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연, "상대팀이나 타종교인도 배려해야"

골 세리머니(goal ceremony). 주로 축구 경기에서 득점한 선수가 기뻐하며 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이다. 종종 종교, 특히 개신교 신자인 선수들이 골 세리머니를 통해 공개적으로 기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찬반 대상이 되고 있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종자연)은 8월 8일 입장문을 내 국가대표 선수는 ‘기도 세리머니’를 삼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지난 5일(한국시간) 브라질 올림픽에서 한국과 피지 사이 남자축구 경기에서 보인 석현준 선수의 기도 세리머니에 대한 지적이다. 종자연은 이 기도 세리머니가 “과도한” 것으로 “아쉬움과 함께 옥의 티”였다고 비판했다.

이 경기에서 석현준 선수는 득점 뒤 경기장 바닥에 무릎을 꿇고 양손을 위로 들고 잠시 기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2015년 인터뷰에서 힘들 때마다 개신교 신앙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밝힌 바 있는 신자다.

이러한 논란은 1975년 이영무 선수가 결승골 뒤 무릎을 꿇고 기도한 때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오래된 주제다.

▲ 석현준 선수가 지난 5일 브라질에서 열린 축구 경기에서 득점한 뒤 무릎을 꿇고 기도하고 있다. (사진 출처 = SBS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이에 대해 종자연은 “올림픽은 특정 종교인들만의 행사가 아니”라며 “도를 넘는 기도 세리머니는 상대팀에 대한 배려도 없고 타종교인이나 무종교인의 정서도 무시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국가대표는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받으며 성적에 따라 병역특례나 연금 등 각종 혜택을 받는 공인”이라며 “공인으로서 더 이상 공공의 화합의 장을 개인의 종교선전의 장으로 왜곡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신교계 매체인 <국민일보>는 8월 9일자 기사에서 종자연 입장을 비판했다. “선수들이 골을 넣은 후 기쁨을 표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동 아니냐”는 것이다. 이어 종자연이 “범종교 시민단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불교단체”라고 지적했다.

한편, 종자연이 불교단체라는 주장에 대해 종자연 사무처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종자연이 참여불교재가연대 소속 전문기관이었던 것은 맞지만, 지금은 분리 독립하여 독자적인 활동을 하고 있으므로 불교단체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천주교는 논란의 중심에서 다소 벗어나 있는 듯 보이며, 천주교 내에서 이에 대한 토론이 이뤄진 적도 별로 없다. 가톨릭 신자로 잘 알려진 김연아 선수가 경기 전 성호경을 바치거나 묵주반지를 낀 모습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는 했지만, 그 모습이 본격적 비판을 받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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