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교구 노동자주일 맞아 최기산 주교 담화문 발표
-성모병원측 법대로 하겠다... 교회는 세상의 법을 넘어서야

천주교 인천교구에서는 2002년부터 노동절을 즈음하여 노동자주간을 설정하여 매해 교구장 담화문을 발표하고 매년 교구장 주례로 기념미사를 봉헌하며 노동사목에 대한 의미를 다져왔다. 이날 교구내 각 성당에서 노동자들을 위한 2차헌금을 걷었다. 

지난 4월 26일 오후 2시 30분에 답동대성당에서는 8회 노동자주일을 맞아 이준희 총대리 신부의 주례로 기념미사를 봉헌했다. 교구장의 출국으로 최기산 주교가 직접 주례하지는 못했지만, 담화문을 발표하였고, 미사 후에는 교구청 지하강당에 모여 노동사목을 비롯한 교구내 노동자들과 더불어 잔치를 열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한 인천교구의 최기산 주교는 “누가 내 어머니며, 내 형제들입니까?”라는 노동자주간 담화문을 통해 "교회는 오랫동안 노동의 중요성과 노동자의 존엄성을 강조하였고, 사회교리로 가르쳐" 왔으며,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에서 노동의 조건은 그리 좋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담화문에서는 우리 사회가 오히려 노동보다는 불로소득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는 것을 개탄하며 "정부의 정책도 그 원인의 하나가 될 수 있음"을 걱정했다. 

최 주교는 담화문을 통해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 한국 사회는 대량 실업, 고용불안, 비정규직 확대와 그로 인한 빈곤의 문제가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면서 정부의 고용정책을 비판했다. 최근 정부가 기간제와 파견 근로자의 고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사실을 밝히며, "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확대하는 것으로 노동자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최 주교는 교구민들에게 "노동현장에서 소외된 이들과 힘든 조건 아래에서 일하는 노동자 및 이주노동자에 대해 관심 가져주기를" 요청했으며, 정부도 "일방적 노동정책이 아니라" 노동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노동자를 위한 정책수립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또한 노동자들이 벼랑으로 내몰리는 이 시대에, 우리는 “네 이웃을 네 자신처럼 사랑하라.(마태22,39)”는 예수님의 첫째가는 계명에 대한 말씀을 다시금 떠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인천교구는 그간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노력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 2009년 가톨릭노동사목전국협의회 총회를 마치고 파견미사를 집전하는 박병석 신부

한편 인천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인 박병석(요셉) 신부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인터뷰를 통해, 최근 불거지고 있는 인천성모병원 노동조합 문제와 관련해서 "가톨릭교회의 성원으로서 우리 교회는 사회교리에서 가르치는 대로 따라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교리에서는 노동조합의 역할을 인정한다고 교리상 밝히고 있다.  교회는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공동선을 항상 생각해야 하며, 이웃들이 품위 있는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보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신부는 "성모병원측은 법대로 한다고 말하지만, 법은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라면서 "왜 병원측이 그 법 테두리 안에 숨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예수의 가르침에 따라 세상을 구원하는 게 교회의 사명인데, 세상의 법 속에 숨어들려고 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라고 볼 수 없다"라고 말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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