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기도 순례 시작

이명박 차기 정부가 추진하려고 하는 한반도 대운하 건설사업을 앞두고, 불교, 천주교, 개신교, 원불교 등의 종교인들이 모여서 운하 예정지인 한강하구에서 시작하여 낙동강, 영산강, 금강 등을 따라서 걷는 순례의 길에 나선다. 이들은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이라는 이름으로 도보순례를 시작하면서 지난 2월 12일 오후 1시에 경기도 김포시 하성면에 있는 애기봉 전망대에 모여서 발족식을 가졌다. 이들은 순례 기간 중에 생명을 경시하는 개발지상주의에 대한 성찰과 우리 시대에 필요한 생명평화운동을 하려는 것이다. 이들은 자료를 통하여 “한반도 운하 건설 주장은 아무런 논의와 검증도 없이 확정된 사업인양 추진되는 현실을 개탄하며, 이 사업으로 인해 죽음으로 내몰릴 생명의 강을 찾아 길을 나선다”고 밝혔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도법 스님과 김남준 시인

황상근, 이동훈, 문정현 신부가 발족식에 참여하고 있다.

이날 발족식 겸 첫 도보순례에는 이필완(당당뉴스 발행인) 목사를 비롯하여, 이원규 시인, 박남준 시인, 양재성 목사, 수경 스님, 도법 스님 등 여러 종교인들이 참여했으며, 가톨릭교회에서는 문정현 신부, 황상근 신부, 문규현 신부, 최종수 신부, 김규봉 신부, 이동훈 신부 등이 참여하였다.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은 출정기원문에서 “한반도의 금수강산은 생체실험용 쥐가 아니며... 우리는 지금 하늘의 질서 아래 지구 위의 모든 생명들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참회의 길을 나선다”고 밝혔으며, 수경 스님(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는 “살얼음 낀 강변에 천막을 치고 밤새 떨지도 모르겠지만 그 품에 안긴 온갖 생명과 교감을 나누기 위해 이 길을 나섭니다. 인간의 욕망 때문에 사라져버릴지도 모를 온갖 생명체들에게 안부를 묻고자 이 길을 나섭니다.”라고 취지를 밝혔다.

한편 김규봉 신부(천주교 창조보전전국모임 사무국장)는 우리 교회가 아직도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우주적 차원의 신앙으로 나아가지 못함을 반성하면서 기도문을 통하여, “당신의 처소는 맘몬을 섬기는 저희의 잘못된 개발신앙으로 더럽혀지고 유린되고 있으며” “더럽혀진 강물은 저희 부끄러운 자화상”이라고 고백하면서, 하느님보다 재물을 섬겨온 우리들의 부끄러운 삶의 찌꺼기에 오염된 강물 속에서 하느님도 함께 아파하심을 느낄 수 있다고 하였다.

군산에서 오느라 뒤늦게 합류한 문정현 신부는 발족식 참가 소감을 “쓸쓸할 줄 알았는데 결코 쓸쓸하지 않다”면서 일반언론에서도 많이 와 준걸 보니 “첫발부터 잘 될 것 같다”고 순례단을 격려하였다. 한편 시인 김지하는 그 자리에 참석하여 “대운하 건설은 경제적, 생태적, 미학적 문제이며,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면서 수경 스님 말마따나 이것은 역천(逆天)이라고 하였다. 하늘이란 지구와 우주, 우리의 삶 전체를 조율하는 공공성인데, 대운하는 그 하늘의 뜻을 거스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숭례문이 불타는 것을 보고 “느낌이 불길하다”고 말했다. “예를 지키지 않으면 우주적 공공성은 발 내릴 데가 없다”는 뜻이다.

발족식을 마치고 순례단은 일반 참가자들과 함께 오후 5시까지 7km의 첫 순례의 길에 나섰다. 이들 순례단이 서울지역을 통과하는 시점은 대략 2월 16일, 17일 주말로 예정되어 있다. 이 순례에 부분적으로 참여를 원하는 시민들은 종교환경회의 상황실(02-720-1654)이나 기도순례 홍보팀(010-9116-8089)으로 연락하면 자세히 안내를 받을 수 있다.

/한상봉 2008.02.14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