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상. (이미지 출처 = commons.wikimedia.org)

얼마나 놀랐을까


- 박춘식

 
열다섯 살 소년이 머언 땅에서

아베체데(ABCD) 라틴어를 배우고

거룩한 성경을 받았을 때 - 얼마나 놀랐을까

처음 듣는 구라파 아프리카 아메리카

말과 풍속이 다르지만 한 마음으로

천주님 공경하는 모습에 - 얼마나 놀랐을까

오선 악보로 노래하다니 그리고 사선 악보로

그레고리오 성가를 부를 때 - 얼마나 놀랐을까

논리학 수사학 철학 신학 등 학문의 세계를

알파벳으로 바라보며 - 얼마나 놀랐을까

 
김대건 성인의 신학도(神學徒) 모습,

상상하지도 못했던 문화 충격 속에서

서럽고 놀랍고 괴로워하였던 그 심경을 헤아려본다

베갯잇이 젖도록 한반도를 울고 울었다면

통한의 선각자 김대건 성인에게 기립박수로

그 뜨거운 눈물을 닦아드리고 싶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 (2016년 7월 4일 월요일)

 
해마다 7월 5일은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 입니다. 김대건 성인은 15세에 서울을 떠나 걷고 걸어 마카오에 도착, 신학대학 과정을 마치고 상해 인근 금가항 성당에서 사제품을 받았고, 1845년 몰래 귀국하여 활동하시다가 1846년 9월 16일 새남터에서 순교하셨습니다. 중요한 내용들은 알려져 있지만, 신학도로서 생활한 약 8년간의 기록은 많지 않은 듯합니다. 서양 학문과 문물의 놀라운 접촉에 대한 내용은 보지 못하였습니다. 언문과 한문만 보다가 알파벳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였을까, 세계지도를 보고 그리고 각가지 생필품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플라톤, 네로, 루터, 로마, 지중해, 파리 이러한 단어들의 내용을 배울 때 얼마나 놀랐을까, 등등 생각해 보았습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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