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으로 보는 프리미어리그

프리미어리그(EPL) 시즌이 돌아왔다. 새 시즌은 8월 13일 시작된다. 팬들은 지난 시즌에 일어난 일들을 차마 못 믿어 하며 머리를 흔들어 대던 것을 마침내 멈춘다. 옛 질서가 이제 다시 그 강함을 주장할 것인가? 아니면 레스터 시티의 멋진 성공이 그 옛 질서를 얼마간 깨부쉈을까?

두고 보면 알 것이다. 하지만 여기 또 다른 예측이 하나 있다. 이번 시즌 우승팀의 감독은 가톨릭 신자일 것이며, 아마도 독실한 신자일 것이다.

누가 그래? 성적기록표다. 지난 세 시즌의 프리미어리그 우승팀은 모두 독실한 가톨릭 신자들이 이끌었다. 레스터의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첼시의 호세 무리뇨, 그리고 맨체스터 시티의 마누엘 펠레그리니.

게다가 2012년 맨체스터 시티의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까지 넣으면 지난 다섯 시즌 가운데 넷이나 가톨릭 신자 감독이다. 만치니는 어릴 적 고향에서 복사를 했으며 지금도 매주 미사에 간다.

기록 검토 기간을 10년으로 해 보면, 2010년에 첼시가 카를로 안첼로티 밑에서 우승했고, 이어 지금은 은퇴한 알렉스 퍼거슨 경만이 (가톨릭 감독이 우승한다는) 이 조류를 거슬렀다. 안첼로티는 이탈리아 북부 농장노동자의 아들이다. 그는 기자들에게 자기 부모에게 이어받은 신앙이 지금의 자기를 만드는 데 얼마나 큰 영향을 줬나에 대해 얘기해 왔고, 자기는 비오 신부를 공경하며, 날마다 기도한다고 했다. (비록 축구에 대한 것은 아니지만, “하느님은 일을 더 좋게 만드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리고 아르젠 뱅거를 집어 넣으면? 그는 프랑스의 알사스 지방에서 자랄 때 복사를 했으며, 축구를 차러 가기 위해 저녁기도에 빠지는 것을 허락해 달라고 사제에게 청해야만 했었다. “내 종교가 내게 준 가치관들에 영원히 감사한다.”고 그는 말해 왔다.

무리뇨의 2010년 이전 우승들에 뱅거의 여러 차례 우승을 더하면, 프리미어리그 시대 가톨릭 신자들의 지배권은 좀 더 완전해진다. 물론 다시 한 번 알렉스 경과 케니 달글리시(그는 셀틱에서 뛰었으나 가톨릭은 아니다.)의 많은 예외가 있다. (편집자 주- 퍼거슨 감독의 부인은 가톨릭 신자다.)

하지만 레스터와 라니에리로 특히 주의를 돌려 본다. 라니에리는 지난 시즌 직전까지만 해도 영국 축구 역사에 짧은 각주나 하나 남을 정도의 인물이었다. 지금 그는 사람들이 읽고 또 읽어도 싫증 내지 않을 역사의 한 장을 채울 영웅이다.

▲ 레스터 시티의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 (이미지 출처 = CATHOLIC HERALD)

올해 초 라니에리는 <텔레그래프>에 자기는 가능한 자주 교회에 가며 매일 밤마다 기도한다고 했다. 그는 움브리아에 있는 불가능한 청원의 수호성인인 성 리타의 묘를 자주 찾아간다. 그에게는 가족이 엄청나게 중요하다. 첼시와 토트넘과의 경기 결과에 따라 레스터의 우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날에 그는 어머니와 점심을 함께 하기 위해 로마로 비행기를 타고 돌아갔다.

호세 무리뇨는 좀 다른 인물이다. 더 날 서 있고, 더 알 수 없으며, 더 강렬하다. 그가 뱅거와 (그리고 나중에 펩 과르디올라와) 맺었던 관계만 보더라도 쌀쌀하다. 하지만 그는 늘 아주 개방적이었고 자기의 신앙에 대해 명확히 말했다.

그는 <BBC>에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나는 기도를 많이 한다. 나는 가톨릭이다. 나는 하느님을 믿는다. 나는 하느님께서 내가 필요할 때 내게 도움을 줄 시간을 약간 내 주실 수 있도록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텔레그래프>에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하느님을) 진짜로, 전적으로 믿는다.”

무리뇨는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홍보대사를 맡아 왔고, 부인인 타미와 함께 고국인 포르투갈에서는 한 가톨릭 식량구호 단체를 후원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 아들과 딸이 우리가 얼마나 혜택 받고 사는지를 이해하고, 다른 이들이 지원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칠레의 교황청립 가톨릭대학에서 토목공학 학위를 딴 마누엘 펠레그리니는 어떨까? 한 스페인 언론인은 <CNN>에 펠레그리니와 그의 조수 루벤 코우시야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코시야스는 언제나 사이드라인에서 기도하고 있다. 두 사람은 성모 마리아를 비롯해 여러 성인의 성화를 많이 갖고 있다. 둘 다 아주 신실하다.”

그러면 지금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난단 말인가?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을 거두는 가톨릭적 방식 같은 것이 있는가? 라니에리의 사례가 보여 주듯, 어쩌면 가톨릭 신앙은 그 자체가 일종의 가부장 온정주의의 모습이 있다. 확고한 권위와 관대한 돌봄이 미묘하게 결합되어서 말이다. 이는 영국 축구 팀들을 관리하는 데 아주 잘 맞는다. 또는 가톨릭처럼 보편적이고 에큐메니컬한 사고방식을 가진 교회의 일원이라는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들은 현대의 다인종 축구팀에 서로 함께한다는 의식을 더 쉽게 불어넣을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너무 나간 생각일까?

아니면 아마도 가톨릭적 감각에는 이들로 하여금 기쁨을 추구하는 것과 뛰어남을 집중 추구하는 것을 섞게 해 주는 어떤 무엇이 있는 것이 아닐까. 이 감독들은 막스 베버로 하여금 자기 머리를 긁적이게 만들었을 아주 강력한 근로 윤리를 내보여 준다. 창세기에서 “얼굴에 땀을 흘려야 양식을 먹을 수 있으리라”고 한 것과 같이 그 근로 윤리는 그들의 귀 안에서 영원히 울리고 있을 것이다. (편집자 주- 사회학자인 막스 베버는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1904-05)을 써서 직업 활동과 근면을 하느님의 소명으로 이해한 개신교적 사고방식이 자본주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장정일이 말하듯, 이러한 관점은 현실과 어긋나고 관념적이며, 오히려 그 시대의 경제적 주류에 당시 개신교가 자신의 성서적 경제관을 굴절, 적응했다고 볼 수 있다.)

어쩌면 자주 그렇듯, 체스터턴이 열쇠를 쥐고 있을 듯하다. “모든 인간 생활의 진정한 목적은 놀이다.” “지상은 임무 정원이고, 천상은 놀이터다.”

반대로, 어쩌면, 이 모든 것은 눈의 속임일 뿐이고, 이들 감독이 축구를 잘하는 나라들의 생산 라인에서 쭉쭉 뽑아져 나왔다는 것이 진실일 수도 있다.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그 의미를 따지기는 잠시 쉬고, 도대체 현재의 가톨릭 헤게모니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음, 라니엘리는 아직도 레스터에 자리를 지키고 있다. 뱅거는 준우승을 한 아스널에서 21번째 시즌을 이어가고 있다. 3위를 했던 스퍼스(토트넘 팀의 애칭)는 여전히 아르헨티나 출신인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밑에 있는데, 그 또한 냉담 중이기는 하지만 신앙인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시즌에 첼시에서 잘린 무리뇨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기세 좋게 돌아올 것이다. 한편, 맨체스터 시티에 있던 펠레그리니는 펩 과르디올라로 교체되었다.

과르디올라는 지금은 열심이지 않지만 배경은 가톨릭이다. 그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100여 킬로미터 떨어진 산페도르에서 태어나, 그곳 가톨릭학교에 다니며 성탄극에서는 천사 역할도 맡았다. 그가 기자회견에서 능숙하게 하는 영어는, 그가 다음에 진학한 라살레 데 만레사 학교에서 비르힐리오 수사에게 처음 배우기 시작한 것이다.

과르디올라도 가정생활에 충실하면서도 일중독이고, 사회의식도 강하다. 그는 바르셀로나에서 처음 감독이 되었을 때, 선수들이 내는 벌금으로 모은 돈은 (팀의 회식에 쓰던 관행에서 벗어나) 자선단체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그 돈은 유전 질병인 레트 증후군을 연구하는 한 재단에 기부되었다.

이 밖에도, 첼시는 지금 안토니오 콩테가 감독을 맡고 있는데, 그는 이탈리아 출신으로 팀을 단합시키고 열심히 일하는 데 아주 강한 믿음을 갖고 있다. 그리고 독일 출신으로 지금 리버풀을 맡고 있는 위르겐 클로프 감독은 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신실한 그리스도인이다.

끝으로, 이 모든 것은 우리 눈을 홀리는 우연일 뿐일 수 있다. 우승을 노리는 프리미어리그 구단주들이 언젠가 곧 감독을 고르는 면접에서 후보자에게 삼종기도를 외워보라고 할 것 같지는 않다. 그럼에도, 이번 시즌의 우승팀이 결정되는 내년 5월에, 또 다시 어떤 가톨릭 신자 감독이 잉글랜드 챔피언으로서 답례 인사를 할지 지켜보도록 하자.

기사 원문: http://www.catholicherald.co.uk/issues/august-12th-2016/why-catholics-make-great-football-manag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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