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탈롱 순정”, “중딩은 외롭지 않아”의 황영미 작가

“정유야! 나 막 나가지 않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 나는 멀리 가지도 못해. 너희들이 언제나 내 발목을 잡고 있거든.”

혜빈이는 부모의 화풀이 대상. 가정폭력 때문에 집보다는 친구 집, 아는 언니네, 찜질방에서 더 많이 잔다. 자칫하면 위험한 곳으로 엇나갈 수도 있는 상황. 집에 잘 들어 가냐는 친구의 물음에 혜빈이는 ‘너 때문에 막 나갈 수 없다’고 답한다.

왕따, 학교폭력, 중2병, 무서운 십대. 요즘 뉴스를 보면 절대로 저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그러나 어른은 아이들을 비난할 뿐,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왜 그런 행동하는 지는 관심이 없다.

▲ "판탈롱 순정" 표지, 1970년대 말 오수연이 사춘기를 겪으면서 첫사랑을 경험하고 그로 인해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미지 제공 = 소수출판사)
열여섯, 조금씩 세상에 눈 뜨는 시기.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 “판탈롱 순정”과 “중딩은 외롭지 않아”가 동시에 나왔다. 책을 쓴 황영미 작가(안젤라)를 만났다. 그는 “이 세상에서 나 홀로라고 느끼는 10대에게 손을 잡아 주는 소설을 쓰고 싶다”고 했다.

“판탈롱 순정”과 “중딩은 외롭지 않아” 두 소설의 주인공 오수연과 노정유는 모두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고민이 많은 청소년이지만 시대 배경이 다른 만큼 생각, 관심사가 다르다.

“판탈롱 순정”의 배경은 1979년, 시골이다. 당시에 살았던 이들이라면 공감할 만한 소소한 에피소드, 유행했던 노래와 드라마, 도시로 가고 싶은 열망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주인공 오수연은 겉으로는 모범생이지만 첫사랑 상대인 영대와 세상에 대한 관심으로 공부에 집중할 수가 없다. 갈피를 못 잡고 방황하는 사춘기 소녀의 마음을 작가는 이렇게 표현했다.

“어찌하여 내 마음은 나한테 붙어 있지 못하고 먼 곳만 싸돌아다닐까?”

이 작품은 황영미의 첫 장편소설이다. 2007년 제1회 비룡소 블루픽션상 최종심까지 올랐다. 그는 지금은 20대 초반인 큰 아이를 임신했을 때부터 꾸준히 읽고 썼다. 출판된 것은 두 작품이지만, 그 사이 쓴 것이 상당하다. 처음에는 역사에 큰 기여를 하겠다는 원대한 꿈을 갖고 시작했다가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이 10대 이야기란 것을 깨달았다. 그는 “청소년에게 애정이 있고, 자신의 정신연령이 딱 그 정도인 것 같다”고 말했다.

▲ "중딩은 외롭지 않아" 표지, 그야말로 요즘 아이들의 생각과 우정을 그렸다. (이미지 제공 = 소수출판사)
그녀의 두 번째 책 “중딩은 외롭지 않아”는 말 그대로 요즘 아이들 이야기다. 평범한 여중생 정유와 그의 초등학교부터 친구들이 주인공이다. 자사고(자립형 사립 고교) 입학을 앞둘 만큼 똑똑하고 자신의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하지만 세상 물정에는 순진한 수지, 캐나다로 조기유학 간 승리,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아슬아슬한 방황을 하는 혜빈이. 정유는 친구와의 관계를 통해 이별에 관해 한층 성숙해지고, 자신에 대해 알아간다.

1965년에 태어난 황 작가가 요즘 아이를 어떻게 생생하게 담을 수 있었을까? 그는 학교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학생이 자주 가는 분식집, 학원 버스 근처에서 이들의 말에 귀 기울였다. 대학생과 고등학생 두 아이를 둔 엄마인 그는 “10대와 정서적으로 거리감이 없고, 동네 학생들이 다 조카 같고, 자식 같다”고 했다. 이어 “겉으로 불량하게 보이고 입은 거칠어도 아직은 애”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중딩은 외롭지 않아”는 2009년 ‘대한민국 문화 & 영화 콘텐츠 대전’ 최종심에 올랐으며, 올 7월 중국 충칭에서 열리는 ‘찾아가는 중국도서전’에 뽑혀 소개된다.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책을 쓸 만큼 이들에 대한 관심이 특별한 그에게 지금 청소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평가나 비교만 덜 해도 아이들은 살 만하다”고 강조했다.

“내 실력, 수준뿐 아니라 나의 행동, 말투, 옷차림을 일일이 평가하는 사람 앞에 가면 누구라도 주눅 들게 돼 있다. 가만 놔둬도 질풍노도의 시기 아닌가. 너무 다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황 작가는 “중고등부 미사에 가면 학생이 정말 없다”며, 주일학교에서 정규교육에 도움이 되는 인문학 강좌를 열거나 봉사활동 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대학생 때 가톨릭학생회에서 활동했고, 1992년 초까지 1년 정도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 간사를 했다.

▲ 10대 때의 황영미 작가. 뚱땡이 아줌마인 지금도 마음은 10대다.(사진 제공 = 황영미)

두 책 모두 시각장애인을 위해 활자 크기 14포인트 이상의 큰 글씨 소리책으로도 나왔다. 보이스아이 코드가 오른쪽 페이지 위마다 붙어 있어, 보이스아이 플레이어를 대면 글을 음성으로 들을 수 있다.

“판탈롱 순정”과 “중딩은 외롭지 않아”는 청소년 소설이지만, 어른에게 더 권하고 싶다. 어른의 위선을 바라보는 수연에게서 어른이 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고, 친구와 햄버거를 먹으며 수다를 떠는 정유를 보고 지금은 멀어진 친구에게 잘 지내냐는 안부의 문자를 보내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그 어느 때보다 처절하고 복잡한 시절을 보내고 있는 10대들의 손을 잡는 것은 모두의 몫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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