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욕적 한일 합의는 무효, 화해치유재단 강행 중단해야”

▲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와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천주교 전국행동’이 8월 10일 저녁 평화비(소녀상) 앞에서 미사를 봉헌했다. ⓒ강한 기자

8월 10일 저녁 주한 일본대사관 근처 평화비(소녀상) 앞에서 미사가 봉헌됐다. 이번 미사는 네 번째 세계 일본군위안부 기림일(8월 14일)을 기념하기 위해 ‘한일 일본군위안부 합의 무효와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천주교 전국행동’(이하 천주교 전국행동)이 마련했다.

세계 일본군위안부 기림일은 피해자 김학순 씨가 1991년 8월 14일 피해 사실을 처음 공개 증언한 것을 기억하고 이 문제를 올바르게 해결하자는 취지로 2012년 제정됐다. 위안부 기림일을 맞아 천주교 단체들이 미사를 봉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사에는 수녀들을 중심으로 200여 명이 참석했다. 미사를 마칠 무렵에는 “12.28 한일합의 무효”,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 법적 배상”, “굴욕, 졸속적 합의 무효화, 화해와 치유재단 강행 중단”을 외치는 구호도 터져 나왔다.

▲ 8월 10일 저녁 평화비(소녀상) 앞 미사에 참석한 이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강한 기자

이름을 밝히기를 원하지 않은 한 수녀는 “우리가 역사를 너무 잊고 산다”며 “좀 더 깨어 있어야 한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오늘날 한국인들이 누리는 혜택은 부모 세대의 희생 덕분이며, 위안부 피해자들은 그 희생의 정점이자 가장자리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있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자기 인생이 보람 있었고, 아픔과 희생이 의미 있었다고 생각하며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론에서도 중요한 주제는 ‘기억’이었다. 최재영 신부(의정부교구)는 강론에서 “무엇인가를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형태로 간직하는 민족들이 있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내는 민족도 있는데, 슬프게도 우리는 잘 간직하는 모습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이런 자리에 오는 것이 우리에게 ‘거울’과 같다”며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떠하고, 내가 그 안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등을 보여 주는 거울”이라고 강조했다.

최 신부는 한국도 참전했던 베트남전쟁을 성찰하기 위한 ‘한베 평화재단’ 설립에 위안부 피해자가 참여했다며, “고통을 겪은 할머니들이 또 다른 전쟁 피해자들, 특히 여성들을 위로하고 손 잡는 마음을 보여 주는 것이 아름답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베트남 민간인 학살에 대해 공식 사과한 적은 없다며, “언젠가 교회가 (베트남에) 가서 그분들을 위로할 수 있는 미사를 드리고 사죄의 마음을 전하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와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천주교 전국행동’이 8월 10일 저녁 평화비(소녀상) 앞에서 미사를 봉헌했다. ⓒ강한 기자

지난 1월 22일 만들어진 천주교 전국행동에는 서울, 대구, 광주대교구, 수원, 의정부, 인천, 대전, 부산, 마산교구 등 9개 교구 정의평화위원회와 여자수도자 장상연합회, 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연합(천정연), 새 세상을 여는 천주교여성공동체가 참여하고 있다. 천주교 전국행동은 지난 3월 1일에도 일본대사관 앞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미사를 봉헌하고 청계광장까지 침묵행진을 벌인 바 있다.

한편, 권오광 천정연 상임대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기도문’과 강론 자료집을 본당에 배포할 계획이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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