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무(無)의 무게

- 박춘식

 
조금 배워서 뭘 안다고

모가지가 탱탱했을 때 산새를 만났다

- 나랑 함께 기도하자, 새야 새야

 
더운 바람 찬 바람으로 가다 가다가

허리가 구부러진 어느 날

무(無)의 무게를 느낄 때

바지랑대에서 묵상하는 잠자리를 만났다

- 너의 기도 옆에, 내가 앉아도 되겠니

 
잠자리 날개를 흰 연필로 그리면서

묵묵 기도를 배운다

- 입정(入靜)을 수련한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 (2016년 7월 18일 월요일)

 
나이가 많아지면서 지난 일들이 부끄러운 그림으로 보일 때, 열대지방 어느 숲 속으로 이민을 하고 싶습니다. 노년을 위한 여러 가지 유익한 말을 보면 구절구절 지당한 말씀인데, 한 가지 저에게 거슬리는 내용이 있습니다. 죽은 다음 주위 사람들에게 기억에 남는 사람이 되자 - 라는 말입니다. 저는, 제가 죽은 다음 아무도 저를 기억해 주는 사람이 없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므로, 어느 사람이 자신의 업적을 남기기 위해 죽기 전에 자신의 기념관을 짓거나 자기 동상을 세우는 것을 보면 매우 역겹게 보입니다. 저의 육체도 또 저의 이름도 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므로, 저는 어떤 분이 바위에 자기 이름을 새기는 것을 보면 마음이 꽉 막힙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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