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아 교수, 루이-마리 쇼베의 성사신학 소개

조민아 교수(미국 세인트캐서린대학)가 루이-마리 쇼베의 성사신학 사상을 소개하며 ‘부재의 존재’ 개념을 주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 교수는 7월 20일 서울 인문카페 엣꿈에서 열린 <가톨릭평론> 독자 모임 특강에서 ‘당신의 몸이 사라진 자리에서’를 주제로 발표하며, 쇼베의 성사신학과 신학적 글쓰기에 대해 말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성체를 상징하는 ‘몸이 사라진 자리’는 누구도 소유하지 않는 신비의 자리로 남아 있어야 그리스도의 자기 비움을 가장 잘 드러내고 역설적으로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톨릭 신자들이 예수의 몸과 피를 나누며 그리스도와 일치하고, 교회의 모든 이들과 일치하게 되는 ‘성체성사’를 누구도 독점할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럼에도 한국 천주교의 신앙 현실을 돌이켜 보면, 조민아 교수가 내놓은 ‘성사를 7성사에 가두지 않아야 하며 성사를 통해 다른 이의 삶을 드러내고 담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제안은 곱씹어 볼 만하다.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는 일에는 잘 나서지 않고, 주일 미사와 영성체를 빠짐없이 완수하는 것에만 관심이 깊은 듯한 한국 교회 풍토를 생각하면, 아직 우리에게 낯선 프랑스 신학자 쇼베의 생각도 교훈을 줄 수 있다.

루이-마리 쇼베는 1942년에 태어난 가톨릭 신학자로, 현재 프랑스 퐁투아즈 교구 사제다. 한국에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영향을 받아 성사신학을 현대적 언어와 상징으로 이해하고자 시도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조민아 교수는 쇼베에게 성사는 7성사의 범주를 넘어, 하느님 은총의 표징들을 감각적 상징들을 통해 경험하고 그 경험을 상징으로 만들어내는 ‘성사성’(sacramentality)의 개념으로 확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덧붙여 조 교수는 “쇼베 신부의 성체 이해, ‘부재의 존재’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성체가 어느 누구의 소유물이 될 수 없듯, 하느님의 신비를 표현하는 글쓰기도 어느 특정 단위와 개인에게 전유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신학적 글쓰기는 지적인 권위나 형식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입니다. 신학적 글쓰기는 신비를 독점하고 관리하려는 욕망을 반성하며, 신자들의 다양한 삶의 자리에서 체험되는 신비를 드러내는 열린 글쓰기를 지향해야 합니다.”

▲ 7월 20일 서울 인문카페 엣꿈에서 열린 특강에서 조민아 교수가 루이-마리 쇼베 신부의 성사신학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우리신학연구소)
이 같은 관점에서 조 교수는 신학적 글쓰기는 다섯 가지 태도로 요약될 수 있다고 말한다. 우선, 이는 사람의 언어로 표현하기 힘든 신비를 표현하는 불가능한 작업이란 뜻에서 ‘역설적 글쓰기’다. 둘째, 나 자신과 하느님, 이웃, 세상과의 관계에 바탕을 둔 ‘관계적 글쓰기’다. 셋째, 신비를 지식화하고 규범화하려는 시도에서 벗어나려 하는 ‘탈중심적 글쓰기’다. 넷째, 언제나 새로운 언어를 찾으며, 식상하고 낡은 표현에 도전하는 ‘시적 글쓰기’다. 다섯째, 스스로를 끊임없이 깨어 있게 하고, 동시에 반복적 수행이 되어야 한다는 뜻에서 신학적 글쓰기는 그 자체로 기도다.

한편, 조 교수는 쇼베가 자신의 신학 이론을 정교하게 만들기 위해 하이데거의 철학, 라캉의 심리학, 마르셀 모스의 증여 이론 등을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쇼베는 하이데거의 존재신학 비판을 통해 신학의 대상은 ‘신’이 아니라 ‘신앙’이라고 보고 성사를 통한 신비 체험이 무엇을 뜻하는지, 그 체험이 신앙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묻는다.

라캉의 상징계 이론을 받아들임으로써, 쇼베는 성사에 참여하는 것이 그리스도교의 종교전통, 문화와 가치관 등으로 이뤄진 ‘그리스도인의 상징계’에 참여한다는 의미이며, 이 참여를 통해 세상을 보고 이해하는 방식이 달라진다고 본다. 쇼베는 이 변화가 바로 ‘회심’이고, 성체성사는 그리스도인이 변화를 체험하는 은총의 장이라고 주장한다. 마르셀 모스의 증여 이론을 통해서는, 성사를 통해 받는 하느님의 선물에 감사하는 방법은 이웃에게 자신을 내어 주는 것뿐이라고 해석한다.

조 교수는 쇼베의 성사신학은 그리스도인의 상징계에서 소외된 비유럽권 문화, 여성, 성소수자, 이웃종교, 다른 피조물 등에 대한 세심한 배려를 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한계를 넘어서고 긍정적으로 발전시키는 시도로, 성체성사를 전례적 의미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몸을 통한 소통의 의미로 넓게 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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