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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그만둬야 세상이 바뀔 것 같아요"[수도자가 바라본 세상과 교회]

학생의 본분은 공부다. 학교가 아니다.
공부는 학문이나 기술 등을 배우고 익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반드시 학교에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학문이나 기술은 자발적 동기에서 배우고 익히기 시작할 때가 가장 즐겁다. 과연 학교는 학생들 안의 자발성을 알아보고 북돋워 주는가?

“공부 열심히 하고 있어?”

청소년들을 만날 때마다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질문을 던진다. 당당히 “네”라고 대답하는 청소년을 본 적은 없다. 뭔가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못한, 죄책감에 빠진 듯한 학생들의 표정을 보며 다음부턴 절대 질문하지 말아야지 다짐한다. 그러나 잠시뿐 또 다시 같은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후회한다. 자꾸 반복하는 것을 보면 여지없는 미성숙한 어른이다.

“더 많은 학생이 학교를 그만뒀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세상이 바뀔 것 같아요.”

얼마 전 1년 반의 고민 끝에 자퇴서를 제출하고 학교를 떠나던 학생의 마지막 말이다.
붙잡을 수도, 그만두라고 할 수도 없었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학교 안에서 학교를 고민하는 학생들을 만날 때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우리 어른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1년에 7만 명 정도의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고 있다. 모두 같은 이유는 아니겠지만 학교와 사회의 잘못만으로 단정 짓기엔 무리가 있다. 개인 문제로 원인을 찾기엔 뭔가 알 수 없는 불편함이 있다. 복잡한 이유로 떠나는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올해 초 한 학생이 찾아와 힘든 상황을 털어 놓았다. 위태롭다고 인지한 나는 학교를 쉬게 되더라도 결국은 그만 두게 될 것이니 일단 좀 더 버텨 보자고 권유했다. 여러 대안을 내어 보며 학교에서 천천히 더 적응해 보자고도 했다. 학교를 그만두게 되면 겪게 될 불이익을 들먹이며 윽박도 질렀다가 달래 보기도 하며 여러 번 만나 보았으나 큰 도움이 되진 못했다.

“수녀님을 비롯한, 저보다 20살, 40살이나 더 살아오신 분들은 더 많은 경험을 하셨고, 힘든 시간 어찌어찌 지나 보내서 19살 꼬맹이보다 훨씬 더 깊은 생각과 좋은 판단을 하실 거라는 걸 알아요.(물론 아닐 때도 있겠지만요) 여하튼 더 많은 경험으로 많은 분들이 절 도와주셨고. 덕분에 다 잘 될 거라는 작은 희망을 품고 잠시 모든 걸 내려놓고 쉬겠습니다.”

떠나던 날 남기고 간 편지는 나의 생각들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며칠 전 오래간만에 만난 학생은 편안해 보였다.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자신을 만나고 주변을 돌아볼 여유를 찾은 듯했다. 하고 싶은 것을 찾고 새로운 꿈을 꾸고 있는 아이를 보며 몇 달 전 매일 기도의 첫머리를 장식할 만큼, 무슨 큰일이 당장 날 것처럼 걱정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대체 무엇이 두려워 그렇게 걱정했던 걸까? 학생은 학교에 있어야 가장 안전하다고 믿는 걸까? 청소년은 경험이 많지 않아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

오히려 청소년들은 더 용감한 것 같다. 많은 경험으로 이것저것 재느라 쉽게 결정 내리지 못하는 것을 그들은 용기 있게 해 낸다. 어른들의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 “네가 뭘 알아? 네가 몰라서 그래.” 라는 말로 윽박지르고, 청소년들의 잘못된 선택으로 판단해 버린다면 그들이 용기 있는 어른으로 자라는 것을 막는 것이다.

믿음. 우리에겐 그것이 필요한 것 같다.
아이들이 자신들의 경험 안에서 내리는 결정을 믿어 주고 격려하는 것.
자신들이 실수하고 혹여 잘못된 길을 선택하더라도, 다시 시작할 때 든든하게 함께 있어 줄 어른들이 있음을 믿는 것.
좀 돌아가는 길을 선택하더라도, 이 모든 과정 안에서 하느님이 함께하실 것이란 믿음.

J야.
너의 용기 있는 선택을 믿는다.
혹시 그 길이 네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더라도 걱정하지 마. 다른 길을 선택하고 가면 되지!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믿어 주는 것뿐이지만. 그게 너에게 작으나마 힘이 되길 바란다.
너의 선택을 믿는 것뿐만 아니라 하느님께서 주신 너의 생명력을 믿는 것이란다.
하느님께서 네 안에 주신 생명력의 불꽃을 꺼뜨리지만 않는다면 넌 그분의 계획 안에서 정말 신나게 살 수 있을 거야.
용기 있었던 경험들을 통해 아이들의 생명력을 알아봐 줄 수 있는 멋진 어른이 되어 줘.
새로운 시작에 박수를 보내며
너보다 더 너를 믿는 수녀님이....

 
 
이지현 수녀(로사)
성심여고에 재직중이다. 청소년에게 삶을 노래하며 행복하게 살도록 돕는 꿈을 꾸며 살고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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