 콜트콜텍의 문제를 꼭 해결해 더 이상 정리해고로 고통받고 거리로 내몰리는 노동자가 없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며, “노동조합은 헌법에 보장한 노동권이며 혐오의 대상이 아니다. 노조에 대한 모든 탄압을 중단하고, 국회가 적극 노동자의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콜트악기 노조원 임재춘 씨는, 김 전 대표의 사과에 고마워하면서도, “사과가 끝이 아니다. 콜트콜텍 문제를 사회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이번 사과를 통해 콜트콜텍 문제가 제대로 다시 알려지고 해결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새누리당사 앞 농성장은 공장으로 돌아가는 날까지 계속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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