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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 사람들의 '사회적 명예'[양성불능시대 넘어서기]

성주에는 애초부터 반대가 허락되지 않았다. ‘사드(THAAD)’가 국가안보사업이기 때문에 반대해선 안 된다는 말은 성주에 사는 사람들의 역사를 지워버린다. 성주 사람들은 사드 배치 발표 이전부터 오랫동안 싸워왔다.

2012년 성주군 도심에 산업단지가 들어선 뒤 이 안에 함께 설치된 폐기물매립장에선 악취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폐기물매립장에서는 산업단지 내 폐기물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폐유 등까지 취급했다. 주민들은 눈이 따갑고 구토까지 난다고 군청에 항의했다. 그러나 군청에선 과학적으로 문제가 없다고만 답할 뿐이었다. 엎친 데 덮쳐 2014년에는 폐기물매립장에 불까지 났다.

성주 사람들은 성주군청 앞에서 끈질기게 집회를 이어왔다. 폐기물매립장은 국가안보와 관계없이 민간 업자가 돈을 벌기 위해 운영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군청도 정부도 들어주지 않았다. 보수언론은 지금 ‘외부세력’ 운운하고 있지만 성주 사람들이 폐기물매립장을 두고 시위를 할 때는 정반대로 대응했다. 그들은 성주군농민회가 농활 온 대학생들을 집회에 동원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니까 '내부세력'이 문제라는 것이었다. 외부든 내부든, 사실상 성주에서는 반대가 허락되지 않았다. 반대한다면 외부든 내부든 고립됐고 비난당해 온 것이다.

   
▲ 7월 국방부가 성주를 사드 배치 지역으로 정했다고 발표한 가운데, 성주군청 앞에 다양한 사드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강한 기자

행정편의주의에 맞서 싸워 온 성주 사람들

성주에서 참외 수확에 문제가 없다고 능사는 아니다. 그런 면에서 “성주 참외 '사드'세요” 같은 포스터를 만든 사람들은, 의도가 어찌 됐든, 성주 군민들을 농락해버렸다. 사드가 배치돼도 참외 농사는 여전히 잘 될지도 모른다. 성주 사람들에 앞서서 참외 걱정을 했던 사람들은 얼마 전 문제가 된 전직 교육부 고위공무원이나 다를 바 없는 눈으로 성주 사람들을 바라본 셈이다. 성주 사람들은 먹고살게만 해주면 조용한 존재들이 아니었다. 성주는 행정편의주의에 맞서 싸워 온 사람들이 사는 지역이다.

사드는 그 자체로 절대악이거나 절대선은 아니다. 중요한 건 사드 배치 이유다. 사드 배치 반대론 중에도 동의하기 어려운 주장들이 있다. ‘국가안보 이익’ 대비 ‘경제적 이익’을 계산하며 주판알 들이미는 반대론자들의 주장엔 공감하기가 어렵다. 이런 계산이 과연 성립 되는 것일까?

최근 ‘동아시아 지경학’을 내세워 마치 뭔가 대단한 패러다임 변화를 내놓은 것처럼 포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주장을 가만히 살펴보면 그 속살은 경제제일주의다. 냉전 이후 이미 지배적 이데올로기가 된 패러다임이다. 먹고사는 문제로 보면 동북아에서 갈등이 벌어질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인데, 시장 거래가 활발해질수록 불평등도 커지는 현실을 무시하는 소리다.

그러나 지금 사드 배치를 받아들여야 할 이유도 딱히 없다. 성주 사람들이 지금 항의시위를 이어가고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박근혜 정부가 사드 배치를 급작스럽게 결정하는 과정에서 성주 사람들을 포함해서 국민 대부분이 완전히 배제됐다. 사드를 왜 배치하는지, 왜 하필 성주여야 하는지, 납득할 만한 설명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은 뒤늦게 나서서 사드 없이 북한 미사일을 어떻게 방어할 수 있냐며 따져 묻고 있다. 이건 사드라는 무기의 성격에 대해 너무도 몰라서 하는 말이다. 사드는 국토 전체를 완벽히 방어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이쪽의 공격시설을 보호해서 공격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장사정포는 무엇으로 막을 건가? 정부 설명대로라면 장사정포에 맞서서 휴전선에 하늘 높이 철갑 장벽을 둘러야 한다.

‘사회적 명예’를 위한 싸움

갑자기 최전선 주민들이 되어버린 성주 사람들 입장에선 사드를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 물론, 오늘날 전쟁의 양상이 빠르게 바뀌면서 전후방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다 보니 어디든 최전선이 될 수 있다. 또한 사드 찬성론자들 말처럼 국가안보에 필요하다면 어디에 살든 자기 마을이 민간인통제구역이 되기를 요구받게 되는 현실이다. 안보주의자들은 그래서 성주가 아니라 어디든 짊어지어야 했을 짐이라며 목청 높인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현실이 우리의 민주주의를 가장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도 아울러 깨달아야만 한다. 성주 사람들이 그러한 위협에 가장 먼저 드러났을 뿐이다. 지금 성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이 나라에서 앞으로 더 자주 벌어질 미래다.

이 정부는 사드 배치가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에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말라고 말한다. ‘사느냐 죽느냐’가 걸려 있으니 조용히 따르기나 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성주 사람들은 사드 배치 반대운동을 통해 이 나라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어떻게 살 것인가.’ 성주 사람들은 정부의 일방적 요구에 맞서 '사회적 명예'에 대해 묻고 있다. 그저 살기만 하는 삶이란 사실 얼마나 공허한가.

박근혜 정부는 통치 기간 내내 오직 국가 안보만을 강조해왔다. '사느냐 죽느냐'란 질문 앞에서는 외부세력이든 내부세력이든 상관없이 삶의 의미를 물을 권리가 언제든 유보될 뿐이었다. 이런 방식의 통치 아래에서는 누구나 숨 붙어서 먹고 사는 것만으로도 감사해하며 살기만을 요구받는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도 개, 돼지로만 살 수는 없다. 누구나 삶의 의미를 찾으며, 납득할 수 없는 요구에는 반발하고 심지어 싸울 태세까지 취하는 법이다. 성주 사람들이 '사회적 명예'를 위해 싸워온 그간의 역사가 그랬다. 그리고 오늘의 사드 배치 반대투쟁이 또한 그렇다.

   
▲ 7월 23일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 생명평화미사’가 끝난 뒤 성주군청 앞 마당이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강한 기자

 
 

백승덕(미카엘)
징병제 연구자. 서울대교구 가톨릭대학생연합회에서 부의장과 교육위원장을 맡았다. 2009년 9월 병역거부를 선언했다. 용산참사, 쌍용차파업 진압에서 국가폭력이 맹위를 떨쳤던 해였다. 출소 후 징병제 연구를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다. 한양대 트랜스내셔널 인문학과에서 ‘이승만 정권기 국민개병 담론’에 관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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