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하느님을 죽이고 있다

-박춘식

사람이

하느님을 죽이고 있다


이천여 년 전

종교가 하느님을 죽이려고

모세 율법은 십자가를 높이 세웠다

천 년 흐르고 또 흘러

신은 죽었다고 선언하면서

쟁쟁하던 서양 철학이 하느님을 죽였다

요즈막에는 사람들이 하느님을

만능칩(萬能chip) 속 어두운 구석에 꽁꽁 가두어

전지전능을 손에 들고 다니며 낄낄거린다


사람이 하느님을 죽이고 있다

그 현장에

한 방울의 슬픔도 안 보인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 (2016년 7월 25일 월요일)

(사진 출처 = pixabay.com)

많은 이들이 종말을 생각할 만큼, 세상은 자연의 분노(?)와 함께 퍽 불안하고 소란합니다. 하느님의 섭리를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하게 느끼는 것은,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하느님을 버리거나 동굴 안에 가두어 두는 일은 인제 그만두어야 할 때가 온 듯합니다. 교회에서는, 사람들이 만든 하느님(과학기술 등등)을 만나는 태도를 신앙적으로 이끌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든다면, “주님, 휴대전화가 하느님께 나아가는 길이 되게 하소서” “손전화를 통하여 주님과 더 가까워지게 하소서” “휴대폰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자주 듣게 하소서”라는 화살기도를 만들어 주고, 동시에 모든 사제들에게 신자들의 휴대폰을 축복하는 기도로 “자비의 하느님, 이 기계(손전화)가 ⧾ 신앙에 도움이 되도록 축복하소서”라고 지정하는 일도 좋을 듯합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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