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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신자의 혼인과 세례의 상관관계는?[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성춘향 씨와 이몽룡 씨는 둘 다 비신자인 상태로 결혼을 했습니다. 결혼 당시 성춘향 씨는 초혼, 이몽룡 씨는 재혼이었습니다. 결혼생활을 해 오던 중 춘향 씨는 동네에서 친하게 지내는 이웃들이 다니는 성당에 다니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을 통해 교리반에 등록해서 두 달 정도를 다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교리를 가르치는 신부님이 남편을 데려와야 세례를 줄 수 있다고 말하더랍니다. 춘향 씨는 남편 몽룡 씨가 아직 세례를 받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기에 매우 난처해진 상태입니다. '교회가 너무해’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어찌해야 할까요?

뭐.... 결혼 상태까지 교회가 간섭하는 거 싫다면 즉, 배우자까지 오라가라 해가며 세례를 받고 싶지는 않다면 춘향 씨는 세례를 포기할 겁니다. 그러나 신앙에 투신하고자 하는 마음이 여전히 더 중요하다면, 무슨 까닭에서 배우자가 교회에 출두할 필요가 있으며,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정도는 알고 세례를 받고 말고를 결정했으면 좋겠습니다.

춘향 씨가 처한 상황은 사실 좀 난처해 보입니다. 그러니까 교회가 바라볼 때 현재, 남편이 혼인장애에 있는 상태입니다. 사회법상 전 부인과 이혼을 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자연혼으로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쉽게 말하면, 전 부인과의 혼인관계가 해소되지 않은 채 다른 사람(성춘향 씨)과 살고 있는 것이기에 혼인장애에 걸려 있는 것입니다. 즉, 남편 이몽룡 씨도 혼인장애, 그 때문에 성춘향 씨도 자동적으로 혼인장애에 걸려 있습니다.

따라서 춘향 씨가 세례를 받으려면 배우자 몽룡 씨가 "바오로 특전"에 의거하여 전 부인과의 혼인 유대를 풀어야 혼인장애를 해소할 수 있고, 자동적으로 배우자인 춘향 씨의 혼인장애도 풀리게 됩니다. 바오로 특전은 비영세자들의 혼인문제를 간단히 정리해 주는 말 그대로 "특전"입니다. 바로 이런 문제를 어렵지 않게 해결하고자 본당 사제가 남편을 만나고자 하는 것입니다. 본당사제는 남편의 의사를 묻고 가능하면 현재 이 부부가 같이 세례를 받도록 유도할 것입니다. 그것이, 전혀 의도적이지 않았지만 춘향과 몽룡 부부에게 벌어진 문제를 가장 아름답게 해소할 수 있는 방법으로 보입니다.

   
▲ 가톨릭교회에서 세례를 받는 모습.(사진 출처 = www.flickr.com)

만약, 몽룡 씨가 그러한 초대를 거부할 경우에는 사목적으로 다른 방법을 찾아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어찌되었건 이런 사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해결책을 찾도록 도와줄 수 있는 전문가들은 본당 사제들입니다. 일반적으로 교구장인 주교는 각 본당 사제들에게 이와 같은 사안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권한을 위임하고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사안을 전에도 다룬 적이 있습니다. "비신자와 결혼 문제"를 참고해서 보시면 좋겠습니다. 전에 다룰 때는 세례를 원하는 당사자가 민법상 재혼을 한 상황이었습니다. 반면 이번의 경우는 세례받기를 원하는 이의 배우자가 재혼을 한 경우입니다만, 마찬가지로 혼인장애에 걸려 있기에 이것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시됩니다.

혼인한 상태의 비신자들이 세례를 받기 위해서는 이와 같이 선행되는 절차가 있다는 것을 알아두시면 좋겠습니다. 교회는 신앙을 청하기 위해 입교한 이들을 이미 교회 공동체 차원에서 교회의 관습에 따라 대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아무리 오래된 관습이라고 해도 어떻게 하면 신앙을 보호할 것인가 하는 고민과 현실의 혼인생활을 거룩한 성사로 이끌어 주려는 의도를 담고 생겨난 법입니다. 신앙과 혼인의 유대를 견고히 해 주고자 하는 그 의미에 마음을 열어 주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아무튼 이와 같은 문제는 본당사제에게 도움을 청하시기 바라고, 그의 안내에 따라 지혜로운 해결책을 찾으실 수 있겠습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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