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 트럼프, "복음주의 가톨릭" 펜스를 러닝메이트로 지명

미국 대선에서는 가톨릭 표가 가는 곳으로 민의가 결정되는가? 분명 그래 보인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이래로 거의 모든 대선에서 다수표를 얻은 이는 가톨릭 신자들의 표도 얻었다.(1952년에 아이젠하워가 당선된 것만 예외였다.) “공동선 연맹에 참여하는 가톨릭인”의 사무총장인 크리스토퍼 헤일은 그게 교회가 주장하는 바 성령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우연인지 몰라도, 가톨릭 표를 얻는 것이 미국 대통령이 되기에 결정적 요인이라는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헤일은 <타임>에 기고한 글에서 지난 2월 트럼프는 인기가 많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수치”스러우며 “정치적 졸”이라고 공격했는데 가톨릭 신자가 56퍼센트 대 39퍼센트로 힐러리 클린턴을 더 지지하는 이유가 그 때문일 것이며, 이번에 펜스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해서 가톨릭에서 트럼프의 인기가 더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펜스는 전당대회에서 자신을 “복음주의 가톨릭인”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일랜드계 가톨릭 가정에서 자라나 복음주의 개신교로 개종한 인물이다.

하지만 헤일은 트럼프가 최근 인디아나 주지사인 마이크 펜스를 러닝메이트로 선택해서 현대사에서 가장 반가톨릭적인 공화당 후보 짝이 되었다고 본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미트 롬니와 폴 라이언이 공화당 정부통령 후보가 되어 선거운동 중에 가톨릭 공동체에 강력한 힘을 발휘했던 것에 비하면 눈에 띄는 반전이다.

트럼프는 펜스를 부통령 후보로 소개하면서 둘은 미국 그리스도인의 종교 자유를 위해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헤일은 펜스가 지난해 11월에 시리아 난민 수용을 둘러싸고 인디애나폴리스의 조셉 토빈 대주교와 충돌한 일을 지적했다. 또한 보수 지식인인 데이비드 프렌치는 펜스가 주지사 시절에 종교 자유를 발로 차버렸다고 주장했다.

▲ 마이크 펜스. (이미지 출처 = flickr.com)

트럼프는 자기가 대통령이 되면 그리스도교가 다시금 미국에서 “힘”을 갖게 될 것이라고 하면서 지지를 호소하지만, 헤일은 그리스도교적 “힘”의 핵심은 공공영역에서 권력을 갖고 드러나는 데 있지 않고, 그리스도교는 예수 그리스도가 거부당하고 십자가형을 받았으며 처형되었다는 점을 늘 강조해 왔다고 지적했다.

즉, 그리스도교적 힘은 사회의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하느님의 구원하시는 사랑을 실천하며 소통하는 우리의 능력에서 나오는 것이지, 트럼프가 약속하는 것처럼 백화점에서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하게 하는 것은 공허한 공공관계 투쟁에서는 이길 수 있을지 몰라도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NETWORK”의 시몬 캠벨 수녀는 펜스가 하원의원으로서 투표한 기록을 보면 저소득 가정의 필요를 지속적으로 외면해 왔다면서, 이는 거대한 소득/빈부 격차에 대한 그리스도교적 응답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영국의 <가디언>은 트럼프가 펜스를 러닝메이트로 삼음으로써 자신의 몇 가지 약점을 잘 메웠다고 평가했다. 즉 절제됨, 행정 경험, 보수적 원칙과 복음주의 개신교 신자들의 신뢰 등이다. 또한 펜스는 낙태와 동성애 문제 등에 아주 보수적이다.

펜스는 “다시 태어난 그리스도인”일 뿐 아니라, “다시 태어난 공화당원”이다. 그는 (아일랜드계 가톨릭 신자인) 케네디 대통령을 자랑스러워 하는 아일랜드계 가톨릭 집안에서 자라난 민주당원이었으나 대학 시절에 레이건의 경제철학에 동조해 공화당원이 되었다.

펜스가 스스로를 “복음주의적 가톨릭”이라고 했으나 그가 지금 가톨릭 교회에 다니거나 속한다고 생각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는 대학시절에 복음주의 개신교인이 된 뒤 늘 손에 성경을 들고 다닐 정도였지만, 2012년에 인디애나 주지사가 된 뒤로는 자기 가족이 “(다닐) 교회를 찾고 있다”고 밝힌 뒤 아직까지 어느 교회에 나가는지 알려진 바 없다.

정치분석가들은 특정 종교에 소속되는 것이 반드시 정치적 이익이 아니기 때문에 근래 보수 정치인들이 자신의 소속 교단을 명확히 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면서, 펜스도 정치적 야망이 커짐에 따라 그렇게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복음주의 개신교인들에게는 이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고 다만 “보수적이며, 그리스도교인이고, 공화당원”이라고만 밝히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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